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마음을 열고

웃겨야 산다

주님의 착한 종 2016. 3. 29. 09:19





왕은 세계에서 제법 웃긴다는 자들을
전부 끌어 모아 공연하게 하였다.
법과 상식이 준하는 선에서 웃을 만한 유흥을 끝없이 제공하였다.


그이는 웃지 않았다.


웃지 않는 사람은 필요 없다! 꺼져! 할 수 있는 게 왕일진대,


왕은 그러지 못했다.
자존심 때문이었을까?


사람 한 번 웃기지 못하는 왕이 무슨 왕이란 말인가.
오기가 생겼을까?.


갖은 정성을 기울여도 웃기지 못하니,
짠한 왕이 아닐 수 없었다.


요즘 들어, 짠한 왕으로 사는 분들이 많다.
저렇게 해도 안 되면 천지신명께서
너무하신 거 아니신가 싶을 정도로 진인사대천명 해도,
조직을, 소비자를, 시청자를, 관중을, 독자를,
가족을, 웃기지 못하는 프로 가장들.
웃지 않는 그이가 참 무서울 테다.


왕은 법을 어기고 상식을 무시하는 무리수까지 총동원한다.
 
시가지에 불을 질렀고, 백성을 다양한 방법으로 살해하였다.
 
그래도 그이는 웃지 않았다.


수도에 난리가 난 줄 알고 국경의 군인들이 구원하러 왔다.
아무 일 없는 것에 군인들은 멍하니 있었다.
그이가 그걸 보고 웃었다.
도대체 왜 웃은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웃었다.


왕은 그이가 웃는 걸 보려고 시시때때로
군인들을 불렀고, 그러다가 망했다.


아이를 웃기기는 참 쉽다.
 '
' 자만 들어가면 아이는 신나게 웃어준다.
청소년만 되어도 '나뭇잎 굴러가는 소리'에 조차 웃어준다.
다 큰 어른을 웃기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짠한 왕들은 생계를 걸고 웃겨야 한다.


그래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비정상으로 웃기면 계속 비정상으로 웃길 수밖에 없다.
망하는 길이다. 웃겨야 한다! 상식 선에서.


 
김종광 님 | 소설가


김종광 님은 1998년 문학동네에 단편 소설 〈경찰서여, 안녕〉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지은 책으로 《조선의 나그네 소년 장복이》,
《별의별》, 《왕자 이우》 등이 있습니다.
2000
년에는 대산창작기금을, 2001년에는 신동엽창작상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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