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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언론매체가, 한국과 전세계 신문방송이 중국 '얼나이'(二奶, 둘째 부인이나 첩)들의 대표적인 집단거주지로 지목한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시 둥먼거리 앞 후베이(湖貝)촌. 그 곳에 홍콩인들의 얼나이들은 더 이상 살지 않았다. 중국에 더 이상 특정지역만의 얼나이촌은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선전 전역에, 광둥성 전체에, 온 중국 대륙에 얼나이들이 흩어져 살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개방정책의 축복을 가장 먼저 받은 선전시를 넘어, 중국에서 가장 잘 사는 광둥성을 벗어나, 오늘날 중국의 얼나이 여성들은, 얼나이를 두는 권력 있고 돈 있는(有權有錢) 남성들의 축첩문화는 대륙 전역에 광풍처럼 몰아치고 있었다.
이달 초 기자는 MBC 'W'팀 이영호 PD와 함께 얼나이로 대표되는 중국의 축첩현상과 이를 쉽게 받아들이는 중국사회에 대한 심층취재를 마쳤다. 작년 12월 쓴 기사(아래 '관련기사')를 하나하나씩 점검한 이번 심층취재를 준비하면서 기자는 놀라운 몇몇 최신뉴스를 발견했다. 딸이 아버지의 얼나이를 거리에서 구타하는 동영상이 중국 국영 CCTV에 방영되는가 하면, 여러 권의 책을 낸 중견소설가가 과거 얼나이를 했던 경험을 신간 소설에 녹여 발표하여 충격을 주었다. 아전(阿珍)이라는 가명의 한 네티즌은 자신의 얼나이 생활을 보고문학 형식으로 교제사이트인 '이요(億友)'에 연재하고 있어 중국 네티즌을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달 7일 광둥성 산터우시에서는 스폰서 역할을 하는 '라오공'(老公, 남편)과 헤어질 것을 강요하는 얼나이를 산나이(三奶, 세째 부인)가 잔혹하게 죽인 살인사건까지 발생했다. 작년 9월 얼나이를 둔 산둥성 국토자원청 간부인 아버지를 고소하고 축첩 반대 인터넷 웹사이트를 운영했던 한 여대생에 대해 그의 아버지와 얼나이가 딸을 인격모독죄로 고소, 법원이 보호관찰 2년 처분을 내리는 전대미문의 일까지 벌어졌다. 얼나이현상, 축첩문화가 사람의 생명을 빼앗아가고 한 가정까지 철저히 붕괴시키는 상황까지 낳고 있는 것이다.
중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축첩문제를 살펴보기 위해 취재진은 얼나이가 처음 탄생한 선전시를 찾았다. 과거 얼나이촌으로 불렸던 후베이촌은 홍콩과 선전의 출입국 관문인 뤄후(羅湖)에서 불과 3㎞ 떨어진 곳. 걸어서 20분 안에 충분히 닿을 수 있는 후베이촌은 선전의 명동인 라오제에서 그리 멀지 않고, 선전 젊은이들이 즐겨찾는 둥먼거리와 인접해 있다. 원래 선전은 홍콩과 인접한 작은 어촌마을이었다. 원주민이 3만여명에 불과했던 선전이 오늘날 상하이와 더불어 중국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가장 높은 도시로 발전한 것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정책에 따른 경제특구 지정 때문이었다. 얼나이문제와 관련된 소송처리로 선전에서 가장 인기있는 변호사인 주윈더는 "홍콩을 시발로 대만, 일본, 미국 등 외국인 투자가들이 선전에 투자를 기업과 공장을 설립하면서 얼나이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광둥성에 투자한 10명의 대만인 가운데 9명이 얼나이를 두고 있다"면서 "지금은 외국인들만 아니라 부패한 관리와 돈 있는 부자들에게 여러 명의 첩을 두는 것이 자기 과시를 위해서, 생활의 자극을 주기 위해서 일반적인 현상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전대학 사회학과 학과장이자 혼인가정연구회 회장인 이송궈 교수는 "자본주의 폐악을 철저히 탄압한 문화대혁명 시기에도 축첩현상이 있었다"면서 "개혁개방후 경제가 급속히 발전하고 서구문화가 무분별하게 유입되면서 숨었던 축첩문화가 얼나이현상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진이 처음 찾은 뤄후 출입국센터에는 묘령의 여성들이 누군가 기다리고 있었다. 일부는 가족들이나 비슷한 또래의 남성들을 마중 나왔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홍콩에서 넘어오는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남성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과거 교통이 불편하고 먹고 놀고 잘 곳이 라오제에 집중했을 때 홍콩인 라오공과 그의 얼나이들은 후베이촌에 집중적으로 몰려 살았다. 그 양상이 달라져 지금 선전에는 빠르고 편리한 지하철과 버스, 쉽게 잡아 탈 수 있는 택시들이 거미줄처럼 깔려 있다. 중국에서 가장 잘 사는 도시답게 선전은 거대하고 편리한 메트로폴리스가 되었고 시내 곳곳에 먹고 놀고 잘 곳이 넘쳐난다. 그렇다면 홍콩인들의 얼나이촌은 사라졌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선전 토박이인 중국인 지인이 알려준 푸텐(福田)구 시아샤(下沙)에는 아직도 홍콩인 남성들의 해방구가 존재하고 있다. 식당, 상점, 술집, 카페, 노래방, 미용실, 퇴폐안마소, 매매춘업소, 호텔 등이 들어서 있는 주상복합건물들이 줄지어 있는 시아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두 부류다. 하나는 중국 각지에서 온 젊은 여성들과 또 하나는 홍콩 남성들이다. 낮밤과 평일, 주말을 가릴 것 없이 언제나 사람들이 붐비는 시아샤에서는 나이가 지긋한 홍콩인들이 젊은 여성들 옆에 끼고 거리를 거니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식당 안에서 뜨거운 눈길을 나누며 식사하는 나이든 중년 남성과 젊은 여성들을 접하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뤄후와 시아샤를 오가는 총알택시를 운전하는 왕아무개는 "시아샤는 해변에 인접해 있어 선전에서 홍콩의 핸드폰 신호가 잡히는 유일한 곳"이라며 "아침에 홍콩 내 다른 곳으로 출장을 갔다고 본 부인을 속인 뒤 시아샤로 와서 자신의 얼나이와 즐긴 뒤 저녁에 홍콩으로 돌아가는 남성들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왕은 "여기는 먹고 놀고 잘 수 있는 원샷 시스템이 완비한데다 여성 혼자 살 수 있는 아파트도 싼 값에 쉽게 임대할 수 있어 홍콩인들이 선호하게 됐고 신흥 얼나이촌이 형성되었다"고 말했다.
