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2006.5.18~21 중국 황산 산행기 | 산행후기 | 2006-05-27 15: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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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중국의 황산을 한번 올라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막상 실행은 하지 못했지요. 그러다가 어느 토요일 평상시 처럼 삼각산을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에 만난 한 장의 산행정보지가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습니다. 눈에 확 띄는 정보였습니다. 특히 “노 팁 노 쇼핑, 오직 트래킹 만”이라는 표현을 읽으면서는 가슴이 마구 뛰는 걸 느낄 정도였으니까요.
옥병루에는 이미 발을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깃발을 앞세운 가이더의 시끄러운 확성기에 맞춰 대열을 이룬 관광객들로 인산인해입니다. 옥병루는 산행을 오르는 사람들이 머물 수 있도록 마련해 놓은 넓은 휴게 공간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삼각산으로 치면 북한산장 쯤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렇지만 이곳에는 단체 손님을 받을 정도로 큰 음식점과 화장실, 대피소 등이 마련되어 있는 관광 휴게 공간으로 조성되어져 있고, 바로 앞에는 ‘손님을 맞는 소나무’라는 이름의 영객송(迎客松)이 있어, 저마다 그 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법석을 떨고 있습니다.
저만치 우람한 청년 같은 모습으로 천도봉이 높이 올려다 보이고, 오른 쪽으로는 연화봉이 고운 옷으로 갈아 입은 처녀 모양으로 우뚝 솟아 있습니다. 우리들은 시간을 지체치 않고 오늘의 첫 목표지점인 천도봉을 향해서 출발합니다. 천도봉으로 가는 길은 촘촘하게 바위를 깎아 만든 계단길로 한없이 이어 진 길이 오르락 내리락 반복하다가, 400m 정도의 직벽을가파르게 치고 올라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곳에서 포기하고 말지만, 트래킹을 위해서 온 우리들이야 당연히 그 길을 오릅니다. 맞은 편 옥병루, 영객송 앞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저만치 아래로 작아지면서, 점점 황산의 전체적인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가파른 오름 길이 힘겨운것에 비해, 발 아래로 펼쳐지는 웅장한 산의 자태가 황홀하기 그지 없어 그저 감탄사만 연발합니다. 직벽에 가까운 산 봉우리들 때문에 감탄사가 나오기 보다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이런 직벽에까지 돌을 쪼아 자연스럽게 계단 길을 만들어 놓아야 겠다고 생각 한 인간의 그 ‘의도와(意圖) 역작(力作)’에 감탄이 절로 나오더군요. 한참을 오르자 정상이 저만치 보이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산 아래에서부터 몰려 올라오는 구름이 발 아래를 휘감으면서 지나가며 높이 솟은 봉우리를 숨겨 버립니다. 천도절정(天道絶頂)에 서니 마주 솟아 있는 연화봉이 친구처럼 손에 잡힐 듯 서 있고, 저 아래 옥병루에 모여 있는 군상(群像)들이 울긋불긋 한 점 그림 물감을 뿌려놓은 듯 보일 뿐입니다. 모든 것들이 발 아래로 보이는 이런 곳에 서면 늘 저 아래 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 아래로 몸을 날리고 싶은 충동이 드는 건 왜인지…. 안전을 위해 정상에 둘러 쳐 놓은 쇠사슬에 매여 있는 수많은 자물쇠들의 열쇠가 저 아래 절벽으로 그렇게 떨어졌으리라. 별유천지 비인간(別有天地 非人間)을 노래했던 옛 시인의 마음을 가져 봅니다.
* 다시 옥병루에 돌아와 점심 식사를 한 후 다음 코스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길이 있을 것 같지 않은 곳에 길을 열어 놓은 것에 감탄하기도 하고, 또 발 밑으로 이어지는 깎아지른 절벽과 봉우리들, 또 바위 위에서 생명을 유지하면서 자라난 장성한 튼실한 소나무들을 구경하면서 걷는 길이 피곤치 않습니다. 그러나 산행대장과 가이더는 처음부터 이렇게 주의를 주면서 경고합니다. “걸으면서 보지 말고, 보면서 걷지 말라”고….한발을 내디디면 놓치고 싶지 않은 선경(仙境)이 펼쳐지니 자꾸 발걸음이 멈춰섭니다. 연화봉은 아쉽게도 올해부터 5년 간 안식년 구간으로 지정이 되어 오를 수 없어 우회합니다. 이제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연화봉을 오른 쪽으로 끼고돌아 못 생긴 고기와 같이 생긴 봉우리라고 이름 붙여 진 오어봉(鰲魚峰)을 거쳐 해심정(海心停)을 거쳐 서해대협곡을 건너는 것입니다. 처음 ‘서해대협곡(西海大峽谷)’이라는 말을 들으면, 산인데 왜 ‘서해(西海)’라는 말을 사용했을까?’, ‘가까운 곳에 바다가 있을까?’하는 의심하게 됩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지요. 그러나 이런 의문은 이내 사라집니다. 일년에 200일 이상 비가 내릴 정도로 고온 다습한 지역이기 때문에 피어 오르는 산안개(운무)가 산을 휘감아 걸치면, 황산은 곧 바다 위에 떠 있는 섬들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이곳 황산은 천도봉과 연화봉을 중심으로 그 남쪽을 남해(南海), 그 북쪽을 북해(北海), 동쪽을 동해(東海), 서쪽을 서해(西海)라고 부르고, 가운데 분지 형태를 이루는 지역을 천해(天海)라고 부르고 있지요.
