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호·창업/창업실패,성공담

명퇴, 그날 이후… 인생 2막은 참 막막했소"

주님의 착한 종 2007. 7. 13. 09:59

 

 

 

 

 

 

 

 

 

 

 

 

 

 

 

 

 

 

 

 

 

 

 

 

 

 

 

 

 

 

 

 

 

 

 

 

 

명퇴, 그날 이후… "인생 2막은 참 막막했소"

명퇴금 들고 美유학 억대 연봉 사장 돼…

부동산중개업도 실패 통닭 집 열어 재기
변리사 시험 좌절 이젠 자포자기 상태…

印尼 사업 뛰어들어 수억 날리고 돌아와

2003년 10월 가장 안정된 직장이라던 KT가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했다.

당시 회사를 떠난 사람은 5505명.

그중 532명(9.6%)이 한창 일할 30대였다.

 

비슷한 시기 우리은행, KTF, 한국투자증권, 제일투자증권에서도

수천명의 명퇴자가 쏟아졌다.

그 중에는 30대가 20~30%나 차지해, ‘38선’(38세 넘어 버티기 어렵다)이란

신조어가 나올 정도였다.

올 7월에는 1년 미만 전직 실업자 중 명예퇴직·조기퇴직·정리해고 등이

실업 사유인 사람은 4만2000명으로 6년 만에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최근에도 LS전선은 생산직원의 5분의 1을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수년간 구조조정으로 거리에 쏟아지는 사람은 많지만,

이들이 몸담을 곳은 마땅찮다.

◆ 쉽지 않은 전직(轉職)의 길 =

KT 기획부서에서 근무했던 당시 33세 이모씨는

“변리사 같은, 평생 먹고 살 자격증 시험에 도전하겠다”며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시험이 여의치 않자 최근 도전을 포기했다.

그는 요즘 주변 사람이 취직 걱정을 해주면,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리는 버릇이 생겼다.

이모(49) 전 과장.

오붓하던 가정엔 명퇴와 함께 한파가 불어닥쳤다.

취업센터 문을 들락거리다 실패한 그는 상대적으로 만만해 보이는

죽 전문점에 솔깃했다.

수중에 있던 1억 5000만원과, 살던 집을 팔고 전세로 돌려 확보한 자금 등

20년간 모은 재산을 몽땅 털어 넣었다.

서울 근교에 10평짜리 점포를 차렸으나, 아직 지지부진이다.

그는 “회사에서 맡던 업무 지식은 무용지물”이라며 “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라며 고개를 떨구었다.

3년 전 서울은행에서 명퇴한 정모(48)씨.

오토바이 엔진 조립이 유망하다는 친구의 말만 듣고 퇴직금을 싸든 채

인도네시아로 날아갔다.

이리저리 실패만 거듭하자 수억원을 날리고 2년 전 귀국했다.

이번엔 집을 담보로 창업자금을 빌려 가양동에 자그마한 분식집을 열었다.

 

 ‘은행에서 익힌 서비스 정신으로 일하자’고 결심했지만,

생각보다 손님이 적어 애만 태우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강우란 수석연구원은

“세계적 추세와 달리 한국은 중고령자를 조기 퇴출시키는 구조조정을

단행해 왔다”면서

“장기적으로 심각한 사회적 불안 요인이 된다”이라고 말했다.

◆ 급할수록 돌아가라 =

지난 96년 8월 구조조정의 서막을 올렸던 선경인더스트리(현 SK케미칼).

당시 희망퇴직했던 박모(42)씨는 지금 홍보업체 K사의 사장이 됐다.

그는 “당시 ‘광복절 특사’라고 자위했지만 서로 눈치만 보며 불안해 했다”고

말했다.

명퇴금 6000만원을 쥐고 미국 오하이오대로 유학을 떠났다.

고국에서 IMF 소식이 들려왔을 때 “한가하게 내가 뭘 하나”란 자괴감도

들었다. 하지만 미래 투자를 위해 공부를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99년 말 K사에서 총괄이사 자리를 제의받았고,

지금은 억대 연봉을 받는 사장이 됐다.

지난 6월 핫썬베이크치킨 구리 평내점을 연 장석철(40) 점주.

건설회사 기산의 현장간부였던 그는 지난 98년 회사가 파산하자

T사로 옮겼다가 2년 만에 밀려났다.

당시 35세.

유사직종이라고 생각해 1년 반 공부 끝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땄다.

하지만 그는 “중개업은 어느 정도 남을 속여야 하는데 도대체 적성에

맞질 않았다”며 “

급하다고 닥치는 대로 일자리를 선택하면 뒤탈이 난다”고 말했다.

다만 통닭을 튀기고 배달하는 건 자신 있었다.

하루 수십곳을 찾아 다니며 업종과 체인점을 석달간 연구, 개업을 했다.

그는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적성에 맞는 일을 잘 찾아야 또 다른 실패를

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 2막 인생을 위한 관심이 필요 =

구조조정으로 퇴사한 사람들의 ‘그날 이후’는 아직 진행형이다.

경총 관계자는 “명퇴자의 2막 인생을 제대로 챙겨줄 정도로 여유있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막노동을 하기엔 경력과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고,

본격적인 투자를 하기엔 주머니가 가볍다.

그렇다보니 계층의 하향이동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기업에서 구조조정 당한 사람들은 특별한 재능이나 돈이 없다는 공통점을

 지닌다”며

“구조조정으로 옷벗은 사람들이 기댈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