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마음을 열고

나는 밤에만 산다.

주님의 착한 종 2007. 8. 22. 11:09

       

       

      * 나는 밤에만 산다


      낮에는
      낯선 사람들에게 빌려주고
      방황하던 나를 데려다
      밤에 같이 산다.


      낮에는 천방지축 생각없이 살다가
      해가 꺼지고 어두어져야
      이빨 닦고 얼굴도 씻고
      발도 닦고
      헤어져 있던 발가락보며 반가워 한다.


      손을 잡아 쏘다닌 찬손
      따스하게 감싸주고
      세속에 치이고
      달구지 행렬끝에 매달려
      손이 달렸는지 발이 달렸는지
      어리둥절 하다가
      저녁무렵 거울앞에서
      꿈을 꾸기 시작한다.


      해가 꺼지고 달이 떠야
      섶에 걸린
      조각배처럼 닻을 내리고
      바이올렛 화분에 내 단비를 내린다.

      낮에는 실종된 거리에 살아서 외롭고
      손바닥만한 쪽방이라도
      머리맡에 책들이 있어 발끝으로 시를쓰고
      고소한 찻잔으로 밤차를 마신다.


      아로마 향기로 촛불을 켜고
      덮고잘 이부자리가가 있어 행복하다.


      낮에는 물결처럼 밀려 가다가
      저녁무렵
      어느 바위에 걸린 종이배처럼
      닻을 내리고
      닻을 내리고

      밤이 갈수록
      아침에 떠날 나를

      나는
      깊이 깊이 사랑한다.

        

      (출처 : 가톨릭 인터넷 김 성보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