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에서 �시의 허풍과 실제 |
출처 : 칭더오도우미 카페, 스프링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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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 연휴가 있던 지난 5월 초,
과거 한국에서 같이 회사를 다니던 동료가 베이징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 친구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기실 작년부터 사무실을 개소한 것을 알았으나 진작부터 찾아보지 못해서
미안했던 터였다.
타국 땅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라 밤 늦게 까지 소주 잔을 기울이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는데 술이 몇 순배 돌아가자 갑자기 그 친구가
“너도 중국 생활하면서 어려운 일이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라”며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었다.
고개를 갸우뚱 하며 무슨 얘기냐고 물었더니 내용인 즉
자신의 옆 사무실 어떤 중국인과 친하게 되었는데 그 사람을 통하면
지역 공안국은 물론 중앙정부의 고위층과도 바로 연결되기 때문에
아주 든든한 ‘배경’이 생겼다는 것.
더구나 그런 ‘대단한’ 사람과 자신이 형제처럼 친하게 지내기 때문에
이제 중국에서의 사업은 순풍에 돛 단 격이라는 것이 그 친구의 주장이었다.
처음에는 그런가 보다 하고 귀가 솔깃했는데 차츰 얘기를 듣다 보니
점점 냉소적인 반응이 되었다. 아니, 오히려 서서히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 친구는 중국에 오자마자 대단한 ?시를 맺었다고 우쭐한 기분에 얘기를
했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어설픈 신참 교민들의 전형적인 행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도대체 그 중국인이 정확히 어떤 사람이지는 모르지만 그 사람 자체가 대단한
직위를 가진 것도 아니고 유력인사를 안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한 다리
아니면 두 다리 건너라는 식인데 그런 사람이 무슨 힘이 있고 어떤 도움을
주겠으며 또 무슨 사업을 그런 사람들에게까지 도움부터 걱정하며 해야 하나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오랜 기간을 사귄 죽마고우가 영향력 있는 높은 자리에 있을지언정 선뜻
직위를 이용해 사업상 도움을 주기가 쉽지 않을 터인데
중국에 온지도 얼마 안 되는 녀석이 그저 퇴근 길에 몇 번 의기투합하며
술자리를 가진 후, ?시를 맺게 되었다고 자랑하는 것도 웃기지만
그런 녀석에게 또 확인할 수 없는 인맥을 과시하며 남발하는 그 중국인도
결국 같은 부류였다.
아, 중국생활에 들떠 세상물정 모르는 얼치기 같은 친구여.
필자의 추측이 맞다고 확신한 것은 그로부터 며칠 후 공교롭게도 그 친구
사무실 근처에서 아는 한국인들을 만났는데 그들 역시 은근히 ‘든든한 빽’이
생겼다고 은연 중 과시하는 것이었다.
그 ‘빽’ 과는 ‘피를 나눈 형제’ 같은 사이라는 것.
피를 나눈 형제? 아니, 수혈을 받았나?
한참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 ‘빽’ 이라는 이가 며칠 전 친구가 말한
바로 그 사람이었다. 어이가 없어 실소를 금치 못했다.
대체 그 중국인은 북경에 한국인 의형제가 얼마나 되는 걸까. 만나는
사람마다 술 한잔 얻어먹으면서 그 자리에서 ‘라오펑요우’ 를 외치거나
의형제를 맺는 걸까?
그리고 그런 ‘하급?시’, ’술자리 ?시’를 삼국지 도원결의라도 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걸까? 씁쓸한 생각이 들어 서둘러 자리를 나섰다.
?시를 과시하는 한국인들의 유형
중국과의 수교 이전의 이른바 개척시대,
그리고 수교 이후 수 많은 한국인들이 기회와 희망을 찾아 중국으로 아우성을
치며 몰려왔다. 중국 열풍이 거세질수록 더 많은 한국인들이 구름처럼 몰려
올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는 중국은 그저 죽의 장막으로
가리워진 미지의 땅일 뿐이었다.
