중국에서의 기억과 발자취/중국과 친해지기

중국 밤기차에서 만난 속옷 바람의 아가씨

주님의 착한 종 2010. 1. 16. 09:24

중국의 밤기차를 타면 승객들 모두가 한 집안 식구처럼 보인다.

남녀노소할 것 없이 내의 바람으로 앉아서 맥주도 마시고 과일도 먹으며 이야기 꽃을 피운다.

하룻밤을 꼬박 새워 가야하는 먼 길을 나선 승객들은 시간 죽일 이야기 거리를 찾는다.

외국인은 흥미로운 대상이 되고 이내 관심을 보인다.

이와 같은 밤기차를 탄 한국인들은 대부분이 젊은 여자가 부끄러운 지도 모르고

공공장소에서 내의 바람으로 다닌다고 흉을 본다.

한국인의 중국 이야기 주제의 대부분은 이와 같은 '중국 흉보기'이다.

중국 현지 한국인들이 이와 같은 이야기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시는 광경을 자주 보게 된다.

타국 생활의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지난 2004년에 부임한 웅징코웨이 조정현 중국 법인장은 문 닫기 일보 직전에 처한

중국 현지 웅징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웅진 中 화장품 사업 '심봤다'"(매일경제), "웅진코웨이 中 화장품사업 `미운오리서 백조됐다`"(이데일리),

"웅진 코웨이, 중국에서의 인상적인 경험"(미래에셋 투자보고서), "중국법인 탐방 : 3전4기의 성공"

(신한금융투자 보고서)

지난해 하반기 웅진코웨이와 관련된 기사들이다.

중국통이 아닌 중국 초보자가 중국 시장에서 이룬 실적을 한국 언론들은 위와 같이 대서특필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 업체들은 중국 시장을 제대로 파고 들지 못하고 있다.

기술 좋고 자본도 부족하지 않은 한국 업체들이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다.

비단 한국업체들 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계 업체들도 마찬가지이다.

근년들어 한국 업체들은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하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런데, 중국인과 말도 안 통하면서 내수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지 의문스럽다.

중국어가 안 되는 웅진의 조 대표는 성공했다.

반면 중국어를 잘 하는 사장들이라고 해서 성공률이 높은 것도 아니다.

중국인과 말이 통하려면 반드시 중국어를 잘 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는 의미이다.

즉, 중국 소비자의 심리와 취향, 성격, 문화 그리고 이를 근거로 한 시장 성공적 공략법은

중국어를 잘 한다고 해서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000년 여름에 연길에서 다롄으로 가는 기차를 탔을 때,

바로 옆 침대칸에 4인 한 가족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20대 초반의 젊은 아가씨가 란제리(속옷) 차림으로

주위 남성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부모와 같이 있다고 하지만 이건 너무 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틈만 나면 감상을 했다.

그 이후 나는 기차에서 만난 '란제리 아가씨'를 주제로 신나게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런데, 돌아보면 이 젊은 아가씨는 중국의 새로운 속옷 문화의 시작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세련된 속옷을 과시하고 싶을 정도로 섹시하고 고급스런 속옷이 중국 젊은 여성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요 대도시의 백화점에는 섹시하고 고급스런 속옷 전문 매장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1999년 광저우에서 처음 재래시장을 갔을 때, 잠옷 차림의 여성을 보고

나는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는 여자라고 생각했었다.

어렸을 때, 고향의 재래시장에서 잠옷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소위 '미친' 아줌마를 봤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도 자주 잠옷 바람의 여성들을 보았고

나는 '잠옷 외출'이 이곳의 생활문화인 것을 눈치 채게 되었고

이는 전통 귀족문화에서 유래한 것임을 알게 됐다. 

'말이 통하는' 사이는 상대의 입장에서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

즉 상대를 존중하고 아끼는 사이를 의미한다.

나와 같이 주관적 경험과 생각을 잣대로 평가하고 판단하는 사이라면

결코 말이 통할 수도 없으며 기회를 잡을 수도 없다.

우리는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하려고 한다.

중국 시장을 제대로 공략해 성공하려면 중국어를 못해도 중국 소비자의 심리를 읽을 수 있고

중국인의 문화를 있는 그대로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들과 말이 통하고 그들과 함께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장의 가치는 소비자의 이해와 요구에 뿌리를 두고 만들어 진다.

'중국 흉보기'의 곱지 않은 시선으로 중국 현지에서 '겉도는' 생활을 하고 있다면,

중국 시장에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리는 만무하다.

주위 중국인들에게 욕을 먹는 사람이라도 장사를 해서 돈을 벌고 있다면

그가 중국 소비자의 수요를 정확히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 초보자도 이 정도 지식은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 "잘 나갔다"는 사업가들이 중국에서는 잘 안 된다. 이유는

이 문화에 대한 접근 마인드의 문제이다.

자기 중심적 마인드로 만나니 말이 안 통하는 것이고 말이 안 통하니

시장 속으로 못 파고들고 겉돌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근현대사를 돌아보면 모든 국민이 '독하게' 살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를 살았다.

나라를 잃은 슬픔, 이념 대립에 따른 동족간 비극, 잿더미 속에서 이룬 경제 기적...

뚜렷한 주관을 세우고 독하게 살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를 살아왔고,

우리 부모 세대는 참으로 자랑스러운 기적의 역사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이제 세계인과 더불어 사는 세계화 시대로 진입했음을 직시하고

우리의 마인드를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 

이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의 시대적 사명이다. 

작성자
디지털 유목민 No.1/온바오닷컴 부사장[사업총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