@BRI@얼마나 많은 얼나이들이 시아샤에 살고 있을까? 취재진은 중국 얼나이 여성에 관한 소설을 쓰는 작가로 위장하여 작품을 쓰는데 필요한 사례를 찾는다는 전단지를 곳곳에 내붙었다. 그리 많지 않은 전단지를 붙인지 2시간도 안 되어 자신의 주변에 얼나이인 친구나 친척이 있다는 제보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여러 통의 제보 가운데 취재진이 만나기로 한 취재원은 홍콩인이 아닌 중국인 스폰서를 둔 얼나이 여성이었다. 올해 21살인 궈홍(가명)은 내륙지방인 후난성 우한시 출신이었다. 고등학교 졸업후 고향을 떠나 선전에 온 그는 예쁜 얼굴과 큰 키 덕분에 나레이터 모델로 일하였다. 좋은 신체조건을 바탕으로 활동하던 그가 지금의 '라오공'을 만난 것은 한 미인대회에 참가하면서. 궈는 "부동산개발사업으로 벼락부자가 된 라오공은 넓은 아파트와 충분한 생활비, 용돈으로 집요하게 유혹해 와 이를 받아들이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자신과 라오공의 나이차가 30살이 난다"면서 "남들이 일할 때 헤어숍에서 머리를 가꾸고 미용실에서 용모를 꾸미며 쇼핑하고 먹고 노는 지금의 생활에 회의가 들 때도 있지만 당분간 내게 모든 경제적 만족을 이뤄준 라오공을 떠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송궈 교수는 "처음 얼나이현상이 나타날 때만 해도 가난한 농촌 출신이거나 학력이 낮은 여성들이 주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일정한 학력과 직업까지 있는 여성들도 얼나이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심지어 대학을 갓 졸업한 여성들까지 오직 경제적 충족만을 바라보고 권력 있고 돈 있는 남성들의 얼나이가 되려 한다"며 "한가정 한자녀 정책에 따라 소황제처럼 고생모르고 자란 젊은이들이 오직 돈과 물질만을 최상의 가치로 여기는 사회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교수의 지적이 빈말이 아님을 증명하는 사건을 취재진은 궈씨를 만나기 전에 겪을 수 있었다. 시아샤의 얼나이촌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찾은 한 부동산중개소. 젊은 여성이 많이 사는 아파트 지역에 집 한 채를 임대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한 취재진에게 여직원은 이왕이면 좋은 아파트에서 생활할 것을 권유했다. 이에 취재진은 여직원과 함께 첨단 보안시설과 좋은 주거환경이 갖춰진 아파트를 찾았다. 넓은 거실과 침실, 화장실과 부엌에 가구, 전자제품이 완비된 월 임대료 3500위안(약 42만원), 20평 안팎으로 혼자 살기에는 안성마춤인 아파트였다. 기자는 은밀히 여직원에게 이 정도 주거조건이면 얼나이를 둘 경우 상대 여성이 좋아할지 물었다. 헌데 돌아온 대답은 귀를 의심하게 할 정도로 놀라운 것이었다. 그는 "어떤 여성이라도 만족할 조건"이라며 "내가 당신의 얼나이가 되고 싶다"고 진지하게 밝혔다. 올해 23살로 광둥성 차오저우(潮州)에서 온 그는 "주변에 얼나이가 될 의사가 있는 친구들이 널렸다"면서 "생활비 외에 한 달 5000위안(약 60만원)을 주고 직장을 계속 다니게 해 준다면 당장이라도 얼나이가 될 의사가 있다"고 적극적인 제의를 해왔다. 축첩 현상이 만연하면서 오직 자신의 젊음과 육체를 돈만 버는 도구로 삼는 중국 젊은이들의 삐뚤어진 가치관을 직면한 것이다. | ||||||||||||||||||||||||||||||||||||||||
출처 : 무역카페
글쓴이 : 천년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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