사업을 하기에는 시장 조사부터 법인설립, 영업, 유통, 결제, 이익금 송금까지
확실하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었다.
딱히 물어볼 사람도 없었고 많은 부분을 그저 말이 통하는 조선족 동포에
의지해야만 했다.
수없이 많은 한국인과 한국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해 크고 작은 좌절을 맛보고
어떤 이는 패가망신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스러지는 일도 있었다.
우리는 이 땅에서 그렇게 처절하게 비싼 수업비용을 지불해 왔다.
그리고 그렇게 망했던 이들의 ‘전설’은 후발주자들에게 더욱 더 ?시를
강요케 했다.
왜? 그들의 실패담을 보라.
하나같이 불합리한 중국측의 처사나 황당한 사기에 당해 망했던 것이지
자신은 정당한 노력으로 일했을 뿐 잘못한 것은 별로 없다.
100% 사실인지 믿기 어렵지만 적어도 액면 그대로 그들의 실패담에 의하면
말이다. 사람마다 소설책 몇 권의 경험담을 갖고 있지만 중복되는 부분은
정해져 있다.
중국으로 가게 된 동기와 시기, 목적도 제 각각이고 사업에 망한 원인도 제
각기이지만 공통으로 추려내자면 ‘중국에서는 ?시가 필요하다’는 교과서
같은 명제를 어렵잖게 추려낼 수가 있다.
지금 중국에서 어느 정도 자리잡고 먹고 산다는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자.
하나같이 ?시가 필요했던, 전설의 고향에서나 나오는 듯한 공포체험이나
수호지 같은 영웅담이 적지 않다.
신참교민들에게는 듣고만 있어도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이야기 아닌가?
이른바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는 중국에서 ?시에 대한 집착은
그만큼 중국에서 사업하기가 두렵고 힘들다는 현실의 반증이자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중국에서 만나는 한국인들은 열이면 열, ?시가 없다고 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노골적으로 자랑하거나 은근히 내세운다.
주로 사업이 성장해 어느 정도 자리잡은 점잖고 지위가 있는 사람들 보다는
막 사업을 시작하거나 갓 중국으로 들어온 신참 교민들에게 그러한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또한 직업적으로 보면 외풍을 견뎌낼 조직이 있는 주재원이나 어느 정도
규모가 큰 사업을 하는 이들보다도 소규모 사업이나 자영업 하는 사람들이
더 그러하다.
그렇다면 ?시를 과시하는 사람들의 심리와 유형은 어떠할까?
나름대로 추론해 보자.
첫째, 잘 모르고 하는 과시다.
이들은 주로 허풍에 잘속는 신참 교민들로 순진한 구석이 엿보인다.
쉽게 말해 이런 경우 세상 물정, 중국 실정 잘 모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저런 연유로 몇번 만나게 된 중국인이
“나는 이래뵈도 최고위층과 연결된다. 네가 어려운 것 있으면 봐주겠다”는
호언장담을 그대로 믿고 든든한 배경이 생겼다며 즐거워하는 식이다.
한국에서 판검사나 재벌가의 자식이라고 하면 제대로 따져 보지도 않고
‘봉 잡았다’며 몸 바쳐 속아 넘어가는 여자들의 심리가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사실 수교 초창기에는 이런 종류의 사기에 당한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리라 믿는다.
사무실에 내걸려 있는 유명인사와 같이 찍은 사진 한 장에 넘어가 인허가를
부탁하거나 귀가 솔깃해 계약을 맺고 돈을 갖다 바쳤다가 떼이는 식이다.
어느 정도 중국 생활에 익숙한 이들은 대체로 이들 신참교민들의 이러한 ?시
자랑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잘 모르는 법.
