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오 하느님

2009년 3월 16일 사순 제3주간 월요일

주님의 착한 종 2009. 3. 16. 10:15

2009년 3월 16일 사순 제3주간 월요일

제1독서 열왕기 하권 5,1-15ㄷ

그 무렵 1 아람 임금의 군대 장수인 나아만은 그의 주군이 아끼는 큰 인물이었다. 주님께서 나아만을 시켜 아람에 승리를 주셨던 것이다. 나아만은 힘센 용사였으나 나병 환자였다.
2 한번은 아람군이 약탈하러 나갔다가, 이스라엘 땅에서 어린 소녀 하나를 사로잡아 왔는데, 그 소녀는 나아만의 아내 곁에 있게 되었다. 3 소녀가 자기 여주인에게 말하였다. “주인 어르신께서 사마리아에 계시는 예언자를 만나 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분이라면 주인님의 나병을 고쳐 주실 텐데요.”
4 그래서 나아만은 자기 주군에게 나아가, 이스라엘 땅에서 온 소녀가 이러이러한 말을 하였다고 아뢰었다.
5 그러자 아람 임금이 말하였다. “내가 이스라엘 임금에게 편지를 써 보낼 터이니, 가 보시오.”
이리하여 나아만은 은 열 탈렌트와 금 육천 세켈과 예복 열 벌을 가지고 가서, 6 이스라엘 임금에게 편지를 전하였다. 그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이 편지가 임금님에게 닿는 대로, 내가 나의 신하 나아만을 임금님에게 보냈다는 사실을 알고, 그의 나병을 고쳐 주십시오.”
7 이스라엘 임금은 이 편지를 읽고 옷을 찢으면서 말하였다. “내가 사람을 죽이고 살리시는 하느님이란 말인가? 그가 사람을 보내어 나에게 나병을 고쳐 달라고 하다니! 나와 싸울 기회를 그가 찾고 있다는 사실을 그대들은 분명히 알아 두시오.”
8 하느님의 사람 엘리사는 이스라엘 임금이 옷을 찢었다는 소리를 듣고, 임금에게 사람을 보내어 말을 전하였다. “임금님께서는 어찌하여 옷을 찢으셨습니까? 그를 저에게 보내십시오. 그러면 그가 이스라엘에 예언자가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9 그리하여 나아만은 군마와 병거를 거느리고 엘리사의 집 대문 앞에 와서 멈추었다. 10 엘리사는 심부름꾼을 시켜 말을 전하였다. “요르단 강에 가서 일곱 번 몸을 씻으십시오. 그러면 새살이 돋아 깨끗해질 것입니다.”
11 나아만은 화가 나서 발길을 돌리며 말하였다. “나는 당연히 그가 나에게 나와 서서, 주 그의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며 병든 곳 위에 손을 흔들어 이 나병을 고쳐 주려니 생각하였다. 12 다마스쿠스의 강 아바나와 파르파르는 이스라엘의 어떤 물보다 더 좋지 않으냐? 그렇다면 거기에서 씻어도 깨끗해질 수 있지 않겠느냐?”
나아만은 성을 내며 발길을 옮겼다. 13 그러나 그의 부하들이 그에게 다가가 말하였다. “아버님, 만일 이 예언자가 어려운 일을 시켰다면 하지 않으셨겠습니까? 그런데 그는 아버님께 몸을 씻기만 하면 깨끗이 낫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14 그리하여 나아만은 하느님의 사람이 일러 준 대로, 요르단 강에 내려가서 일곱 번 몸을 담갔다. 그러자 그는 어린아이 살처럼 새살이 돋아 깨끗해졌다.
15 나아만은 수행원을 모두 거느리고 하느님의 사람에게로 되돌아가 그 앞에 서서 말하였다. “이제 저는 알았습니다. 온 세상에서 이스라엘 밖에는 하느님께서 계시지 않습니다.”


