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오 하느님

사순절에

주님의 착한 종 2007. 3. 13. 11:45
 

1. 사순절의 결심

   사순절을 맞을 때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무언가 좋은 결심을 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즉 담배를 끊는다거나, 술을 삼간다거나 좋은 음식을 삼가고,

   그 밖에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 활동도 삼가면서, 예수님의 고통과 수난,

   죽음을 묵상하고 그에 일치하려는 노력을 하는 아름다운 습관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결심들이 어떤 이들에게는 잘 지켜지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특히 나 같은) 작심 삼일로 끝나 버리기도 합니다.

   그래도 사순절 초기에 결심을 한 사람과 안한 사람 사이에는 분명히 그 시작부터

   큰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그리스도교적인 사순절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사순절은 40일 동안 우리 구원, 인생의 의미에 대해 명상해 보는 좋은

   시기입니다. 저마다 바쁜 생활 속에 현대인들은 자기 자신도 잃어 가며 사업에

   혹은 공부에 자신을 찾을 여가도 없이, 자신의 인생의 현주소가 어느 곳에 머물러

   있는지 생각조차 할 틈도 없이 한 해 두 해를 넘겨 벌써 현재의 나이에 도달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한번쯤 조용히 이 사순절 동안 자신을 찾아보는 것은 여러모로

    유익한 시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2. 시련의 극복을 통해 오는 인간 성숙

   사순절은 인생의 의미 중에 특히 시련과 단련을 통해 자신의 약함을 극복해

   보려고 노력하는 한 과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것은 마치 그 옛날 이스라엘

   백성이 젖과 꿀이 흐르는 땅,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땅에 들어가기 위해 40년

   동안 사막에서 신앙의 시련을 겪고 준비한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아무런 의미 없이 인간에게 시련과 어려움을 주신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시련을 주시는 목적은 오히려 복을 주시기 위해서

   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속담에서도 "금은 뜨거운 도가니 속에서 제련된다."

   는 말이 있는데, 금이 되기 위해서는 뜨거운 불 속의 과정을 겪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순수한 신앙은 성서적 표현대로 "사막의 체험과 시련"을 통해

   성숙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사막은 인간의 일상 생활과 격리된 고요의 세계

   입니다. 그리고 이 고요의 세계 속에서 인간은 자신과 싸우며, 자신의 선성과

   신앙을 시험하는 사탄과 싸우게 됩니다. 이 고요한 사막에서 그 어려움을 이겨

   내는 사람만이 자신과 남을 구원할 수가 있습니다. 이 사막은 바로 예언자들이

   하느님과 만난 장소이기도 합니다. 모세와 이사야 예언자가 사막 한가운데에서

   하느님을 만났고, 이스라엘 백성도 이 사막에서 하느님과 계약을 맺고,

   십계명을 받아 하느님의 백성으로 탄생하였습니다. 또 요한도 사막에서 낙타

   털옷을 입고 메뚜기와 들꿀을 먹으며, 예수님의 길을 준비했고,

   예수님도 공생활 시작에 40일간 사막에서 머물며, 사탄의 유혹을 받으면서도

   자신과 하느님 왕국을 위한 길을 준비하셨습니다.

   이러한 뜻에서 사막의 세계로 표현되는 사순시기는 하느님을 만나기 위한 준비

   기간이며 자신과 싸워 영원한 천상 기쁨을 맛보기 위한 은혜의 시기입니다.

   교회 전례를 통해 사순절은 우리의 눈과 관심을 없어져 버릴 지상적인 것들로부터

   영원한 천상적 실재에로 돌리게 해줍니다.


3.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유혹

   그런데 우리 인간은 이 천상적인 것들을 동경하면서도,

   지상적인 것들의 현실적이고 달콤한 유혹에 빠지기가 쉽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도 사막에서 자신과 싸울 때, 세 가지 유혹에 빠지셨다

   는 것을 생각해 봅시다. 최근 가톨릭계에 물의를 일으켰던, 마르틴 스코르세스가

   감독한 영화, '그리스도의 마지막 유혹(La derniere tentation du Christ)'에서는

   예수님의 이 인간적인 고뇌에 대해 표현한 바 있습니다.

   이 영화는 평범한 한 인간으로서 예수님의 애착과 그리스도, 메시아로서 하느님의

   뜻을 실현하고자 하는 예수님의 인간적 갈등을 잘 표현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서 예수께서는 하느님의 아들로서 가진 능력으로 많은 재산과 권력과

   명예를 쉽게 얻을 수 있고 그것으로 메시아 왕국을 건설할 수 있다는 유혹을

   받으시지만 그 방법을 택하지 아니하고, 하느님의 말씀에 충실하는 방법을

   택합니다. 그러나 그 영화감독이 강조하려 했던 것은 그 유혹들도 어려운 것

   이지만 가장 큰 마지막 유혹은 평범한 한 인간으로서의 예수님이 한 가정을

   가져 보고자 했다는 점을 나타낸 것이라고 보겠습니다. 가정은 인간사회의 한

   기본 구조로서, 인간의 휴식과 사랑을 얻을 수 있는 곳이며, 남성과 여성이

   서로의 도움과 결합으로 꿈과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기반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예수께서 마들렌(막달레나)을 사랑하고 마들렌도 예수님을 사랑

   하는 관계 속에서 한 가정을 이루고 싶어한 인간적인 욕망을 가장 강하고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유혹은 예수께서 십자가에 매달려 죽는 그

   순간까지 가장 견디기 힘든 유혹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위대한 점은 이러한 유혹을 전혀 느끼지 않는 무감각한 인간이

   아니라 그러한 유혹을 하느님께 충실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극복했다는 데에

   있습니다. 사람이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으로 산다는 것,

   하느님을 시험하지 말라는 것, 하느님만을 경배하고 섬기라는 것,

   이것이 예수께서 당신 스스로 지키고자 하셨고 사람들에게 구원의 길로서 제시

   하고자 하셨던 것입니다.


4. 극복해야 할 유혹과 시련

   유혹과 시련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통된 것은 주님이 사막에서 체험하셨던 위의 세 가지

   유혹의 범주에 다 들어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을 시험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이 범주에 들어가는 유혹은 무엇이겠는가? 우선 아담과

   하와가 받은 유혹이 바로 이것입니다. "너희가 이 과일을 먹으면 하느님같이

   되리라."고 한 사탄의 유혹에 넘어간 것입니다. 또 사람은 빵을 구하기 위해

   정상적인 노력과 일을 하기도 하지만, 그 목적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과도하게

   저지르고 있는가? 또 하느님을 경배하는 일보다는 권력과 금력에 굽히고 그 앞에

   무릎 꿇고 절하지 않는가? 물론 인간은 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약하지만, 파스칼의 표현처럼, 인간은 생각할 수 있기에 위대하며, 하느님의 말씀

   에 충실한다면 그 유혹들은 이겨 낼 수 있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더 많은 상급을 주시기 위해 가끔 인간들을 시험에 놓아두시지만,

   또한 그 시험들을 이겨 낼 은총까지 아울러 주신다고 하였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바로 네 곁에 있고, 그 말씀은 또한 너의 입 속에 그리고

    너의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로마 10, 8).


   끝으로 사순절을 맞이할 때마다 특별히 일상 생활 중에 각자 자신의 사막과

   그 고요한 장소는 어디인지 한번 생각해 봅시다. 그리고 그 고요한 사막에서

   자신이 당하는 유혹은 무엇인지, 아울러 그 고요함 속에서 내리시는 하느님의

   은총은 무엇인지 생각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