해심정에서부터 대협곡이 시작되기 전까지의 길은 마치, 폭풍전야의 고요함 같은 평탄한 길이 이어지면서 산행길 양 옆으로는 온갖 봄 꽃들이 향연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안휘성(安徽城)의 성화(城花)인 두견화에서부터 산철쭉, 진달래 등이 각기 다른 색깔의 꽃을 피워내고 있는 오붓한 길을 지나다가 한 순간 어느 지점에 서자, 눈 앞에는 천길 낭떠러지 같은 수천개의 봉우리들이 늘어선 깊은 계곡이 눈을 의심하게 할 정도로 열병하고 있어 숨을 턱 막히게 합니다. 오전에 황산 입구를 통과하여 지나치면서 봤던 쑥쑥 자란 대나무 죽순 같기도 하고, 털이 숭숭 난 여러 개의 대검을 거꾸로 세워둔 것 같기도 한 천길 높이의 첨탑과도 같은 봉우리들이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천도봉을 오르면서 시간이 지체되자, ‘이곳이 다 아닙니다. 이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속히 속히 움직여 달라’고 재촉했던 가이더의 마음을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기기묘묘한 바위 봉우리들이 죽순처럼 솟아올라 있는 틈새로 일일이 바위를 쪼아 만든 계단길을 따라 한 발 한 발 움직입니다. 바위 길을 따라 걷다가 천길 낭떠러지를 만나면 바위를 ?돗? 굴을 만들어 놓기도 하고 하나의 코너를 돌아서면 또 다른 형상의 바위와 바위 위에 자란 멋진 소나무의 모습이 우리를 황홀경에 빠지게 합니다. 지금까지 동양화 산수화를 감상할 때마다 ‘저런 멋진 그림은 상상 속의 경치’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추측이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여지없이 깨닫게 합니다. 사진기를 꺼내 들고 찍는 것 마다 작품 사진이 될 것 같은 비경을 따라 걷는 길이 즐겁습니다. 전혀 상상하지도 못할 곳에는 앙증맞은 예쁜 다리를 걸쳐 놓고 ‘건너는 이마다 신선이 되는 다리’라는 멋진 이름(步仙橋, bridge of Immortal)을 붙였고, 천길 직벽을 가운데로 가로지르는 허공다리 길 위를 걷는 것만으로도 아찔함을 느끼게 하는데, 그런 길을 어찌 만들었으며, 또 어떻게 그런 다리를 놓으려고 의도했는지……생각하면 이 모두가 그저 한마디로 “Woderfull!”을 외치는 감탄을 자아내게 할 뿐이었지요.
해발 1600m 지점인 해심정에서부터 목표 지점인 배운정(排雲停)까지 이르는 서해대협곡을 건너는 길은, 해발 600m까지 계곡길을 걸어 내려 갔다가 다시 1600m올라 와야 하기 때문에 거의 1000m를 오르내려야 하는 쉽지 않은 코스입니다. 그렇지만 눈길 닿는 곳마다 펼쳐지는 비경 때문인지 전혀 힘든 줄을 모릅니다. 이름하여 ‘몽환경구(夢幻景區)’. 꿈속을 거니는 경치라는 뜻인가요?
물이 흐르는 계곡 길을 지나, 다시 올라 가는 코스로 접어 듭니다. 앞서가는 일행 중 어떤 분은, “평생 오르내려야 할 계단을 이곳에서 하룻만에 다 오르내리는 기분”이라는 표현을 하시더군요. 끝이 없는 계단 길을 걸으면서도 짜증스럽다거나 힘들다는 표현이 가당찮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계단 하나 하나 미끄러지지 않도록 표면을 요철로 파놓는 정성이라든지, 소나무 한 포기, 작은 들꽃 하나도 손상하지 않으려고 보호대를 어설픈 강철로 만들지 않고 일일이 돌을 쪼아서 온 정성을 다해 만들어 놓은 사람의 정성과 작품이 또 하나의 경이로움으로 다가올 뿐이었습니다. 가이더는 황산에 있는 트래킹 길을 장장 13년에 걸쳐 개발했다고 설명하더군요. 지금도 미완의 구간에서는 인부가 정으로 돌을 쪼는 작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배운정이 눈 앞에 보이는 지점에 올라서니 한국에서 온 많은 관광객들이 여기 저기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관광으로 황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서해대협곡을 내려다 보는 장소인 이곳까지만 오른다고 하니까, 계곡의 밑까지 오르내리면서 협곡을 맛본 우리와는 다른 느낌이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러니 같은 황산을 다녀왔다고 해도 관광으로 다녀온 사람과 우리처럼 관광이 아닌 트래킹으로 다녀온 사람은 그 느낌이 다른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5월 20일(토) 전 날 오전 오후 장장 8시간 반에 걸친 산행을 했지만, 새벽 4시 모닝콜도 울리기 전에 먼저 눈이 떠 집니다. 서해호텔 로비에는 이미 일출을 위해서 기상한 사람들로 붐빕니다. 좋은 전망을 확보하기 위해서 우리가 이동한 곳은 청량대를 지나 위치한 사자봉(獅子峰)이었습니다. 