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의 기억과 발자취/중국과 친해지기

[스크랩] 중국, 아직은 가깝고도 먼 나라

주님의 착한 종 2007. 8. 1. 09:05

급변 경제.사회..교민들, 제도.문화 달라 당황

 

 

 베이징(北京) 생활 6년째인 한국인 여모 씨 집안 식구들은 지난 2월 춘제(春節.설날)때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이날 밤 갑자기 전기가 끊어 졌기 때문이다. 가장은 당황스럽기 짝이 없었고 아이들은 어쩔줄 몰라 서울로 일보러 간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어머니 허 씨는 "아!"하고 외마디 탄식을 했다. 전기 카드 충전을 하고 오지 않은 일이 생각 났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지시를 받은 아이들은 전기 카드를 들고 휴대전화 불빛에 의지해 간신히 일명 두꺼비 집으로 불리는 안전 개폐기를 찾았다. 전기카드를 삽입하니 계량기에는 `0'이라는 수치가 나타났다.

전기카드를 충전해야 하는데 설날 밤 은행이 영업을 할리 없고 전기 카드 충전이 되는 자동현급 인출기(ATM)를 찾기도 난감했다.

교민들을 상대로 이리저리 수소문한 끝에 전기 카드 충전이 되는 ATM기계가 설치된 한 아파트를 찾아 문제를 간신히 해결했지만 설날밤에 온 식구가 한바탕 소동을 벌인 뒤였다.

전기 카드는 수년전 베이징 등 대도시 일부 신설 아파트 지역을 중심으로 도입돼 확산중이다. 전기세 체납 및 미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이나 너무 박절한 느낌이 든다.

100위안(약 1만3천원)을 내면 200와트가 충전된다. 중국은행 등 지정은행과 ATM 기계에서 충전할 수 있다.

전기 카드에는 또 웃지 못할 얘기가 늘 따른다.

한 교민 주부는 500위안을 내고 1천와트를 충전한 후 집안내 전기 계량기에 삽입했다. 기존의 500와트를 합쳐 1천와트가 남아있어야 하는데 500와트밖에 나오지 않았다.

놀란 이 주부는 은행에 가서 영수증을 보여주며 서툰 중국어로 따졌다. 은행원은 차분히 카드 뒷면을 가리켰다. 남은 전기가 200와트 이하로 내려가지 않으면 전체 충전량이 찍히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었다. 200와트가 경고등인 셈이다.

중국에서 생활하는 한국 교민들이 황당한 경험을 하는 제도 상의 차이는 이밖에도 많다. 은행 근무일도 그 중 하나다. 한 주재원은 중국은행들이 일요일에도 영업을 한다는 말을 듣고 지난 15일 일요일 아침 시간을 3-4시간 허비했다.

이 주재원은 서울에서 송금온 달러를 인민폐로 환전하고 현금을 인출하기 위해 이날 오전 9시 베이징 시내 중심가 창안(長安)대로 초입에 있는 LG 쌍둥이 빌딩에 있는 중국은행 지점을 찾았다. 이 지점 영업일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인근 중국은행 지점을 갔더니 그 곳은 월요일부터 토요일 까지 근무였다. 수소문끝에 한국촌으로 불리는 왕징(望京)에 있는 지점이 일요일 영업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간신히 급전을 찾을 수 있었다.

그렇다. 중국에는 은행들이 지점마다 근무일이 다르다. 춘제때도 영업을 하는 은행이 있고 베이징 시민들은 그런 것에 익숙하다고 한다.

기차를 타는 문제도 외국인에겐 그리 쉽지 않다. 한 여행객은 베이징에서 상하이로 가는 밤 특급 열차표를 친지를 통해 며칠전 예약했다.

오후 7시30분 출발 열차였는데 교통 체증이 심해 30분 전에야 베이징 역에 도착했다. 그러나 인파가 너무 많아 역사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줄 뒤에서 기다리는 동안 발차시각이 지났다.

기차를 놓치고 만 그는 환불을 받긴 받아야 할텐데 난감했다. 매표소에 또 다시 늘어선 장사진 대열에 끼여 한 30분만에 창구에 다가갔지만 환불 창구는 다른데 있다는 말만 들었다. 또 이날 오후 10시표를 사려고 했더니 역에서는 당일 표는 팔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고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다. 암표상들이 달라 붙은 것이다. 그들은 이미 시간이 지난 표를 팔라고 파리떼 처럼 달라 붙었다. 환불 창구에서는 원래 표값의 80%를 내줬다. 암표상들도 똑같이 80%를 주겠다고 했다. 무슨 이익이 있을까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시간을 놓친 기차표는 당일 환불하면 80%를 내주기도 하지만 돈을 추가로 내지 않고 2-3일후 표로 바꿔준다는 중국 친구의 설명을 듣고 이해가 갔다.

암표상들은 오늘 400위안 짜리 표를 사서 2-3일후 500위안짜리로 되판다. 파는 일은 문제도 아니라고 했다. 중국내 최대 조폭 조직중의 하나가 열차 표 암표상와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

3년을 베이징에서 살다가 서울로 귀국한지 2년 만에 다시 찾은 베이징은 이렇게 달라져 있었다. 아니 베이징이 달라진게 아니라 예전에 미처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을 새삼 체험하는 과정일 뿐이라는 게 맞는 얘기일 것이다.

중국은 우리와 모습이 비슷하고 문화적 유사성도 많아 마치 이웃 마을에 마실 온 느낌도 강하다. 하지만 제도 등 여러 면에서 많이 다르다. 중국은 아직 가깝지만 멀기도 한 나라이다.

중국에서 다른 문화와 제도를 하나씩 알아가면 그 것도 재미와 흥취가 있지만 자칫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는 식으로 접근하고 서두르면 낭패하기 십상이라는 것이 베이징에 다시 돌아온 지 한 달만에 얻은 교훈이다.

출처 : 아름다운 사람들을 위하여
글쓴이 : 천년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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