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의 기억과 발자취/중국과 친해지기

[스크랩] 중국에서 자녀교육을 시켜보니..(중학교)

주님의 착한 종 2007. 9. 22. 13:49

초등학교까지는 그래도 멋 모르고 지내온듯합니다.

중국어는 어느정도 능수능란하나 한국어가 서툴러서 보완이 좀 필요했지요.

일반적 언어는 집에서도 가족과 함께 사용하니까 의사소통엔 별 문제가 없었지만,

아무래도 한국에 있는 또래아이들의 톡톡 튀는 어휘력엔 한참 뒤떨어졌습니다.

 

책이나 TV를 보다가.... 

'아빠.활력소가 뭐야?'---'생활에 힘을주는 요소'

'요소가 뭐야?공부벌레는 뭔데? 왜 벌레라 하는데?'

'싸가지가 뭐야? 졸라가 뭐야? 돌진이 뭐야? 뭐야?뭐야?.....'

 

마침 주말 한글학교가 생겼습니다.

비록 토요일 하루만 공부를 하지만, 국어.국사만큼은 철저히 가르치고,

같은 또래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 부족한 어휘력을 보충할 수가 있었지요.

물론, 중국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우리의 역사는 아이의 정체성 찾는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또 가급적 책을 많이 읽게하려고 한국에서 수시로 책을 공수했지요.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독서도우미 교실이 운영되지 않아 별다른 뾰족수가 없었습니다.

지금도 우리집 거실벽은 온통 책으로 도배가 되어있습니다.1천권이 넘을겁니다.

사 놓으면 뭐 합니까. 우째 그리 책 읽는것은 싫어하는지..

덕택에 저라도  잘 즐겼습니다. 해리포트도 7권까지 재미있게 자~~알.

그나마 그거라도 심심하면 가끔 읽었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애들과의 갭이 많이 줄어드는것을 느꼈습니다.

 

초등학교 졸업시, 중학교 선택을 위해 학교에서 추첨을 한답니다.

보통 공립학교는 한 학교당 주위의 서너군데 중학교를 선정해서 우리말로 뺑뺑이를 돌려

진학할 학교를 확정합니다.다른 학교는 갈 수가 없지요.

 

만약 다른학교를 갈려면, 학적부를 받아가야 하는데, 잘 안 줄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학교 기부금을 내고 정해진 학교외의 다른학교로 진학할 수는 있었습니다만,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지요.

당시, 청도엔 몇몇 공립학교는 한국아이들이 적고 학업도 알차다는 소문이 나 돌았습니다.

우리애는 선택된 중학교로 그냥 진학을 했습니다.

한 반에 한국학생이 너댓명이 있었지요.

 

당시,공립중학교에선 한국학생을 잘 안 받을려고 했습니다.

우리애같이 정상적으로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은 법에 따라 어쩔수없이 받았지만...

 

이유가 있었습니다.

공립학교의 선생님들은 모두 맡은 반 아이들의 성적에 따라 선생들의 점수를 매겼습니다.

이 점수는 선생님의 호봉과 진급에 직결되는 중요한 항목인것입니다.

따라서, 그 반에 한국학생 한두명만 있어도 전체 점수가 낮아져 담임선생은 큰 불이익을 받게되지요.

 

당연히 선생들의 불만이 컸습니다.

한국학생들을 서로 받지 않을려고 했고,

만약 어쩔수없이 자기반에 한국학생이 있으면, 중점지도라 해서 애를 아주 잡습니다.

아이들 스트레스가 말이 아니지요.못견뎌서 학교를 사립으로 옮기는 아이들도 많았지요.

 

교육당국도 이런 모순을 알고,

우리애가 진학할 때 쯤, 제도변경이 있었습니다.

즉, 외국학생들의 성적은 교사들의 학업평가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었지요.

 

이것은 교사들과 학교당국에서는 희소식이 되겠습니다.

정상적으로 진학해 온 학생들이나, 거액의 기부금을 내고 들어오는 학생들은

학교재정에 큰 도움이 될 뿐아니라 그들의 성적이 교사능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꿩먹고 알먹기 였지요.

 

그러나,이 제도는 학부모와 학생들에게는 독약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저도 몇번 수업중인 우리애의 교실을 찾아 창문너머로 어찌 공부하나, 쓸쩍 구경한 적이 있는데,

공부는 무슨...

수업시간에 뒷줄 전체가 책상에 엎드려 쿨쿨 잠만 자고 있습니다.

우리애를 포함해서 모두 한국학생입니다.

앞줄 중국학생들의 눈은 초롱초롱하고, 선생님의 강의도 열정적인데...

어차피 못알아 들을 학생들...

아예 학업에 방해나 주지마라고, 잠자는 것을 묵인하고 있었습니다.

뿐 아니라, 수업을 빼먹고 학교주위로,PC방으로 전전하는 학생도 많았습니다.

방치되어 있는거지요.

 

한국학생들은 언어실력이 모자라, 선생님의 양해하에 오전 수업만 받고.

오후에는 중국어 학원,한국어 학원으로 전전하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우리애는 학교수업정도는 따라갈 만한 언어실력인데도 불구하고

몇몇의 한국학생들과 함께 어울려 잘 놀고 다닙니다.왕따를 당하기 싫어서일것입니다.

 

특히나,우리애가 진학한 학교는 당시  소문이 별로 않 좋은 학교입니다.

그 학교 중국아이들도 공부보다 놀기좋아하고, 못된짓 많이 하기로 소문나 있었지요.

전체적으로 학교이미지가 나빠, 우리애도 초등학교 졸업시 그 학교가 안 걸리길 두손모아 빌 정도였지요.

이러니 옳은 학습이 이루어 지겠습니까.

 

우리부부는 이제 성적보다 애 품성이 나빠질까 고민이 산더미 만했습니다.

서서히 PC방을 드나들기 시작한 때도 그때였습니다.

쇠똥도 안 벗겨진 중학생 놈들이 밤에 담배 꼬나물고 길거리 배회하다가 우리부부에게 들킨 놈들이

한두명 아닙니다. 모두가 우리부부가 잘 아는 학생들입니다.

우리애가 그 와중에 같이 휩쓸려 놀다가 저리되면 어쩌나, 걱정도 이런 걱정이 없었습니다.

어른도 마찬가지입니다만, 학창시절때 친구를 어떻게 사귀느냐에 따라 인생행로가 바뀌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그는 엄마,아빠에게서 있는 잔소리,없는 잔소리를 하도 많이 들어서인지..

그리 과하게 빠져들지는 않았습니다.(PC방에서 게임하는것은 빼고...한동안은 아예 붙어 살더구먼요.)

지금생각하니, 제 엄마가 귀찮을 정도로 졸졸 따라다니며, 동선을 추적하니 아마 스트레스 엄청 받았겟습니다.

단언컨데,  매주 다니는 교회활동이 그녀석의 부족한 정서를 그나마 채워주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같은 한국인 또래들과 모임을 갖고, MT와 여행을 다니며 기독교적 도덕심이 몸에 자연적으로 배였을듯합니다.

(이 대목에서, 제가 남들과 같이 빠지기 쉬운 오류 하나--즉, 모든 부모는 우리애는 절대 그렇지 않을것이란 착오.)

다행스럽게도 우리부부가 가진 정보망 내에서는 그런 착오가 없어서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이제 중학교까지 왔는데  주저리 주저리 엄청 길군요.

-또 계속-

 

편안한 휴일 보내십시오.

출처 : 칭다오 도우미 마을
글쓴이 : 스프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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