빠른 걸음으로 30분 정도 걸었을까요, 벌써 동쪽 먼 하늘이 붉그스레 밝아 오는 것 같아 우리 일행은 조급한 마음에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청량대에는 발디딜 틈이 없이 먼저 도착한 관광객들로 북적였지만, 20분 정도를 더 걸어야 하는 사자봉에는 아직도 한산합니다. 서해대협곡을 건너 온 베테랑(?) 산 사람들이야 이 정도 걷는데에는 자신이 벌써 생겼나 봅니다. 아쉽게도 오늘의 일출은 구름 때문에 완전한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그런대로 예쁜 해오름을 감상할 수 있었지요. 소나무를 배경으로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황산에 뜨는 해는 그저 있는 그대로 한 폭의 동양화라고나 할까요. * 아침 식사 후 우리는 서둘러 오늘의 트래킹 코스를 시작합니다. 오늘은 호텔을 떠나, 국내 모 항공사에서 CF를 찍어 유명한 관광지가 된 비래석(飛來石)을 지나 황산의 제이봉(第二峰)인 광명정(光明頂)에 올라 전체를 조망하는 일입니다. 그런 다음에는 서해대협곡을 다시 내려갔다가 올라오면서, 갈림길에서 선택하지 않은 길을 따라 다시 배운정으로 돌아오기로 했지요.
광명정에서 한 눈에 내려다 보는 황산을 본 뒤에야 비로서 우리가 걸었던 길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며, 또 전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지요. 이곳에 오른 옛 문인이나 시인들이 발아래로 펼쳐지는 장대한 경치를 보고 일필휘지(一筆揮之)로 읖조리는 가락마다 시가 되고 노래가 되었을 것입니다. 問余何意悽碧山 笑而不答心自閑 桃花流水寮然去 別有天地非人間 무슨 생각으로 푸른 산에 사느냐구요? 글쎄 올시다, 그저 웃을 수 밖에요 물 따라 복사 꽃잎 아득히 흘러가는데 이곳이 딴 세상 속세가 아니라오. * 산정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호텔에서 마치고 우리 일행은 하산을 시도합니다. 물론 하산하는 코스에도 꼭 둘러봐야 할 곳을 빼놓 을 수없었습니다. 이태백 시인의 일화가 전해 내려오는 몽필생화(夢筆生花)를 지나, 소나무의 형상이 기묘해서 저마다 톡특한 이름이 붙여 진 소나무들을 감상합니다. 단결송(團結松), 흑호송(黑虎松), 연리송(連理松), 파석송(破石松)….그 이름만 들어도 어떤 형상을 하고 있는지를 알게 하는 멋진 작명(作名)입니다. 믿음이 시작되는 봉우리라고 이름붙여진 시신봉(始信峰)을 마지막으로, 하산하는 케이블카는 동쪽에 위치한 운곡케이블카를 타기로 합니다. 올라올 때 탔던 옥병 케이블카가 6명씩 타는 소형 케이블카였다면, 운곡 케이블카는 50명을 한꺼번에 나를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거의 2시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걸어서 내려갔다면 1시간이면 족히 가야할 길을 2시간을 기다려 고작 8분 정도를 타고 내려오는 선택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황산 트래킹은 이렇게 아쉬운 대단원의 막이 내렸습니다. 너무 날씨가 좋아 운무(雲務)에 둘러 싸인 황산의 절경을 보지는 못했지만, 웅장하고 장대한 황산의 전체 모습을 만끽할 수 있었던 건 어쩌면 누구에게나 감히 쉽게 올 수 없는 큰 행운이었을 것입니다. 운무를 만나지 못한 아쉬움보다는 속속들이 모든 걸 내 보여준 황산에게 진심어린 감사의 마음을 보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5월 21일(일) 다시 돌아가는 날인 마지막 날 일정은 오전에 잠시 황산시내에 있는 명조(明朝), 청조대(淸朝代)의 옛 거리를 거닐어 보는 것입니다. 동양과 서양을 잇는 실크로드가 끝나는 지점인 터키의 이스탄불 시내에 형성된 옛 저자거리가 아직까지 남아 있어 그곳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들리는 제 1의 관광지가 된 [그랜드 바자르]를 연상할 정도로, 안휘성 거상들의 얼(휘낙타, 徽駱駝)이 깃들어 있는 명청대 옛거리는 약 1 Km 정도 뻗어 있는데, 아직도 당시의 모습을 연상이라도 하듯 활발하게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관광지가 되어 있더군요. 3박 4일동안 함께 트래킹을 했던 ‘산이 좋은 사람들’ 께 진심어린 감사를 드립니다. 재미없는 긴 산행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제임스 *배경음악은 Jesper Ranum의 Photograph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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