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많은 소수민족 중 하나인 조선족은 현재 약 200만 명 정도로
현재 우리가 만주라고 부르는 지역인 길림성, 흑룡강성, 요녕성에 주로
살고 있지만, 중국의 개혁 개방화 이후 많은 한국기업들이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대다수의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북경, 상해 등
중국의 대도시로 흩어져 현재 한국기업의 중요 실무를 맡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에 있는 수많은 한국 기업들의 주재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조선족 때문에 힘들어서 못해
먹겠다며 십중팔구 그들에 대해 많은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역시 조선족들도 마찬가지로 한국 사람들에게 많은 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주된 원인이 아마 많은 사람들은 조선족
- 저는 조선족이란 어감이 좋지 않아 제 개인적으로는 재중동포라
합니다 - 과 대화가 가능하니까 한국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생각도 같을 것이라 생각하고 일을 진행하다 보니 그런 오해와
편견이 생기지 않았나 하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조선족은 다른 50여 개의 소수민족과는 그 역사적 배경이 다릅니다.
대다수의 중국 내의 소수민족들은 원래 중국역사가 시작된 이후로
그 자리에서 살아온 민족이지만 우리가 말하는 조선족이란 300년 전
조선왕조의 학정에 못 이겨 이주를 시작한 이래 압록강과 두만강 이남의
한반도로부터 차례의 대규모 이주를 거쳐 중국의 동북지구에 정착한
후에 서서히 형성된 하나의 새로운 민족 공동체입니다.
사람들과 이야기 하다 보면 조선족의 역사는 일제 강점기에 일제의
학정과 토지 수탈 이후 많은 농민들과 애국지사들이 만주로 들어와
정착한 사람들 그 일부만 가리켜 조선족이라고 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대다수의 재중동포들과 말만 통할뿐 한국인과는 완전히
다른 하나의 공동체라는 사실에 많이 놀라고 왜 그들 스스로 중국인이
되려고 하는지 많은 의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제 나름대로
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었는지 몰라도 그들의 처절했던 역사적
배경과 중국 내에서의 그들의 지위를 알고 난 이후에는 왜 그들이
스스로 조선인이라 하지 않고 중국인으로 살고 싶어 하는지 그들의
심정이 이해가 되더군요.
“조선족의 두 얼굴” 편 시작하겠습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언어, 문화적인 측면 때문에 대부분의 사업장
에서 많은 재중동포들을 찾습니다.
하지만 한중 수교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초기의 재중동포에 대한
호감에서 지금은 한국 사람들이 그들에 대해 많은 불신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저도 마찬가지이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저 스스로 재중동포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저도 아직은 중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나 봅니다.
얼마 전에 재중동포와 저녁을 먹으면서 6. 25 전쟁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중국이 전쟁에 개입을 안 했더라면 지금 한반도는 통일
되어 한국이 더 발전을 했을 것이고 상대적으로 재중동포도 지금보다는
그 지위가 많이 나아지지 않았겠냐는 질문에 그들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중국이 개입을 한 것은 북한을 도와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중국을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미제가 한반도를 통일 해버렸으면 그 다음 목표는 반드시 중국이었을
것이라고. 우리의 위대한 지도자 마오쩌둥은 위대한 판단을 하여 미제를
물리친 것이라고...
민족적 괴리감을 느끼는 말이었습니다.
순간적으로 같은 조선인이란 생각이 싹 가셔버리더군요.
물론 지금 대다수의 재중동포들은 중국 땅에서 태어나 중국의 사회주의
교육을 받았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한국인과는 말이 어느 정도 통한다는 공통점 이외에는 완전히 중국화
되어버린 재중동포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더군요.
전 개인적으로 중국인들이 부러운 것이 세계 어디를 가도 그들의 전통과
언어, 문화를 지키는 것입니다.
많은 화교들이 그 많은 시간에 관계없이 완벽한 모국어를 구사하는 것을
보면 우리의 혀 꼬부라진 재미교포 2,3세 들과는 참으로 비교가
되더군요.
요즘 재중동포의 지식인들 사이에서 조선족 위기설을 거론한다고 합니다.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집단 거주지가 무너져 민족 고유의 전통이
허물어진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인 것 같습니다.
가임 여성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개방화된 도시로 많은 사람들이
이주하는 것은 당연한 현실이니까요.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그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언어적인 문제
같습니다. 요즘 대다수의 재중동포를 보면 나이가 어릴수록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중국 땅에서 태어나 앞으로도 중국인으로 살아야 하니까 한국어보다
중국어를 더 잘해야 하는 것은 필수이겠지만 언어란 것이 사고를
지배하는 만큼 재중 동포들이 점점 한족화 되어 그들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조선족 초등학교에는 인원을 못 채워 난리인데 한족 초등학교는
조선족 아이들로 북적이는 현실이 오늘날 우리 재중 동포들의 모습
입니다. 물론 부모들이 중국어를 못해서 받은 불이익을 자식에게만은
물려주지 않겠다는 절박한 생각과 중국인으로 살려면 중국어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지금 현재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등지에서 사는 교포 2, 3세들을 보면
그들이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백인들이 보기에 겉은 노랗고 속은 하얀
바나나 족의 정신적 불행을 재중동포들은 모르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들이 중국 땅에서 잘 살면 괜찮겠지만 그게 쉽지 않은 이유는
사람은 자기 정체성에 맞게 살아야 정서적, 심리적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이런 면에서는 한족에게 배워야 합니다.
