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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2021년12월03일)

주님의 착한 종 2021. 12. 2. 23:34

오늘의 묵상(2021년12월03일)

 

12월03일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사제 기념일

Memorial of Saint Francis Xavier, Priest

 

 

오전 3시면 밤일까요, 새벽일까요?

비가 제법 많이 내렸습니다.

 

어제에 비하면 오늘 날씨는

다시 봄이 된 것처럼 포근하기만 합니다.

 

공원에 나갔더니, 나무 계단 같은 곳은

살짝 살얼음이 알어 미끌어질 뻔 했습니다.

오전에 길을 나서실 떄는

음지에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은

조심조심 걸으셔야 하겠네요.  

 

따뜻하다가 춥다가 또 포근해지는

12월의 날씨는 참 변덕스럽습니다.

 

오늘은 하비에르 성인 축일인데

예전에는 ‘사베리오’ 라고 불렀던 것 같습니다.

 

감동적인 이야기 하나 할까요?

저는 결혼하고 부평 백마장 근처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인천교구 신자가 되었지요.

ㅎㅎ

 

산곡3동 성당을 신축할 무렵

아, 그때 주임신부님은

저나 실비아 마님이나 존경해 마지않는

최 분도 신부님이셨습니다.

다들 기억하시죠?

덕적도의 코신부..  ㅎㅎ

정말 훌륭하신, 누가 뭐래도

성인 사제이셨습니다.

 

 

 

각설하고.. 

당시 친하게 지내던 형님이 여러분 계셨는데

그중 한 분의 세례명이 ‘사베리오’였습니다.

 

어느 날인가 주일 날,

성당에서 헌혈행사가 있었는데

실비아 마님 생애에 첫 한혈을 한 날이기도 합니다.

ㅎㅎ

그날 저녁에 그 사베리오 형님이

전화를 하셨습니다.

 

어이, 교장 선생.

바쁘지 않으면 나와 한 잔 하세.

나, 오늘 코가 삐뚤어질 만큼 마셔야만

될 날이거든.. 그러니 꼭 나와.”

 

주일 저녁에 뭐 바쁠 일이 있겠어요?

무슨 일인지 엄청 궁금하기도 했고요..

당연히 그분과 마주 앉았지요.

 

사베리오 형님은 이미 전작이 있으셨습니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잠자코 술잔만 권하시더니

갑자기 엉엉 소리 내어 웁니다.

참 당황스럽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고..

참 답답하기는 하지만

이럴 때는 잠자코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지요.

 

한참 어깨를 들썩이고 나서

주먹으로 눈물을 훔쳐내더니 들려주시는 말씀.

 

자기는 혈액형이 A형이고

부인도 A형인데

그런데 첫 딸의 혈액형이 B형이더랍니다.

도무지 믿기지 않아 자매님 모르게

딸의 혈액검사를 여러 번 했는데

결과는 B형이라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을 가진 딸,

정말 큰 번민을 했고 방황도 많이 했었답니다.

 

어느 날, 성당에 가서 밤 늦도록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과 이야기 했답니다.

술에 취해서..

 

그랬더니 예수님이 그러시더라나요?

바보 같은 놈, 나는 세상을 위해 죽었는데

너는 단 두 사람을 위해 눈도 못감아 주니?

 

그 후로 그 분은 전혀 내색을 않고

 십 수년을 살아오셨답니다.

 

그런데 헌혈을 한 그날, 사건이 터졌습니다.

헌혈을 하게 되면 어쨌든 혈액검사를

다시 하잖아요.

그런데 이 형님 혈액형이 B형이라는 겁니다.

 

아니, 40여 년을 A형으로 알고 있던

본인의 혈액형이 B향이라니..

다시금 졸라서 확인을 했어도 역시 B형.

 

그랬습니다.

어수선하던 6.25 당시

국민학교에서 단체로 검사를 했었고,

군대에 입대해서 검사를 했었는데도

이게 정확하지 못했던 것이지요.

 

당시 큰 딸이 중학교 3학년쯤 되었으니

최소한 15년 이상은 아내와 딸 때문에

미움과 번민과 자책 속에서

얼마나 심한 가슴앓이를 했을까요?

 

너무나 기뻤는데, 춤을 추고 싶었는데,

차마 자매님에게 그 동안 의심하고

한쪽 눈을 따로 뜨고 살았었노라..

이야기 할 수 없어서..

그저 만만한 클레멘스 교장 선생과

울며 웃으며 한 잔 하고 싶었노라…

 

그때 제가 말씀 드린 기억이 납니다.

저는 그 분보다 훨씬 어렸지만..

 

"주님께서 형님의 눈을 뜨게 하셔서

이제야 진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마, 그날 남들을 위한 헌혈에 동참하지

않으셨다면, 주님은 어쩌면 영원히

형님의 눈을 밝히시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매년 하비에르 사제 축일이 되면

그 형님이 생각납니다.

제가 인천이 아닌 경기도 시흥으로 이사하여

신천동 성당 신자가 되었을 때

그분 부부가 신천성당으로 미사를 오셨습니다.

 

그 이후, 소식이 끊아졌는데.. 

저보다 15년 정도 어른이셨으니

아직 살아 계신지,

살아 계시면 편찮지는 않으신지

 

 

오늘 복음은 마태오 9,27-31입니다.

성경에는 눈먼 이들이 눈을 뜨는

기적 이야기가 많더군요.

 

그때마다 그들은 간절히 애원합니다.

당연히 그랬겠지요.

그리고 주님께서는 그들의 심정을 아셨기에

늘 기적을 베풀어 주셨고요..

 

오늘 복음의 가르침은 너무나도 단순합니다.

눈먼 이들처럼 애절한 마음으로 다가가면

누구라도 ‘보고 듣고 깨달을 수’ 있다는 사실.

.
내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믿느냐?”

예수님께서는 눈먼 이들에게 질문하시지요.

 

그들을 시험하기 위한 질문이었을까요?

아닐 것입니다.

확신을 주시기 위한 말씀이었겠지요.

아마도 짧은 순간이지만

자신들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주시기 위해

질문하시지 않았을까요?

 

눈먼 이들은 “예, 주님!” 하고 짧게 답했습니다.

뭐, 긴말이 필요 했을까요?

주님으로 믿는 분, 마음을 읽고 계시는 분

모든 것을 알고 계시는 그분 앞에서는

애원도 호소도 소용없음을 깨달았겠지요.

 

예’ 라는 대답을 한 후,

예수님의 말씀이 있을 때까지 몇 초?

그들은 마음을 비우고 기다렸을 것이고

은총이 온몸을 휘감는 은총의 느낌을

받았을 것 같습니다.

 

이윽고 그들은 예수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너희가 믿는 대로 되어라.”

그 순간 그들은 눈을 뜹니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싶어 하나요?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요.

그러나 그것이 무엇이든, 복음의 눈먼 이들처럼

애절한 마음’으로 청하고

단순한 마음’으로 기도한다면,

주님께서는 우리의 눈과 마음도

반드시 열어 주시지 않겠습니까?

또 그렇게 믿어야만 하고요.

 

 

그러므로 오늘도 기도 드립니다.

주님의 자비로 두 소경의 눈을 뜨게 하셨으니,

 

양 가온 데레사 어린이와

장옥심 로사리아 자매님을 비롯하여

여러분께서 기억하며 마음 아파하는..

병마와 싸우고 모든 이들에게

주님의 자비를..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하느님의 자비하심으로

영원한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주님의 은총을..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저들이 곧 나을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