몇 년전 필자가 묵었던 민박집의 중국인 주인 왈,
자기와 절친한 한국인이 국정원과 연결된다며 입에 침을 튀기며 큰소리 치는
것을 본적이 있다. 그리고 한국에도 몇번 다녀와 시장조사를 했고 나름대로
장미빛 전망의 사업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70~80년대도 아니고 요즘 그런 정부기관이 떳떳히 세금
내고 정당한 사업하는 사람들에게 무슨 힘을 쓰겠느냐 마는
그저 속으로 웃을 뿐이었다.
신참 교민들에게 중국이 미지의 세계이듯 중국인들에게도 한국 역시 낯선
이국일 터이다.
한국에서의 새로 시작하는 사업에 들뜬 순박한 그에게 민박집을 오고 갔던
얼치기 한국인들이 저녁 술상을 놓고 얼마나 큰소리를 쳤을지 상상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아마 그를 앉혀놓고
“당신 나한테 잘 보이면 한국에서 사업 편하다”,
“내가 모 정당의 국회의원과 연결된다” 는 류의 큰소리 칠 때
그 민박집 주인의 눈은 얼마나 초롱초롱 빛났을까?
한편 “중국 고위층과 연결된다”는 중국인들의 말에 설레이는 기대로 고개를
끄덕이는, 갓 중국 들어온 한국인들도 이와 비슷한 광경이 아니었을까?
둘째,
모르고 떠드는 결과적 허풍이 있다면 알고 하는 의도적 허풍도 있다.
?시를 과시 하면서 직원들에게 자신의 리더십을 확고히 하고 경외감을
주거나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서 말이다.
한국의 어떤 유명한 건설분야 CEO는 늘 직원들이 사용하는 회사 내부 게시판에
“무슨 국회의원 면담”, ”모 도지사와 밤새도록 술먹다” 는 식으로
자신의 개인 동향을 상세히 올려 놓는다.
그가 굳이 그런 개인적인 일들까지 자세히 사내게시판에 올려놓는 이유는
그것을 볼 때마다 직원들이
“아! 우리 사장님 역시 대단하신 분이구나” ,
”회사를 위해 바삐 움직이며 저런 대단한 사람들을 만나는구나”
라는 존경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
아닌게 아니라 중국에서 일하는 현지 직원들을 만나보면 너도 나도
“우리 사장님의 ?시가 대단하다”라며 입을 모은다.
어련하겠냐마는.
셋째,
?시를 과시하는 이들의 심리저변에는 나를 무시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 자기 방어의 의미도 있다고 본다.
“외국에 나가면 외국인이 아니라 같은 한국인들을 조심하라”는 말도 있는
것처럼 중국 교민사회에 같은 한국인 끼리 등치는 경우가 좀 많은가?
또한 늘 자본이나 아이템, 추진력 등이 부족하기 때문에 눈만 맞으면 동업이
잦은 것이 중국 교민사회의 현실이기도 하다.
즉, 이 바닥에서는 자신이 만난 모든 이들이 다 나의 잠재적인 동업자도
경쟁자도 될 수도 있다. ?시 과시는 그런 잠재적 동업자들에게는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려는 사전포석이자 또한 잠재적 경쟁자들에게는 자기방어적 본능에서
우러난 일종의 경고의 의미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지나친 억측이 될까?
적지않는 한국인들이 과신하는 ?시가 실제 어느 정도의 문제해결의 능력이
있는지 알 길은 없다. 하지만 ?시로 구체적으로 덕을 봤다는 사람은 찾아
보기 힘들다.
중국은 과거 보다 많이 투명해졌다. WTO 가입 이후 대대적인 법률이 제정
되었거나 개정되었고 이 법률의 이행은 국제적으로 약속된 사항이다.
과거 인치(人治)하에서 일상적으로 행해져 왔던 일들이 이제는 몇몇 사람들의
판단으로만 규칙을 바꾸기가 어려워졌다는 상황 변화가 생겼다.
