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마음을 열고

비오는 날엔

주님의 착한 종 2005. 5. 18. 13:19


 


 참 바보스럽지만 비에 흠뻑 젖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우산을 들고도 펼치지 않은 채로

 그 빗물 다 쓸어 내리는 대로

 내 몸을 적시우고픈 날이 있습니다.


 슬퍼서가 아닙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작은 이내 마음에

 한줄기 빗물이라도 내려 주어 씻겨질 수 있다면

 비를 맞아 몇 날을 아파할지도 모를 거란 것 떠올리지 않으며

 그저 그렇게 내리는 빗줄기 다 받아 내어 보고 싶습니다.


 이렇게라도 하고 나면 조금은 시원해 질 수 있을까요..

 문득 펼쳤던 우산을 접어들고

 남들의 이상스런 눈초리 의식하지 않으며

 머리를 적시우고 옷을 적시우고

 소지하고 있는 물건을 모두 적시우고 난 후에야

 내가 온통 빗물로 젖어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나 봅니다.


 수건을 꺼내어 젖은 머리카락을 털어내고 말리다가

 문득 하루종일 머물던 그대 생각

 가슴 한구석에 잠시잠깐 접어 두었던 그대 생각에

 나의 손과 마음이 언제나 그대 머물러 있는 곳을 향합니다.


 말리던 머리카락도 젖은 채이지만

 또다시 마음을 쓸어내는 내 마음을

 이 빗줄기에 실어 봅니다.


 오늘처럼 빗줄기 쏟아지는 날엔

 아무런 생각 없이

 그대에게로만 향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