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라고 말했던 미당 서정주선생.
물론 그가 자신의 시, 자화상에서 말했던 바람이 단지 남자들의 속된
바람기를 말했던 건 아니지만 그 역시 평생 졸업할 수 없었던 것이
다름아닌 여자라고 했다.
얼마 전. 내 남자의 여자라는 방송드라마로 또 한 번 장안의 화제를
모았던 작가 김수현씨는 그 드라마가 종영될 즈음 여자의 가장 큰 공포는
남자의 변심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남자의 가장 큰 공포는 무얼까?
다름아닌 '여자의 외면' 이다
신모 여인이라는 35살 난 여자가 온 나라를 뒤흔들고도 남을 만큼의 엄청난
파문을 몰고 온 배경에는 바로 그 여자의 시선에서 외면 당하지 않으려는
이 나라 사내들 ..특히 위기의 남자들의 애절한 몸부림이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 가운데 하나 불거진 모씨는 1949년생으로 아직은 50대이다.
그런데 그보다 한 살 많은 홀거 라이너스라는 독일작가가 '남자 나이 50'
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50대 남자의 외도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달콤하지만 그보다 더 치명적인
독약도 없다 라고 말했다
사실 남자에게도 폐경기가 있다. 월경을 해본 일이 없는 남자가 무슨
폐경기를 맞을 거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35년간 심리치료사로 일해온
제드 다이아몬드는 자신 있게 그렇다고 말한다.
신체적으로 피로가 밀려오고 성관계에 자신을 잃으며 심리적으로 짜증이
늘고 우울한 기분에 자주 사로잡히면 남자의 폐경기를 의심해 봐야 한다.
이때는 왠지 모를 고립감에 빠지고 불안감이 증가하며 젊은 여성과의
불륜을 상상하거나 실행에 옮겨 자신의 시들어가는 남성상을 확인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곤 한다.
남자의 인생에는 두 개의 봉우리가 있다.
첫 번째 봉우리에 오르려면 사춘기, 두 번째 인생의 봉우리에 오르려면
폐경기라는 협곡을 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