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의 기억과 발자취/청도 이야기

청도에 신방을 꾸미며..

주님의 착한 종 2009. 8. 10. 15:45

 
 

 

제 마음이 무척 설렙니다.

마치 장가가기 전날, 다음 날 맞이할 첫날 밤을 기다리는 신랑처럼

오늘 하루가 왜 이리 지루하기만 한지..

통 손에 일이 잡히지도 않습니다.

 

이 나이에 이게 무슨 주책인가 싶지만,

그래도 설레는 마음을 어쩔 수가 없네요.

 

내일 마님이 청도에 옵니다.

역시 마님 병은 고칠 수가 없어 혼자는 오지를 못하고

친구 부부들의 호위를 받으며 입성하신답니다. ㅎㅎ

 

청도에 자리 잡은 지, 벌써 일년..

벌써부터 오겠다고 하는 걸, 말렸습니다.

 

마음에야 왜 오는 게 싫었겠습니까?

무슨 떼돈을 벌겠다고, 무슨 특별한 재미를 보겠다고

이 청도 땅, 말 설고, 낯선 곳에서 중늙은이가 홀아비 생활을 즐겨 하겠습니까?

힘들어도 살 맞대고 살면 힘도 덜 들 터인데..

하루 세끼 밥은 따뜻하게 챙겨 줄 텐데 왜 오는 것이 싫겠습니까?

 

서울의 집 화장실보다 더 초라한 내 침실이며,

뽀야 (우리 집 강아지 이름) 식기보다 값싼 내 주방이며,

뽀야의 간식보다도 더 초라한 내 냉장고 안의 음식들이며..

마님에게 보여주기가 싫었습니다.

 

그런데, 내일 온답니다.

호텔 방을 잡고 같이 올 친구들과 지내려고 했지요.

마님이 그런 말 말랍니다.

왜 우리 집 두고, 돈 들여 호텔 생활하느냐며..

 

어제 집에 돌아가,

침대보, 커버는 물론 옷장 속에 뒹굴던 타월이며 옷가지며 양말들..

두 번씩 정성 들여 깨끗이 세탁하고.

주방의 그릇 들, 뽀드득 소리가 나도록 닦았습니다.

최소한 마님의 눈에서 눈물은 안 흘리도록 하고 싶었지요.

 

아침에는 세탁한 것 뽀송뽀송 잘 마르라고 널어 놓고

이곳 저곳 쓰레기 통 다 비우고 출근했습니다.

 

, 내가 서울에 갈 때, 마님의 마음이 이렇겠구나..

이렇게 들뜨겠구나..

내 마음 같겠구나깨닫습니다.

 

오늘은 일찍 들어가 깨끗이 대청소를 해야겠습니다.

최소한 지저분한 마당쇠 머슴 방은 아니어야 하겠습니다.

 

흰색 새 침대보를 깔고,

깨끗이 세탁한 이불이며 베갯닢으로 준비해야 하겠습니다.

좁은 욕실도 세제를 듬뿍 풀어 윤이 나도록 닦아야지요.

아마 더워서 땀도 많이 나겠지만

청도의 신방을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뭐가 빠졌나요?

향수가 없네요.

향수 없이 홀아비 냄새 없애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콩콩.. 울리는 가슴으로

내일을 기다리렵니다.

 

여러분도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