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담♣] 차부뚜어(差不多)라고 말 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출처 :칭다오도우미마을 스프링님 글
연말이 다가오면,
생산공장이나 무역업자나 납기가 밀려 온통 아우성입니다.
특히 중국으로부터 원부자재를 수입해서 생산하는 공장들은
그것이 들어와야 생산이라도 하나 더 해서 연말 자금확보를 해야 합니다.
꼭 자금문제가 아니라도 한 건이라도 더 밀어내어 올 해 실적을 올려
놓아야 승진명단에 올려놓던지 보너스를 더 받던지,
이것저것도 아니면 상사에게서 술 한 잔이라도 더 얻어먹을 수가 있는
것입니다. 국가는 연간 수출입실적을 마감해서 국민들로 하여금 잘했다
칭찬받기를 원하고, 일개 기업은 올해 목표를 악착같이 초과 달성해서,
신용기관으로부터 에이 플러스라도 받아놓아야 주주들에게 돌 팔매를
면하거나, 금융기관으로부터 향후 자금조달이나 금리면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됩니다. 우리에겐 분기말도 무섭지만, 연말은 전쟁입니다.
여하튼 실적위주의 우리기업 특성은 수출대국을 부르짖던 60년대부터
부지불식간에 몸에 배인 기업운영방식이 되어버렸습니다.
요즘 허울좋은 외형보다 알찬 수익개념으로 기업정신이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아직은 그래도 실적,즉 외형위주의 기업문화입니다.
그러 다보니 어느 부문이고 할 것 없이 조직이 갖춰있는 기업일수록
그 조직원은 실적에 목을 매 달고 삽니다.
특히 연말이 다가 올 수록 그 정도는 병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가
됩니다. 스트레스 엄청 쌓이는 시기이지요.
중국에서 제조를 해서 해외로 보내는 기업들은 더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바이어의 실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정신 똑바로 박혔다고 자신하는
사람 혼자서 독불장군처럼 장구치고 북치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제품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공인들을 득달해서 2교대,3교대로 대기 시킨다 해도 원부자재가 안
들어오면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합니다.
바이어로부터 죽는다는 험한 독촉을 받은 만큼 원부자재 공급하는
중국업체에도 똑같이 죽겠다고 농{弄)도 해보고 협박도 해 가며
납기를 하루라도 당기려고 전화통 붙들고 사정을 해도
우리의 이 기업문화를 모르는 중국업체는
'뭘 그리 보채노, 순서대로 하지...'..먼 산 쳐다보며 코딱지나 후비고
있기 마련입니다.
바이어는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십 분에 한번씩 독촉전화가 옵니다.
며칠만 당길 수 없느냐.아니 이틀만 어떻게...하다 하다 이제는 아예
본인이 선적일자에, 선박 출항일, 아예 화물장치장의 문닫는 시간까지
대신 알아봐서 이날 넘기면 자살한다고 엄포를 놓습니다..
일자를 역으로 계산해서 중국납품업체에 며칠 날 물건이 안 들어오면
종친다고 똑같은 엄포를 놓을 수밖에...
내가 똥줄이 타던 말던,, 며칠 날 꼭 납품할 수 있냐고 물으면..
'차부뚜어~'(差不多:비슷하다.즉,대충 될 것 같다.)
이 말 아직도 믿는 사람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허나 어쩝니까.
십 분에 한번 기관총 쏘아대듯 들려오는 숨 넘어가는 바이어의 독촉에
딱히 적당한 답변을 주기가 힘듭니다.
중국을 갓 배우는 초자생도 아닌데, 그 차부뚜어만 믿고 옳커니 잘 하면
맞출 수 있겠습니다 라 답변을 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런데 적당한 단어가 안 떠오릅니다.
'최선을 다 해 보겠다'..라고 했다간 궁지에 몰린 바이어는 이 말을
그러겠다는 답변으로 철석같이 믿고 한숨 돌리게 됩니다.
우리의 '최선을 다 하겠다'고 뱉은 말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거의 90% 이상의 가능성을 만들어 내었던 습관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국의 차부뚜어~를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전달 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경험상 중국의 차부뚜어는 거꾸로 거의 90%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면 됩니다.
우리의 '최선을 다 하겠다'란 말과 비슷한 말로 '努力吧'가 있는데..
즉,'好! 努力吧'...란 답변이 돌아온다면 이것도 우리와 180도 다른
의미입니다.
우리의 최선이란 눈에 쌍 불을 켜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본건 손해까지 감수합니다.
배로 들여올 자재도 비싼 비행기로 싣고 옵니다.
공인들에게 야근. 특근 등 물불을 안 가리는 것을 최선으로 터득해
왔습니다. 근데 여기의 '눌리바!'는 그 뜻이 아닙니다.
퇴근시간 되면 퇴근시키고, 전기 나가면 집으로 돌려보내고,
앞 일이 안 끝나면 의자에 앉아 졸면서 앞 생산이 끝나길 기다립니다.
자신의 컨트롤 부분이 아니기에 대책이 없다는 것이지요.
차부뚜어엔 이런 환경까지 감안해서 말하는 것입니다.
기실 거미줄처럼 엮어져 있는 거래관계에서 통제 밖의 항목엔 그렇게
말 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군요.
우리문화도 이제 좀 계획적이고 실적에 안 쫓기고 이익,
즉 실속위주로 바뀌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순리대로, 주고받는 모든 사람들이 편하고, 즐거운 연말을 맞이할 수
있도록... 물론 최선은 다 해야겠지만....
중국에 이런 유머가 있습니다.
혼기가 꽉 찬 딸을 둔 모친이 사위를 찾고 있었습니다.
중매쟁이를 만나서...
"참한 청년 하나 물색해 주오~"
"키는 어느 정도 커야 됩니까?"
"백칠십에서 백팔십 정도면 됩니다."(一米七八左右差不多)
며칠 후 훤칠한 키에 영화배우 비스무리한 청년을 데리고 왔습니다.
입이 여기서 저기까지 찢어진 모친은 중매쟁이에게 연신 고맙다고
하면서.. 얼른 집으로 들어오라고 손짓을 합니다.
헌데, 문지방을 넘는 폼이 좀 이상합니다.
오른발과 왼발의 박자가 안 맞아요.
아뿔싸~ 절뚝발이네요.
빗자루로 중매쟁이를 내리 패서 쫓아버렸습니다.
돌아가는 중매쟁이 왈...
"씨바... 전국을 수배해서 어렵게 조건에 맞는 신랑을 데려왔는데.."
제가 어릴 때 생각이 납니다.
나그네가 길을 물으면서, 자전거를 좀 빌리자 하면..
어른들은 지게 작대기로 가까운 산 등선을 가리키며 꼭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걸으면 잠깐입니다. 저~기 만디이 하나만 넘으면 됩니다."
그 말 듣고 걸어서 하루 반나절 만에 도착했던 나그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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