복음 루카 4,24ㄴ-30

[나자렛에 도착하신 예수님께서 회당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씀하셨다.]
24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어떠한 예언자도 자기 고향에서는 환영을 받지 못한다. 25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삼 년 육 개월 동안 하늘이 닫혀 온 땅에 큰 기근이 들었던 엘리야 때에, 이스라엘에 과부가 많이 있었다. 26 그러나 엘리야는 그들 가운데 아무에게도 파견되지 않고, 시돈 지방 사렙타의 과부에게만 파견되었다.
27 또 엘리사 예언자 시대에 이스라엘에는 나병 환자가 많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아무도 깨끗해지지 않고, 시리아 사람 나아만만 깨끗해졌다.”
28 회당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이 말씀을 듣고 화가 잔뜩 났다. 29 그래서 그들은 들고일어나 예수님을 고을 밖으로 내몰았다. 그 고을은 산 위에 지어져 있었는데, 그들은 예수님을 그 벼랑까지 끌고 가 거기에서 떨어뜨리려고 하였다. 30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떠나가셨다.




어제 제의방에 들어가서 제의를 입고서 미사를 봉헌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옆에 있었던 복사 한 명이 제게 이런 말을 하는 것입니다.

“신부님, 신부님께서는 놀이동산에서 일하시면 돈 많이 버시겠어요.”

순간적으로 이 아이가 왜 이런 말을 할까 싶었습니다.

‘내가 말을 잘한다고 그런 것일까? 아니면 목소리가 좋다고 그런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자전거 많이 타는 것을 보고서 그것도 재주로 생각해서는 말한 것일까?’

아무튼 저는 왜 놀이동산에서 돈 많이 벌 것인지 궁금해서 복사에게 물었지요.

“왜? 신부님은 특별한 재주도 없는데 어떻게 돈을 벌까?”

그러자 그 아이는 당연하다는 듯이 이렇게 말해요.

“신부님께서는 인사 잘 하시잖아요.”

복사 아이는 놀이동산의 입구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인사 도우미를 생각했던 것입니다. 사실 저는 미사 후에 신자 하나하나를 바라보며 인사를 하거든요. 그러다보니 하루에도 수백 번씩 인사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모습을 유심히 보았던 복사는 저의 모습이 놀이동산의 인사 도우미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나 봐요. 그래서 놀이동산에 가면 돈 많이 벌 것 같다고 말한 것이지요.

‘겨우 놀이동산의 인사 도우미로밖에 보지 않는가?’라는 생각과 함께 조금 서운하더군요. 그래도 인터넷 안에서 꽤 알려져 있는데, 또한 특강을 가도 이제는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서 괜찮은 호응도 얻고 있는데, 우리 본당의 복사 아이에게 비춰진 본당 신부가 잘하는 것은 겨우 ‘인사’ 뿐이었던 것이지요.

하긴 이 복사 아이가 저한테 강의를 들은 적도 없고 저의 책을 읽은 적도 없지요. 그리고 아직 어리니 제가 운영하는 카페에 들어온 적도 없습니다. 따라서 저에 대해서 뭘 알겠습니까? 매일 성당에 오면 늘 볼 수 있고, 보통 사람보다 조금 못생겼고 때로는 말도 어눌하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특별함을 발견할 수가 없었겠지요. 따라서 복사가 바라 본 저는 단순히 인사만 잘하는 본당 신부인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고향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한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예수님을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적으로는 예수님을 잘 몰랐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의 모습을 보았었다고, 또 예수님의 가족들을 모두 잘 안다는 이유만으로 예수님을 판단하고 평가했던 고향 사람들이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그것만으로 예수님을 제대로 안다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복사가 미사 때마다 제 옆에서 복사를 선다고 해도 저를 잘 몰랐던 것처럼 말입니다.

예수님을 제대로 알지 못할 때 잘못된 판단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알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예수님과 함께 구원의 길을 갈 수 있으니까요.



