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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2021년06월05일)

주님의 착한 종 2021. 6. 5. 01:15

오늘의 묵상(2021년06월05일)

 

당신이 천주교인이오?

 

 

오늘은 성 보니파시오 주교 순교자 축일입니다.

故 최기산 주교님의 영원한 안식을 빕니다.

 

 

어제는 교구 도보순례 4코스 진리의 길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계산동 성당을 출발하여 계양산 둘레길을 넘어

아라 뱃길을 따라 걷다가

김포 방향으로 들어가 원당동 성당까지 걷는

약 12KM의 구간의 상당히 예쁜 길입니다.

 

지난 번에 한 번 착각하여 헤맨 적이 있어

이번에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표식 리본을 달아가며 다녀왔습니다.

 

계양산을 넘으며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계양산을 여러 번 올랐던 제 경험으로는

계양산은 나무도 별로 없고

물도 없는 삭막한 산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내려가는 쪽,

그러니까 제가 올랐던 반대 쪽은

정말 180도 상황이 달랐습니다.

우거진 숲, 아름드리 소나무 밭,

그리고 맑은 일급수 물이 흘러내리는 계곡.

그야말로 별천지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아, 창조주의 작품은 사람의 얄팍한 시각으로

단면만 보아서는 안 되는 구나…

 

오늘 복음 말씀을 읽으면

저는 늘 양심이 찔리곤 합니다.

과부의 헌금 이야기입니다.

과연 나는 저 과부의 정성으로

단 한 번의 헌금을 한 적이 있는가.. 하고요

 

본당애서 헌금 계수를 할 때 보면

천 원짜리 지폐가 꼬깃꼬깃 접혀진 것을

볼 때가 있는데 사실 그럴 때마다

가슴이 찡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저런 돈은 틀림없이 어느 할머니가

용돈으로 받거나 폐지라도 줍거나 해서

생긴 돈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귀여운 손주 과자 값으로

 뺏기지 않으려고

꽁꽁 숨겨 두었던 건 아닐까요?

 

 

매년 성탄 무렵이면 등장하는 구세군의 자선냄비.

거기에 모이는 천 원짜리, 어쩌다 만 원짜리 지폐는

부자들이며 지도자들이 채우는 것이 아닙니다.

자선냄비는 지하철 통로이거나 때로는 육교 위,

길거리 버스 정거장 근처 횡단보도 등에 위치합니다.

 

부자들, 고위 공직자들, 말 잘하는 국회의원들

이른바 지도자들이라 불라는 분들이

지하철 타고, 버스 타고, 아니면 걸어서

출퇴근 하는 이야기 들어보셨습니까?

 

지하철로, 버스로, 걸어서 다니는

지도층이 아닌, 지도층이 될 수 없는

흙수저들만이 만날 수 있는 자선냄비이기에

서민들이 채우게 됩니다.

 

요즈음 정치권을 보면

내로남불이 정말 가관입니다.

정치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하는 꼴들을 보면 열이 나고 밥맛이 떨어집니다.

 

내편은 무조건 선하기 때문에

실수는 어쩌다 생긴 불루스이어서 보호하고

상대방은 끝까지 약점을 캐내어 흠집을 내고

유언비어까지 조작해서 깔아뭉개는 작태들..

 

주일 미사 때 

신자들의 기도 중에 때때로 정치인이나

국가 지도자들을 위한 기도가 나오면

솔직한 심정으로…

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도자가 되어서 다른 사람을 이끌고 가르친다는 것은

그 이상의 막중한 책임이 뒤따릅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가르치는 것을

삶의 모범으로 보여 주어야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높은 자리에 오르면 오를수록

그것을 지키기가 더욱 어렵다고 합니다.

보여 주어야 할 모범이 많기도 하지만,

어느새 마음 안에 교만함과 공명심이

더 커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율법 학자들의

공명심을 꾸짖으십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직무를 공동체에 대한

봉사로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명예로만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타인을 억누르고,

자신들의 가르침과 견해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것을 가르치든지,

그 수단과 방법만을 가르치는 것은

올바른 지도자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무엇을 하든지 자신의 혼을 담아서

그것에 몰두하고, 자신의 온 삶을 담아서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이고,

그 자체가 진정한 가르침이고

모범이 되는 것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가난한 과부의 헌금은,

비록 액수가 렙톤 두 닢에 불과했지만,

자신이 가진 모든 것, 자신의 온 생명을

바친 것이기에, 어떤 헌금이나 어떤 가르침과도

비교할 수 없는 절대적인 봉헌이요,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마다 가진 직무가 서로 다르기는 하지만,

참된 삶을 보여 주는 사람이 진짜 스승이요,

참된 봉사를 보여 주는 사람이

진정한 지도자일 것입니다.

 

내가 보던 방향에서 바라보이는

삭막한 산이 아니라

내 방향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울창한 숲과 아름드리 소나무들과

맑은 계곡물들을 품은 풍요한 산 같은

그런 지도자들이 되어주었으면 합니다.

 

그래야 정권이 바뀌어도

감옥에 가지 않을 것 아닙니까?

 

 6월의 첫 주말입니다.

6월의 첫 주말에는

아픈 이를 어루만저 드리는 날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행복한 복된 주말 맞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