인터넷 사용자가 급증하였고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많이 높아져 그저 공안국
간부나 공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 죄 없는 이들이 무서워 하던 시대는
지났다.
내년 2008년에는 올림픽을 개최한다.
서울 올림픽 이후의 한국과 베이징 올림픽 이후의 중국을 비교해보자.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무섭게 발전하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투명화, 법제화를 통해 선진국으로 숨가쁘게 내달리는데
오히려 많은 한국인들은 거꾸로 ?시만 강조하고 집착하는 수교 초창기의
의식에 머물러 있다.
아니, 혹은 남들보다 좀 편하게 가기 위하여 그 시절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베이징 같은 대도시나 경제 특구에서는 이미 절차나 규정이 상당한
수준으로 표준화 되어 있고 빈틈이 별로 없다.
‘누구를 통하면 어느 유망한 사업권을 준다더라’는 식의 허풍은
이제 잘 통하지 않는다. (물론 아직도 이를 즐기는 사람이 있지만)
잘못하면 새치기 하는 비용이 더 클 수 있다.
?시란 실력 이상으로 맹신할게 못된다.
중국은 부정부패에 대해 원칙적으로 한국보다 더 엄격한 나라다.
뇌물 수뢰 같은 부패사범의 경우는 사형도 빈번하다.
혹은 누군가 ?시를 믿고 인허가 관련하여 새치기를 했다거나 사업상 편의를
얻었다면 상대적 피해를 입은 다른 이가 중앙으로 직보한다거나
무리를 해서라도 더 ‘센’ ?시를 동원할지도 모른다.
‘논두렁 ?시’ 만을 믿고 있다가 그 ?시의 중심 인물이 후환이 두려워
중간에서 손을 빼는 순간 피해는 결국 당사자가 고스란히 입게 된다.
중국에서 투자관련 담당 공무원을 만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지방 공무원은 더더욱 만나기 쉽다. 그러나 함정은 바로 여기 있다.
한국인들은 높은 공무원을 알고 있거나 만날 수 있다는 자체를 영광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관련 공무원과 친분이 있다면 원하는 일이
다 성사된 듯이 지레짐작하기가 쉽다.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다 사업을 추진한다. 지방정부, 성정부, 심지어 중앙
정부의 힘을 빌려서라도 해결해 줄수 있다고 호언장담하지만
공무원들의 호언만을 믿고 낭패를 당하는 수도 부지기수다.
공무원들도 공무원인 이상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신분상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면 관계상 옮기지 못할 무수한 사례들이 엄청 많다.
노회한 기업인들 뿐 아니라 테헤란로의 잘나가는 벤처기업 젊은이들도 중국에
와서 ?시만 믿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만 알아두자.
한인사회의 ?시에 대한 집착과 위험
많은 한국인들이 중국에서 중국인들 대상으로만 ?시를 맺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한국인들끼리의 ?시에 대한 욕구도 못 말린다.
중국 교민사회의 덩치가 커지다 보니 왕징 중심의 교민경제가 또한 커졌다.
많은 사업의 주고객이 중국인들이 아니라 한국인들이다 보니 교민 경제가
교민들끼리 상호의존적인 구조가 되어 버렸다.
동업도 빈번하다. 그러다 보니 교민들끼리의 ?시를 맺으려는 노력도 치열할
수 밖에 없다. 기회가 닿으면 학연, 지연, 업종 뭐든 껀수를 통해서 ‘엮으려’
한다.
돌이켜보라. 한국에서 살다 보면 특별한 사교모임 혹은 사업상의 신규
거래처가 아닌 바에는 전혀 새로운 인물의 자신의 인간관계에 신규 진입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 교민사회에서는 좀 괜찮고 ‘든든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어디든지 달려 나가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수가 많다.
특히 한국에서 사업차 누가 왔다고 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끼고 싶어한다.
돈 좀 많다고 하는 이들에게는 두말 할 나위 없다.