본성이 평온하고 행복한 사람은 나이 드는 것에 결코 압박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반대 성격의 소유자에게는 젊음도 늙음도 똑같은 짐이다.(플라톤)



인생이라는 이름의 여행(박성철, ‘가장 소중한 사람, 나에게 선물하는 책’ 중에서)

세 친구가 있었다. 이들은 함께 여행을 떠났다.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세 사람 모두 가방을 앞에 하나, 뒤에 하나 메고 있다는 점이었다. 바다가 보이는 어느 마을에 도착한 이들은 여전히 가방을 앞뒤로 메고 있었다. 그 모습이 신기했던지 나이 지긋한 동네 어른이 물었다.

"자네들은 왜 가방을 앞뒤로 메고 있는가?"

그러자 첫 번째 친구가 대답했다.

"제 등 뒤의 가방에는 다른 사람들이 저에게 베풀었던 친절과 사랑이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제 가슴 쪽의 가방에는 저를 섭섭하게 하고, 마음 아프게 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제 가슴 쪽에 있다 보니 자주 보게 되지요."

그들은 다시 길을 떠났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첫 번째 친구가 몹시 지친 듯 주저앉으며 말했다.

"난 더는 못 가겠어. 그냥 여기서 포기할래!"

첫 번째 친구는 그렇게 여행을 포기했고, 두 번째 친구와 세 번째 친구는 여행을 계속했다. 이번에는 새들이 지저귀는 산골 마을에 도착했다. 산골 마을에 사는 청년도 앞뒤로 가방을 멘 그들의 특이한 모습을 보고 물었다.

"왜 가방을 앞뒤로 메고 있나요?"

그러자 두 번째 친구가 말했다.

"저의 등 뒤에 가방에는 제가 저지른 실수와 저의 부족함이 들어 있습니다. 잘 안 보려고 하지만 저는 결코 이것들을 버리지 못하고 가져가고 있답니다. 그리고 앞에 멘 가방에는 제가 나누어준 사랑과 착한 행동이 들어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저의 가슴 앞에 꼭 간직하지요. 그래야 저도 잘 보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도 할 수 있거든요."

그들은 다시 여행길을 재촉했다. 그렇게 얼마를 가다 보니 이제 두 번째 친구가 숨을 헐떡이며 쓰러졌다.

"도저히 안 되겠어. 더는 못 갈 것 같아."

두 번째 친구도 포기하고 세 번째 친구만이 다시 길을 떠났다. 세 번째 친구가 도착한 곳은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그가 꿈꾸어왔던 그런 곳이었다. 그곳에 살고 있는 한 사람이 푸근한 미소로 그를 반겼다. 세 번째 친구의 가방은 특이하게도 앞에 멘 것은 튼튼한데 뒤의 것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다. 미소로 그를 맞았던 사람이 물었다.

"앞에 멘 이 가방은 무엇에 쓰는 가방인가요? 그리고 등 뒤에 메고 있는 가방에는 왜 큰 구멍이 뚫려 있나요?"

"네, 저에게 앞에 있는 이 가방은 너무도 중요하답니다. 저는 늘 앞에 있는 가방을 보면서 살아가기 때문이지요. 앞에 있는 이 가방 속에는 사람들이 저에게 베푼 친절, 따스한 말 한마디, 저를 위로해 주었던 마음 같은 것들이 들어 있거든요. 그리고 이 뒤에 있는 가방에는 제가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 다른 사람이 저에게 했던 나쁜 말, 다른 사람이 저를 슬프게 만들었던 것들이 들어 있답니다. 이 가방 덕에 저는 편안하고 행복하게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떠나온 여행길을 뒤돌아보면서 회상하는 세 번째 친구. 그의 얼굴에는 해거름 녘 저녁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엔 행복한 미소가 조용히 번져갔다.

그들이 떠났던 여행…….

그것은 '인생'이라는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