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안식/호스피스 일기

6개월 시한부' 아빠, 두 자녀와 추억 만드려고

주님의 착한 종 2016. 9. 7. 08:39


    6개월 시한부' 아빠, 두 자녀와 추억 만드려고 길면 6개월 삶' 40代, 세 살·두 살배기 자녀와 놀이동산서 애틋한 추억 만들기 아빠 아픈지도 모르는 아이들… 회전목마 타며 "아빠, 아빠" 이동식 침대에 누운 아빠는 엷게 미소 지었다 "좋아, 좋아요… 좋습니다." 16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놀이공원에는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시한부 신경암 환자 박상은(44)씨와 딸 현주(가명·3), 아들 영수(가명·2)가 온 것이다. 박씨의 아버지와 누나들, 조카 그리고 병원 측 의료진과 봉사자들과 함께였다. 박씨는 얼마 전 병원에서 "짧으면 3개월, 길면 6개월"이란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박씨가 겪는 병은 신경종양. 신경에 종양이 생기는 유전성 질환인데, 1000명에 1명이 걸리는 희귀병이다. 이날 박씨는 이동식 침대에 누운 상태였다. 키가 171㎝인 박씨 몸무게는 50㎏이 채 되지 않았다. 종양 덩어리들이 튀어나와 살갗이 울퉁불퉁했다. 이날 박씨는 두 아이가 회전목마를 타는 모습을 지켜봤고, 가을꽃이 핀 화단에서 아들딸과 사진을 찍었다. "애기들이 어려서, 아빠가 아픈지 어떤지도 몰라요" 하고 박씨의 조카 우영화(28)씨가 말했다. 아이들은 "아빠, 아빠" 하며 사촌 누나 품 안에서 박씨에게 손을 흔들었다. 박씨의 누나 재현(47)씨는 "동생이 오랜 투병 생활을 해서 바깥나들이는 4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수원시에 있는 병원에서 이곳 용인시 에버랜드까지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분 남짓. 앰뷸런스 안에서 박씨는 구토를 수차례 했다. 그래서 박씨는 점심도 못 먹고 누워서 아이들 먹는 모습만을 바라봐야 했다 신경암은 일반 암과는 달리 전이가 20~30년간 서서히 진행된다. 열 살 때 배가 아파 병원을 찾은 박씨는 "종양이 될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 하지만 평생 배의 통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게 화근이었다. 경기도 화성시 파이프 공장에서 일하던 지난 2008년 갑자기 병세가 나빠져 박씨는 본격적인 투병을 시작했고, 지난 5일 그는 더 이상 고통을 참지 못하고 경기도 수원시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호스피스 병동을 찾았다. 아내와는 별거 중이고, 아이들은 경기도 화성시에 사는 둘째 누나 애자(55)씨가 돌보고 있다 "큰딸, 작은아들이 있는데… 아이들 놀이동산 한번 못 데려간 게 제일 아쉬워요 죽기 전에 아이들과 놀이공원에 함께 가보고 싶어요. 호스피스에서는 막 입원한 환자와 초기 상담을 진행한다. 상담을 하던 병원 간호팀장 강이진 패트라 수녀에게 그는 이렇게 간곡한 부탁을 했다. 수녀는 수소문 끝에 에버랜드 놀이동산에 연락했고, 사정을 들은 에버랜드는 박씨와 가족을 초대했다 세 살, 두 살배기 두 아이가 할 줄 아는 말은 "아빠"밖에 없다. 두 아이는 사촌들 손에 이끌려 회전목마를 탔다 놀이기구 바깥에서 이동식 침대에 누운 채로 박씨는 고개를 돌 두 아이를 바라봤다. 아이들을 향해 있는 힘을 다해 오른 손목을 까딱였다. 박씨는 "예" "아니오" 등 단답형 말만 했다 고개를 끄덕거린다든지 손을 까딱이는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했다. 박윤정(31) 주치의는 "우울증도 있고, 온종일 한 마디도 없을 정도로 워낙에 말씀이 없는 분"이라며 "그래도 오기 일주일 전부터 '기대된다.'고 말하면서 밥도 많이 먹고 평소보다 밝아졌다"고 말했다. 현주와 영수는 옆에 누워 있는 아빠는 안중에도 없이 '이솝우화'의 공주님과 왕자님의 길거리 행렬에 눈길을 뺏겼다 그런 아이들을 가만히 쳐다보다 박씨가 엷게 웃음 지었다 이 모습을 보고 간호사 이수지(30)씨는 "우리 병원에 온 이래로 웃는 모습은 처음 봤다"며 덩달아 웃었다 노란 국화가 피어 있는 화단에서 박씨는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웃어보라"는 가족의 채근에 큰딸 현주는 울고 말았다. 박씨의 아버지 박주원(84)씨는 멀리서 아들과 손주를 바라보며 "손주들이 정말 예쁜데…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누나 박애자씨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동물원 동물들을 보러 가는 마지막 코스에 박씨는 동행하지 못했다. 차가 좁고 덜컹거리기 때문이다. 검은색과 흰색 얼룩말 모양으로 꾸며진 차를 본 아이들은 신이 났다. 박씨는 아무 말 없이 아이들을 지켜봤다.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박씨는 "좋아. 좋아요…. 좋습니다. 정말 좋습니다." 하고 말했다. 그가 이날 한 가장 긴 말이었다. [옮겨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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