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했다가 돌아와 주방에 들어가 개스를 켜보니.. 불이 들어온다.
먼 뜬금없는 소리냐고?
성질 급하게 따지지 마시고 일단은 들어보시라.
내가 살고 있는 이 곳 석복진은 청양과 청도에 비교한다면 시골(?)이다. -남들 표현에 의하면..
주변에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청양이나 청도 시내로 이사를 나오라고 늘 얘기한다.
하지만 작년 가을이 물들 무렵 이사와 지금까지 사소한 불만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삼 년 넘게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맘에 드는 집이다.
중국에 와서 처음 살았던 곳은 회사 앞 중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던 공무원 아파트였다.
개스 공급은 물론 난방은 난치도 기름 난방도 아닌 석탄난방이었다..-_-;;
석탄난방이라.. 엄두도 내지못한 나는 하필이면 12월에 처음 들어와 무릎이 시릴 정도로 찬 청도의 바람을 견뎌내느라고 퇴근만 하면 전기장판을 이빠이 켜놓고 이불 속으로 직행을 해야했고 안방보다 더 넓은 목욕탕에서 전기온수기로 덥힌 물로 샤워를 하다가 6개월간을 감기에 시달렸었다.
일년 후.. 가까운 티앤타이로 이사를 했다.
전에 살던 곳에 비하면.. 천국이었다.
바닥 난방에 작아서 아늑한 목욕탕까지..
처음 중국성에서 살다가 다음 해 한국성으로 이사했는데 결국은 앞동과의 가까운 거리며 잦은 엘리베이터 고장에.. 여름엔 창문을 열어놓고 잘 수 없을 정도로 소란스러움에 이사온 곳이 바로 지금 이 집.
혼자 살기엔 부담스러울 정도의 넓이였지만 늘 조용한 환경에 하루종일 햇볕도 잘 들고 무엇보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자그맣게 조성된 공원이며 아침부터 해질녁까지 잔잔하게 울려퍼지는 단지내 방송의 피아노 소리도 환상적으로 들렸었다.
겨울이 오기 전까지는 생전 안하던 화초까지 정성들여 키우며 잘 살았다.
드뎌 겨울..
개별 난방인 이곳은 개인적으로 개스를 구입해서 난방과 취사를 하는데 이것이.. 내 맘대로 살 수가 없다.
제한공급을 하는 것이 그 이유다.
결론만 말하자면 겨울 보내면서 추워 디지는줄 알았다. 흑흑..
다시 봄이 왔다, 아싸~
개스 구입량이 겨울에 비해 더 줄어들었지만.. 뭐 견딜만 했다.
그런데 어느날 아침 씻고 나가야 하는데 물이 안나온다. 헐...
할 수 없이 생수를 떠서 고양이 세수만 하고 머리는 찬물에 감지 못하니 모자 하나를 뒤집어 쓸 수 밖에..
그 날 늦게 들어와 보니 저녁엔 물이 나와 그런데로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 다음날.. 아침에 목욕탕에 들어가 씻으려는데 이런 ?장... 또 물이 안나온다!
하루는 그러려니 했는데 이틀째?
실실 열이 받기 시작했다.
시간을 보니 아직 관리실 직원이 출근할 시간은 안?고..
그냥 또 대충 고양이 세수만 하고 집을 나선다.
또 그 다음날.
으아~ 또 물이 안나온다!!!!
이젠 열이 받칠 데로 받쳤다.
시간을 볼 틈도 없이 관리실에 전화를 했다.
다행히 누군가 전화를 받는다.
더듬거리는 중국말로 나 여기 몇 동 몇 호에 사는 사람인데 왜 아침마다 물이 안나오냐!!! 고 물었다.
그 쪽에선 뭐라 뭐라 하더니 제대로 알아들은 것은 뭔가가 고장났다는 것이다.
좋다! 그럼 언제 고치냐? 물었더니 빨리 고치겠다고 하고 '뿌호이쓰~' 로 전화를 끊는다.
전화를 끊고나니 '야!! 이러면서 무슨 관리비를 받아 쳐먹냐!! ' 소리를 못한 것이 억울하다.
그리고 그 담날 아침 물이 나오길래 아주 아주 감사하면서 씻고 집을 나섰다.
오후가 되기 전에 물이 안나온 사연에 대해선 홀라당 잊은 속도 좋은 딴지..-_-;;
그리고 어제 저녁.
4050모임을 하고 돌아와 씻으려는데 엥? 더운 물이 안나온다.
흠.. 왜 그러지?
주방에 가서 개스계량기를 점검해보니 개스는 넉넉하다.
중간 밸브로 보이는 것을 열었다 잠갔다.. 옷도 못갈아입고 한동안을 난리를 치다가 찬물로 대충 씻고 그냥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그나마 물이라도 나오니 얼마나 다행이야..하면서.
아침에 일어나 뭐라도 끓여먹어야 했기에 개스를 켰더니 역시 안나온다.
할 수 없이 사놓았던 두유에 생식을 두 스푼 섞어 마시고 집을 나선다.
중국어를 잘 하는 사람한테 부탁해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개스를 공급하는 관이 고장났는데 언제 다 고쳐질지는 잘 모르겠다고 한다.
이제.. 웃음이 나온다..ㅋㅋ
참 고마운 나라, 중국이다.
한국에선 전혀 고마운줄 모르고 살았던 전기, 물, 개스에 대한 고마움을 이렇게 느끼게 해 준다.
절대 비꼬는 소리 아니다.
일상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사소한 고마움을 모르고 사는가.
그런데 중국에 와 생활하면서 그동안 무심하게 지냈던 주변의 고마움에 새삼 고개가 숙여진다.
한편 이렇게 사소한 불편함이 자주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큰 동요없이 묵묵히 기다리고 참는 중국인에게도 고개가 숙여진다.
툭하면 물 안나오고 개스도 안나오고 전기 안들어오는 일은 부지기수다.
그런데도 속 좋게 다들 웃으면서 산다..쩝.
중국 생활 삼 년이 넘어 이제 서서히 철이 드는 딴지.
그래서 세상은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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