그들은 세계 어디에 가서 살아도 자기들의 언어를 지키고 나아가 민족을
지킵니다. 그들은 한족 학교가 멀어 기숙을 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그들의
학교로 보내 그들의 말을 지키고 민족을 지킵니다.
그들도 외국에서 살아가자면 그 나라의 언어를 잘해야 출세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라서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비록 얼마간의 불이익이 있더라도 자기 정체성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행복하게 산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잘 알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으로는 재중동포들이 한국어를 잘 하지 못하면 - 한국 사람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 한족들이 이들을 아주 무시해 버리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의 사고로는 이해가 안 가는 것이겠죠.
한때는 중국 대륙을 지배했던 만주족이 언어를 잊어버려 지금은 민족
자체도 없어져 버린 만주족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합니다.
한국 사람들이 중국에 오면 멍청해 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아무리 똑똑하고 판단력이 좋아도 이상하리만큼 중국에 오면
그 판단력 자체를 잊어버리는 것인지 아니면 중국 사회에 적응을 못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일을 하다 보면 답답한 한국인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중국에 왔으면 중국식으로 일을 해야지 한국 타령만 하며 그 강한
자존심을 가진 중국인은 물론 재중동포까지 무시해 버리는 경우를
수없이 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국 사람들이 현지 중국의 관리자 – 중국인
이든, 재중동포이든 - 보다 절대로 일을 더 잘할 수가 없는데 중요한
일은 그들을 배제시키고 일을 하려고 하니 그 일이 잘될 리 만무합니다.
내가 그 일에서 배제를 당했는데 그 일에 협조를 해줄 것이라는 기대
자체가 잘못 된 것이지요.
그러니 한국인 자체가 중국인 특히 재중동포를 믿지 못하다 보니 서로
간에 불신감만 커져가는 것이겠죠.
중국의 대도시 공항이나 호텔 로비를 가보면 한국인, 중국인들과 재중
동포들이 짝을 지어 어설픈 한국인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장면을 쉽게
봅니다.
재중동포들의 달콤한 말에 현혹되어 전 재산 다 날리고 고국행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보았으니까요.
말이 통하고 같은 피니까 나를 위해서 일을 정성껏 해 줄 것이란 생각을
가지고 대다수의 한국 사람들은 오늘도 중국행 비향기를 탑니다.
- 물론 중국의 재중동포도 마찬가지 생각을 가지고 한국행 비행기를
타겠지만 - 중국인은 한국인과는 달리 철저히 이익에 기반을 두고
일을 합니다.
한국인들이야 어느 정도 정에 기반을 두고 비즈니스를 하지만 중국인들은
철저히 이익 중심입니다.
이익이 나지 않으면 10년을 거래해도 무용지물입니다. 돈에 관한 관념은
거의 숭배에 가깝답니다.
이런 중국인과 연계된 재중동포의 달콤한 말에 현혹되어 중국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는 한국인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합니다.
한국에서 자동차 한대를 사도 꼼꼼하게 이것 저것 따져보면서
왜 중국에는 수십 만 불을 무책임하게 쉽게 투자해 버리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중국인들은 절대로 먼저 속내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중국에서 사업하려면 먼저 친구가 되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자기를 드러내지 않고 상대방을 재고 있다가 결정적일 때
낚아채는 것이 바로 중국인이고, 그 역할을 도와주는 것이 재중동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물론 한국 사람들도 중국에 와서 아무 것도 모르는 재중동포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귀국해 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얼마나 사기를 쳤으면 재중동포의 소원이 한국에 가서 돈을 버는
것이라고 합니다. 대다수의 재중동포들은 무조건 한국에서는 어떤 허드레
일을 해도 인민폐 2만원 (한화로 3백만 원)이상을 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가 찰 노릇이지요.
재중동포들은 한국인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한국인도 역시 재중동포들
에게 환상을 심어주면서 사기를 치고 그러다 보니 같은 피면서도
민족적인 이질감은 점점 더 깊어만 갑니다.
저 역시 주위의 재중동포들과 일을 하면서 많은 한계를 느낍니다.
언어적인 서러움이야 그렇다 치고 완전히 중국화 되어버린 재중동포에게
오늘도 많은 한국 사람들은 한국인이란 오해를 하여 그들과의 반목은
갈수록 깊어만 갑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해 주고 서로의 능력을 인정해 주는 것이 비즈니스의
시작이며 중국에서 비즈니스의 성공의 지름길인데 그들과 함께 공영할
수는 없는지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그들은 근세에 처절한 역사를 가졌습니다.
근세 초기의 고난의 역사, 일제 강점기의 항일 투쟁의 역사 등으로 많은
피를 흘렸고, 해방 이후에는 중국의 내전에 휩쓸려 많은 동포들이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갔습니다.
얼마 전인가 T.V에서 북경 내사랑 이란 프로를 만들어 조선족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을 보고 씁쓸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들의 처절한 역사를 조금만 더 생각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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