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조업 중국 어선의 해경정 침몰 사건에도 '이성적 처리'를 주문하며
적반하장식의 태도를 보이는 중국 정부에
중국 국내법에 따른 엄격한 처벌조치를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꽃게철을 앞두고
대연평도와 북한 갑도, 석도 사이에서
불법 조업하고 있는 중국 어선의 모습. (자료사진)ⓒ데일리안
▲ 해경이 지난 7일 서해 상에서 해경 고속단정을
고의로 충돌해 침몰시키고 도주한 중국어선을 추적하고 있는 10일 오전
인천시 동구 만석부두에 불법조업에 나섰다가
나포된 중국어선들이 가득 차 있다.
이들 어선은 영해 및 접속수역법 위반 등으로 혐의로
해경에 나포돼 법원 판결 등을 앞두고 있다.ⓒ연합뉴스
해경 목숨 위협받은 아찔한 상황에도 중국은 "이성적 처리"만 요구
전문가 "영해 침범은 외교 아닌 군사로 대응해야" 강력 대응 촉구
중국이 국내법에 선박 파괴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명시하고 있으면서도,
자국 어선이 한국 해경정을 침몰시킨 사건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사과나 유감표명 없이
우리 정부에 '이성적 처리'를 요구하고 있어 '적반하장'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7일 인천시 옹진군 소청도 남서쪽 76km 해상에서
중국 국적 어선의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해경 고속단정 1척(4.5t)이
중국 어선과 부딪쳐 침몰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단정장인 조동수 경위가 침몰 직전 바다에 뛰어들어
위험천만한 상황에 놓였고,
중국 어선에 승선해 있던 해경 대원 8명이 한때 고립되기도 했다.
우리 해경 대원들이 목숨을 잃을 뻔한 상황이 발생했지만,
정부는 중국과 외교적 마찰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해 이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아졌다.
외교부는 지난 9일 주한 중국대사관 총영사를 불러 항의했고,
같은 날 해경도 주한 중국대사관 부총영사를 불러
재발방지를 위한 강력한 조치를 촉구했으나
중국 정부는 사건 발생 이후 공식적인 사과 표명 없이,
우리 정부의 이성적인 대응만을 주문하고 있다.
실제 경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 "한국이 양자 관계와 지역 안정의 대국적인 측면에서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관련 문제를 처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후 11일 우리 정부가 수위를 높여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하고
강한 유감과 항의의 뜻을 전달했으나,
중국 정부는 "한국이 양자 관계의 대국적인 견지에서 출발해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유관 문제를 처리하길 희망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며
입장을 재확인할 뿐 여전히 공식적인 사과나 관련자 처벌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 관영언론 환구시보는
"우연한 충돌로 보이는데도 한국 언론은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 없이
중국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있다"며
"한국 해경이 난폭하게 법을 집행하면 중국 어민은 두려움 때문에 반항할 수밖에 없다"고
우리 정부에 책임을 떠넘겼다.
하지만 중국 형법 119조(교통공구 파괴죄)는
기차·항공기·선박 등을 파괴하는 행위에 대해 10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무기징역 또는 사형을 선고하도록 명시하고 있어,
중국 정부가 국내법에 따라 이번 사안의 관련자들을
엄격하게 처벌할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정부 역시 '적반하장'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는 중국에
국내법에 따른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하게 주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중국문제 전문가인 강효백 경희대 중국법학과 교수(해군발전자문위원)는
12일 '데일리안'에 "중국은 국내법에 따라 관용 선박을 파괴한 자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있고,
미수에 그치기만 해도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있다"며 "
이번 사안은 더욱이 한국 정부의 단정을 침몰시킨 것이기 때문에
중범죄 중에서도 중범죄에 해당한다.
우리 정부는 중국에 국내법에 맞게 처벌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 교수는 "중국 어선이 지속적으로 우리 영해를 침범해 불법조업을 하고 있지만
이에 강력하게 대응하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라며
"강경하게 대응하면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이 우려되고 다른 보복이 들어올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외교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군사적으로 대응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본과 베트남, 필리핀 등은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에 발포하는 등
강도 높은 단속을 벌이고 있는 반면,
우리 정부는 공용화기 사용 매뉴얼을 만들어놓고도
정작 실제 상황에서는 이를 적용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실제 지난 5월 인도네시아 해군은 남중국해와 맞닿은 해역에서 조업하던
중국 어선을 향해 발포한 뒤 어선과 선원을 나포했고,
6월에도 같은 해역에서 단속에 저항하는 중국 어선에 총격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보다 앞선 3월 아르헨티나 해군은
중국 어선이 경고에도 불구하고 경비정을 들이받으려 하자 발포해
선체에 구멍을 뚫어 침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강 교수는 "북한도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에 발포한 전례가 있다.
2005년 말부터 2006년 사이 중국 어선이 3회 연속으로 북한 영해에 넘어갔는데,
북한의 발포로 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어선 6척은 나포되기도 했다"며 사례를 들었다.
중국과의 혈맹관계를 강조하는 북한 역시 영해 침범 행위는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 중국이 이에 대한 조치로 2006년 10월 9일
'중조 변경수역 어선 관리강화에 관한 긴급통지'를 발효해
자국 어선에게 '북한 해역에 절대 들어가지 말라'는 포고령을 내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강 교수는 "우리의 영해를 침범하는데 대사를 불러 항의하고
재발방지를 촉구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저자세 외교는 지금보다 더 큰 문제를 만들 뿐"이라며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이 우방국으로서의 예의이고,
당당하게 처벌을 요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11일 해경의 불법조업 단속에 폭력으로 저항하며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중국어선에 대해 공용화기를 사용하는 등
강제력을 행사하고, 대형함정 4척과 특공대, 헬기 등을 투입한
'불법 중국어선 단속전담 기동전단'을 편성해 단속활동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실질적 효과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데일리안 = 하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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