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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2021년07월09일)

주님의 착한 종 2021. 7. 8. 23:13

오늘의 묵상(2021년07월09일)

 

당신이 천주교인이오?

 

 

영화 사일런스를 보셨나요?

5년 전쯤인가 우리 나라에서도

개봉되었던 영화입니다.

 

일본인 소설가 에도 슈샤쿠의 작품을

영화로 만든 작품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몇 일 동안이나

가슴이 아파서 잠을 이루지 못했었습니다.

예전에 미션이라는 영화를 보았을 때도

가슴이 아리고 답답했던 기억이 나는데

이 영화는 몇 배 더 심한 통증을 느꼈었습니다.

 

포르투갈 예수회 페레이라 신부님이

(이름은 다 잊어버렸는데

인터넷을 참고하여 적습니다.)

일본인 천주교 신자들이 고문 받는 것을

목격하는 장면으로 이 영화는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신부가 배교했다는 소식을 들은

이 신부님의 두 분의 제자 신부가 일본으로

그를 찾으러 가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

영화입니다.

 

영화 줄거리를 다 쓸 수는 없고..

 

일단의 천주교 신자들이 은둔생활을 하는 마을에

일본 관헌들이 찾아와 천주교 신자를 색출하는데

예수님 성상에 침을 뱉게 하고

발로 짓밟으라 시키면서

이를 실행하면 놔준다고 하지요.

 

 

한 번 배교의 경험이 있던 한 사람은 침을 뱉고

발로 밟고 지나가는데

다른 이들은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결국 신자임이 들통이 나고 그들은 십자가에 묶여

며칠 동안 거센 파도를 정면에서

맨 몸으로 맞아야 하는 형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굶주림에 물이 차면서 겪는 질식, 탈수 등으로

며칠 만에 숨을 거두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순교하는 사람은 성가를 부르며

숨을 거둡니다.

또 그들은 교우들을 가마니에 담아 묶어

바다에 빠뜨리는 수장을 시킵니다.

그리고 관리들은 시신을 불에 태워서 소각합니다.

 

순교 교우들의 비명과 기도와 성가 소리..

그런데 하느님의 어떠한 목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잔혹한 침묵에 이를 지켜보며

사람들은 깊은 절망을 겪습니다.

 

사일런스 Silence, 침묵..

이 소설의 제목은 이렇게 붙여졌습니다.

영화 줄거리는 생략하겠습니다.

나중에 보시는 분들을 위해서..

 

눈 앞에서 신자들이 잔혹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이 사제는 깊은 절망과 회의를 겪게 되는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어떻게 말씀하고 계시나요?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왜 예수님은 이리보다 더 강하게

제자들에게 힘을 주시어 보내지 않으셨을까?

 

당신은 당신을 믿는 죄로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즐겨 보시는 것일까요?

무엇이라도 다 하실 수 있는 분이..

 

그때 이 영화를 보고

며칠 동안 생각을 했었습니다.

절친한 어느 신부님과도 말씀을 나누었고요.

 

그때 신부님이 말씀해주신 성경 말씀이

바로 오늘 복음 말씀의 핵심인

위에 기술한 마태오 복음 10장 16절이었습니다.

 

그때 신부님과 나누었던 말씀과 저의 느낌을

기억을 더듬어 적어 보겠습니다.

 

만약 예수님의 제자가 세상의 사람들을 능가하려고

그들보다 더 강한 이리가 되어 버린다면,

그는 이미 예수님께서 보내신 사람일 수 없고

오히려 그마저 세상에 속한 사람이 되고 말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내용은

주로 그들이 고발을 당하고 매를 맞으면서

예수님을 증언해야 하고,

부모 형제를 포함하여 모든 이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며

박해를 피해 다녀야 하리라는 것입니다.

 

무섭고 난폭한 이리가 되어

 세상의 모든 적들을 물리치게 되리라는

말씀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증언을 포기하고

가만히 있으라는 말씀은 더욱 아닙니다.

 

예수님의 제자가 증언을 하지 않는다면,

분명 세상도 그를 그대로 내버려 둘 것이고

세상도 그에게 이리가 되어

해코지를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파견된 제자가

세상을 거슬러 증언해야 하기 때문에

세상의 미움을 받고 박해를 받는 것입니다.

 

하지만 포악한 세상을 제압하는 훌륭한 언변이나

강한 힘으로 맞대응 하지 말아야 한다면,

우리가 너무 수동적이고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닐까요?

그저 당하고 있으라는 말씀일까요?

에페소서에서는 이렇게 권고합니다.

우리의 전투 상대는 인간이 아니라,

권세와 권력들과 이 어두운 세계의 지배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령들입니다”(에페 6,12).

 

그래서 우리가 갖출 것은 하느님의 무기,

곧 진리와 의로움과 평화의 복음,

그리고 믿음입니다(에페 6,13-16).

 

 

진리를 거스르고 우리의 신앙을 위협하면서

도전하는 세력에게 인간적인 무기들로,

우리의 능력만으로 맞서려는 유혹을 조심해야 합니다.

그때 신부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잘 이해가 안 되는 말씀이지만

그래서 사제나 수도자가

평신도인 저와 다른 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 말씀은 잊혀지지 않고

고개를 끄떡이게 합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이리 떼 가운데 사는

슬기롭고 용감한 양들”

이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