특별한 목적 없이 이 사람 저 사람 떠돌며 만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런 이들에게 진솔한 인간관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물론 일부를 제외하고는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진솔한 교민들이 더 많을 것이라 믿는다.
멀리 고국을 떠나와 해외에서 같은 한국인들끼리 알고 지내고 화합하고
뭉치는 것은 얼마나 보기 좋은 일인가?
문제는 ?시에 대한 무분별한 집착, 거품과 욕망에 있다.
몇 년전 중국에서 사업을 위한 시장조사를 하러 왔다는 L(38)씨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중국에 와서 돈 많은 행세를 하다 보니 주위에서 이 사람 저사람
‘연결’을 시켜 주었다.
한국에서 사회생활이 별로 없었던 그는 많은 사람들과 잦은 술자리를 갖다
보니 스스로 인간관계가 넓어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고
때로는 지위가 좀 높은 사람들을 만나면 왠지 마음이 든든하고 뿌듯해지곤 했다.
한국에서는 왠만해서 만나기 힘든 사람들도 중국에서는 교회를 나가거나 이런
저런 사람들을 통하면 쉽게 만날 수 있었다.
해외 교민사회의 인간관계는 많은 부분 종교, 그것도 기독교 커뮤니티 위주로
재편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대단한 인사인양 우쭐해졌고 식사라도 한번 하면 더
기고만장해졌다.
그러나 그는 한국과는 달리 중국 교민사회는 의외로 상류층의 이너 서클이
아주 작고 계층간의 접촉이 잦은 구조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다만 얻은 것은 L씨도 그들처럼 성공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심리만 생겼을
뿐. 들뜬 기분에 2년여를 보낸 L은 얼마 전 베이징을 힘없이 떠나 귀국했다.
자신이 직접 중국을 통찰할 생각을 안하고 그저 2년여를 ?시를 통해 사업
아이템을 찾고자 노력하다가 세월을 허비한 것이다.
외국에서 만난 한국인이라고 무조건 반가워해야 할게 아니라 한국인들끼리의
?시를 조심해야 하는 이유를 현지의 실정과 함께 살펴보자.
소수이나 첫째로 어쩔 수 없이 중국에 체류할 수 밖에 없는 한국인들이 적지
않다. 한국에서 생활하기도 어렵고 이민을 떠나지도 못하는, 극히 개인적인
어려운 상황이 벌어져 중국에 온이들도 있다.
외국에 갈 어학실력도 안되고 외국에 투자할 만큼 충분한 자금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무작정 또는 다른 도피성으로 오거나 준비 없이
중국에 온 사람들도 볼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로 한국에서라면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만날 일이 없을
사람들과 동석하는 기회를 어렵지 않게 가질 수 있다.
한국인이라는 단 한가지 이유로 말이다.
서로를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까. 허우대 멀쩡하고 언변 좋고 세상 돌아가는
사정에 밝으면 술자리 몇 번 끝에 거래가 시작되고 청탁을 한다.
돈이 오간다. 그리고 약속한 기일이 지난다.
한쪽은 당했다고 한다. 그리고 등을 돌린다.
뿌리 깊은 외국에서의 한국인 기피증은 정상적인 사람들 사이에서도 쉽게
발병한다. 평소 보기에는 아주 정상적인 한국인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사기꾼으로 전락한다. 슬슬 도망 다니는 처지가 되거나 잠적한 사람들을 찾아
다니게 된다. 그러다가 슬그머니 사라지는 경우도 적지않다.
?시를 통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일부 한국인들이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한인사회에 무분별한 ?시 확장과 연결은 위험하다.
자신 조차도 검증 못하는 사람을 그저 꾸안시 확장을 이유로 잘못 ‘연결’
해주었다가 책임져야 할 민망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시는 양이 아니라 질의 문제인 것이다.
