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나쯤이야
옛날 아프리카의 어느 산골에 멋쟁이 족장이 다스리던
큰 마을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이 족장은 다가오는 자신의 생일 잔치를 멋있게 치르기
위해 궁리한 끝에 마을에 살고 있는 집집마다 직접 방문하여
포도주를 정성 들여 맛있게 담그도록 부탁하면서 자신의 생일날
에는 같은 크기의 병으로 포도주를 가지고 올 것까지 말해
두었습니다.
족장님 생일날이 돌아왔습니다.
족장집 마당에 준비된 큼직한 독에는 마을 사람들이 포도주를
갖다 부었습니다.
그리고 넓은 마당에 차려진 생일 잔치 상에는 여러 가지 음식이
푸짐하게 차려져 있었습니다.
이윽고 마을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와서 차례로 앉은 다음
각자의 앞에는 큰 독에서 갖고 온 포도주로 잔을 채웠습니다.
드디어 사회자가 개회를 선언했고 이어서 족장이 말했습니다.
"오늘의 잔치를 멋있게 치르기 위하여 각 가정의 양조
기술을 한데 모아 놓았습니다.
참으로 상상도 못할 만큼 훌륭한 포도주 맛이 나올 것입니다. ……
건배."
모든 사람들이 포도주 컵을 들고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게 웬일입니까!
술맛은 간데 온데 없고 아무 맛도 없는 물맛이 아닙니까!
나 하나쯤이야 술 대신 물을 내어도 아무 일 없겠지 란
마음으로 모두 맹물 포도주를 갖다 부었기 때문이었습니다.
★ 정기범,동화로 된 훈화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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