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창업을 준비하며/중국무역·사업 경험기

[스크랩] 중국 진출과 개인의 권리

주님의 착한 종 2007. 8. 8. 10:15
뉴스가 쏟아지는 세상이라 그냥 무심코 넘어가 버릴 수 있는 일들이 많다. 며칠 전 주요 일간지와 경제지들이 간단하게 언급하고 넘어간 사건 가운데 하나가 중국에서 일어난 한국 사업체의 강제 철거이다. 지난달 31일 중국 지린(吉林)성 산하 창바이산(長白山, 백두산의 중국명)보호개발구 관리위원회는 한국 국적 사업가를 비롯해서 모두 5개 호텔을 전격적으로 철거하였다.

사건은 지난해 9월 관리위가 "올해 안으로 호텔을 모두 철거하겠다"고 통보하면서 시작되었다. 불과 4개월의 시한을 못박은 다음에 호텔들을 철거한다는 일방적 통보 자체가 상식적으로 처음부터 무리였다. 이후에 사업가들 반발에 따라 관리위와의 사이에 갈등이 이따금 국내에 보도되기도 하였다.

철거 명분도 처음부터 석연치 않았다. 백두산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겠다는 것이 이유였지만, 중국이 스스로 이를 철회함으로써 최근에는 `자연보호와 수원지보호`라는 이유로 철거 명분이 변경되기도 하였다.

경관이 수려한 지역 내의 환경을 정비하는 일은 어느 나라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적법한 절차와 합리적인 보상이 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이번에 철거된 5개 호텔 가운데는 길게는 2038년까지 호텔 운영을 보장받은 곳도 있다. 철거된 호텔에 돈을 투자한 사람들은 상당한 위험을 안고 초기 선행투자를 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백두산 지역에 대한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투자 대금을 회수하는 상황에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철거 과정에서 합법과 적법 절차는 안중에 없었다. 그냥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충분한 협의 과정과 합리적인 보상도 없이 내쫓아버린 사건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같은 사건이 일본이나 영국 그리고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 있었다면 어떠하였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한참 멀었구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냥 흔하게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수많은 한국인들이 중국에 투자하고 있고 중국과의 정치외교 관계가 날로 깊어지고 있음을 고려할 때 그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타인의 재산과 개인의 권리를 제대로 인정하는 일은 중국 역사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법보다는 항상 무력이 앞선 것이 중국의 역사이며, 더욱이 개인의 사유재산에 대한 역사는 일천한 편이다. 80년대 이후 개혁ㆍ개방정책이 가속되면서 엄청난 외국 자본이 몰려들고 있고, 고속성장에 힘입어 외관은 화려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언제든 권력이 어떻게 개입할 수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사례 가운데 하나이다.

서울대 정치학과 고(故) 민두기(閔斗基) 교수의 연구서 가운데 하나가 `중국에서의 자유주의의 실험`이다. 이 책에는 1891년부터 1962년까지 살았던 호적(胡適)이란 학자의 삶을 중심으로 중국에서 이루어졌던 자유주의 사상의 전개를 소개하고 있다. 호적은 중국을 대표하는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던 인물이다.

이 책의 머리말에는 한 기업가의 후원으로 1995년 6월 21일부터 24일까지 중국 상하이 화둥(璜)사범대학에서 `호적과 중국신문화`라는 주제로 열렸던 국제학술대회를 소개하고 있다.

민 교수는 호적에 대한 연구서들이 대륙에서 홍수같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를 두고 "도대체 왜 대륙에서는 호적 연구가 그리 왕성합니까"라고 참가자들에게 묻는다. 그러자 참가자 가운데 몇 사람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이구동성으로 "민주화가 진전되고 있는 대만에서는 호적이 과거의 인물이지만, 현대화가 이제 막 시작된 대륙에서는 자유와 민주를 위해 분투한 호적은 오늘의 인물이기 때문입니다"고 답한다.

호적은 1940~1950년 중국에서 개인의 자유, 사유재산권, 법의 지배, 작은 정부, 관용 등으로 이루어지는 자유주의를 사회적 정치적 진보의 근본 목표로 삼고 점진적 개혁을 위해 생애를 통해 노력해 왔지만 거의 효과를 보지 못하였다. 더 먼 과거로 돌아가면 중국 역사는 관에 의한 민의 지배의 역사이지 그곳에 서구의 역사처럼 개인의 권리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중국 역시 급속한 성장을 계속하면서 자유주의 원리들이 하나하나 자리를 잡아가겠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긴 세월이 필요하리라 본다. 이런 점에서 중국의 고도성장의 이면에 있는 이 같은 문제점에도 눈길을 주어야 한다. 우리의 대외 정책뿐만 아니라 사업상의 의사 결정에서도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지만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인들의 영향을 고려할 때 더 현명해질 수 있다.
출처 : 머니조아
글쓴이 : 천년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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