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얘기가 있다.
100여 년 전쯤이다.
한 사람은 우산 장수, 다른 한 사람은 신기료 장수다.
두 사람이 중국 남부의 고향을 떠나 멀리 서북의 오지인 우루무치에 왔단다.
먼지 풀풀 나는 길을 걷다가 서로 마주친 두 사람 중 하나가 먼저 말을 건넸다.
첫마디가 끝나기 무섭게 다른 한 사람이 물었다.
“당신 원저우(溫州) 사람 아니오?”
“예, 맞는데요….”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단다.
고향 떠난 지 몇 년째.
남의 우산과 신발을 고쳐 주면서 밥벌이를 하다가
어느덧 이역만리에서 서로 만난 두 사람은
고향 말을 듣자 설움이 솟구쳐 올랐던 것.
요즘 ‘잘사는 중국인’의 대명사인 저장(浙江)성 원저우 사람들에게 내려오는 얘기다.
푸젠(福建)성 푸저우(福州) 등에는 ‘세 자루의 칼’ 얘기가 나온다.
머리 깎는 칼, 주방에서 잡는 칼, 남의 발 손질해 주는 칼의
이른바 ‘삼파도(三把刀)’다.
푸저우뿐 아니라 여느 다른 지방에서도 흔히 전해지는 내용이다.
먹고살 게 없어 대부분 찾는 게 위의 세 직업.
고향을 벗어나기 위해 늘 준비하는 훈련이
이발과 주방 기술, 남의 발을 만져주는 수각(修脚)이다.
중국은 원래 크다.
땅이 넓고 물산이 풍부해 예로부터 ‘지대물박(地大物博)’이라고 했다.
그러나 봉건 왕조의 가혹한 압제와 거듭되는 전란으로
그 민초들의 삶은 그야말로 눈물겹도록 힘에 겨웠다.
전란과 재난이 겹치는 삶 속에서 오죽하면
“태평성세의 개가 될지언정,
난세의 사람으로는 태어나지 않겠다
(寧爲太平狗, 不作亂世人)”
는 비원(悲願)이 등장했을까.
이들의 인생에 네 가지 큰 즐거움이 있다.
“신혼 방에 불 밝히는 밤
(洞房華燭夜),
과거급제 방문에 이름 올릴 때
(金榜題名時),
긴 가뭄에 단비 내릴 적
(久旱逢甘露),
먼 곳에서 고향 친구 만나기
(他鄕遇故知)”
앞서의 비원을 이겨내려는 현실 긍정의 힘이 엿보인다.
13억 중국인들이 사회주의 건국 60주년의 큰 경사를 맞았다.
‘동아시아의 병든 사내(病夫)’라는 이름을 얻으며
제국 열강의 발길에 이리저리 차였던 100여 년 전의 중국이
이제는 세계의 강대국으로 부상 중이다.
모진 고난 속에서도 늘 현실의 즐거움을 찾아내는 중국인의 기질이 작용했음이리라.
부디 세계의 좋은 이웃으로 성장하기를 축원한다.
중앙일보 유광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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