중국에서의 ?시의 진정한 의미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중국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관계,
즉 ‘?시’의 의미에 대해서 좀 더 정확히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일상적으로 만나는 사람들과의 ?시는 물론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정부
기관이나 사람들을 만나 친교를 두텁게 하는 일은 개인적인 일일수 있지만
사업차원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활동임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많은 중국 교민들이 ?시에 대해 잘못 오해하다가 상당한 돈과 시간의
낭비는 물론이고 심지어 발목을 잡히는 수도 더러 생긴다.
사실 ?시는 합리적인 인간관계가 주를 이루는 서양과는 달리 우리의 경험에서
그렇게 생소한 개념도 아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의 인맥이나 연줄 등 뒷 배경을 잘 활용하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또 그렇게 간단하게 이해되는 것도 아니다.
중국적 특징을 고려한 인간관계를 이해하지 않으면 술 한잔 거하게 사주고
선물 주고 살살 달래야 하는 상대 이상의 의미가 나오기 어렵다.
중국에서의 ?시는 법치(法治) 보다는 인치(人治)을 위주로 국가의 규칙을
운영해 왔던 전통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사람이 바뀌면 원칙도 수시로 바뀌는 사회에서 자신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키워줄 수 있는 그들만의 네트워크를 만든 것이라고 보면 된다.
혈연, 지연, 학연 등 주변 사람 중심으로 인맥을 엮기도 하지만,
중국에서 중요시 하는 것은 의(義)라는 덕목인데 여기서 ‘의’란 우리말의
의리와 비슷한 개념이다.
중국의 영웅 소설 수호지나 삼국지를 보면 이러한 의로 맺어진 ?시가
거대한 세력을 이뤄 천하의 자웅을 겨루곤 한다.
그리고 이 네트워크의 특징 중의 하나가 ‘확장성’이다.
‘내 친구의 친구는 내 친구’라는 단순한 평범한 도식이 성립되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에서 사업하다 보면 믿을 만한 사람이 써주는 소개장의 위력은
대단하다. 중국의 이런 인간 네트워크는 그간 상당히 유효한 문제 해결의
수단이 되어 왔다.
물론 개혁, 개방 이후 많이 약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과거 중국의 상업 네트워크의 전통과 맞물려 만만하지 않는 그들 나름대로의
?시 네트워크가 움직이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공무원들을 몇 번 접대하고 선물 주고 이런 과정으로 친해졌다고 해서
?시를 형성했다고 으시대는 것이 아직도 우리의 현 수준이다.
물론 이런 ?시도 때로는 필요하다. 즉 자신의 중국 사업을 외풍으로부터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개척하고 실질적인 제휴를
성사시키는데 도움을 줘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성공을 일구어 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효율적인 네트워크를
찾아내고자 하는 목적에서 ?시 수립을 도모해야 한다.
이러한 고급 ?시는 술자리 접대, 선물증정이 아니라 깊은 신뢰감과 덕망,
재능과 실력, 비전이 그들에게 읽혀지고 보여져야 한다.
쉽게 말하면 ?시를 수립하는 것은 오랜 시간을 두고 진정한 친구가 되는
과정이다.
젊은 기업인들이 있는 술자리에 가보면
“나는 북경시의 누구를 안다”,
“나는 어느 쪽과 좀 인맥이 있지” 라는 식으로
너도 나도 술 한잔 걸치고 경쟁적으로 ?시를 자랑하는 것이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세태다.
주로 “너 누구누구 알기나 해? 난 알아!” 이런 식이다.
과연 그런 이들이 얼마나 진정한 ?시를 수립했는지 의심스럽다.
혹시 어렵사리 줄을 대 만나서 밥 한번 사주고 술 한번 접대하고 명함 주고
받은 것으로 ?시 운운하는 것이 아닐런지.
진정한 ?시 수립으로 중국에서 성공한 젊은 사업가들의 멋진 모습을
기대하며 글을 맺는다.
글쓴이: 중국정보도우미종합대행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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