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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2021년07월05일)

주님의 착한 종 2021. 7. 5. 00:14

 

오늘의 묵상(2021년07월04일)

 

당신이 천주교인이오?

 

 

찬미예수님.

 

저는 1983년 1월, 정동 프란치스코 수도원에서

 혼인성사를 받았습니다.

실비아는 혼인미사가 생애 첫 번째 드리는 미사였지요.

 

그리고 부평 산곡동 쪽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는데

이로서 인천교구 사람이 되었습니다.

벌써 38년하고도 반년이 더 지났습니다.

참 세월이 너무 빠릅니다.

 

 

인천교구 신자가 되어

처음 봉사직을 맡은 일이 청소년 분과였습니다.

당시는 주일학교를 명도회라고 불렀지요.

주일학교 교장은 당연직이었고요.

청년들과 주일학교 교사들과 어울리다보니

오랫동안 젊은 이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첫 번째 주일학교 교장을 맡았을 때

고등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피정 중에

앙케이트 조사를 해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만약에 말이다.

만약에 북한과 전쟁이 발발하여

6.25 때처럼 공산군에게 점령 당하고

종교가 탄압 받게 되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누군가의 밀고로 자신이 체포되었는데

천주교 신자가 맞느냐고 물었을 때

아니요 하면 살려주고

그렇다고 하면 사형을 시킨다고 한다.

나는 과연 무어라고 대답할까?

 

한 시간을 고민한 학생들의 대답은 어땠을까요?

맞습니다. 나는 천주교 신자입니다.’ 라고

대답한 학생은 두 명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그 두 명 학생 중 한 학생이

지금 B 성당의 주임신부로 봉직 중이십니다.

 

당시에는 저에게 꿀밤을 맞기도 했었는데

세월이 이렇게 흘러 이제는 그분 앞에

무릎 꿇고 고해 성사를 보거나

강복을 청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왜 천주교인이라는 사실을 부정해야 했니?”

 

전부 죽거나 순교를 하면 씨가 마르잖아요?

그러면 기회를 기다리다가 상황이 좋아지면

일어나 선교를 해야 교회가 다시 살아날 수 있으니

우선은 부정을 하여 목숨을 부지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예, 그렇군요. 역시 일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학생들의 주장을 틀렸다고 할 수도 없었습니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요.

 

다 아시는 이야기이지만

오늘은 김 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발자취를 따라가 봅니다.

 

김대건 신부님은 만 24세에 서품을 받고

일년 남짓 사제직을 수행하다가 순교하시어

한국 최초의 거룩한 성인품에 오르셨지요.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따라 세례를 받고

낯설기만 한 신앙에 입문한 김대건은

15세에 신학생으로 선발되었습니다.

 

중국 대륙을 지나 마카오로 가

사제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사제가 된 나이는 만 24세였습니다.

 

한국 교회의 첫 번째 사제로

초기 교회뿐만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한국 교회사의 굳건한 기둥이 되고 계시지만,

실로 미천한 젊은 나이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순교하기 전 감옥에 갇혀서도

사제요 지도자답게 신자들에게 편지를 보내,

재앙을 겁내지 말고, 용기를 잃지 말 것이며,

하느님을 섬기는 데 뒷걸음치지 말라고

강력하게 권고했습니다.

 


주님의 복음을 선포하고

하느님의 나라를 건설하려고

 이 광활하고 거친 세상에 나설 때,

때로는 의회에 넘겨지기도 하고,

 회당에서 채찍질을 당할 때도 있을 거라고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이 고통의 순간에

 나 자신에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그 뿌리에서부터 지켜 주시는

그분께 의지해야 합니다.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하다가도,

가장 큰 위기와 고통의 순간에는 우리 내면에서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드러나게 되고,

또한 내가 가장 크게 의지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됩니다.

 

김대건 신부님을 비롯한 모든 순교자가

고문과 죽음의 두려움 앞에서도

자신의 삶과 신앙의 뿌리가 무엇이고

어디에서 왔는지 훌륭히 보여 주었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도

우리가 무엇을 말해야 할지

그때에 우리에게 알려 주실 것입니다.”

 

오늘은 비가 잠시 멈추겠지만

후덥지근한 무더위가 될 것이라 합니다.

자칫 짜층내기 쉬운 날이지요.

 

며칠 전 신장암으로 위중하다며 기도를 부탁했던

김홍길 프란치스코 형제가

결국 어제 아침 선종했습니다.

 

그분의 어르신들께서는

강원도 횡성 지방의 공소회장을 대대로 이어 온

순교자 집안의 후예들이십니다.

 

많은 기도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