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가난한 사람이나 슬퍼서 우는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진복팔단(마태 5, 3∼12; 루가 6, 20∼23)을 읽을 때마다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가난한 사람이나 슬퍼서 우는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반대가 행복한 것이 아닌가요?

진복팔단에서 예수님께서는 행복과 기쁨이 같은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우리가 기뻐하지 않을 상황에도 행복할 수 있고, 기쁘거나 즐겁고 고통이 없을 때도
불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의 참뜻을 알기 위해 영어 성경을 조금 살펴봅시다.
한글 성경에는‘행복하다’고 표현하지만 영어 성경은 대신
‘축복을 받았다(blessed)’고 표현합니다.
기쁨은 혼자만의 감정입니다.
그러나‘축복을 받는다(blessed)’는 나에게 축복을 해 줄 상대가 필요합니다.
따라서‘축복을 받는다’로 표현되는 행복은 혼자만이 아니라
다른 상대를 전제로 하는 것, 즉 관계입니다.
참된 행복은 기쁨이나 슬픔이라는 나만의 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하느님과의 관계에서만 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생을 바다로 비유해보도록 합시다.
파도는 항상 높았다가 낮았다가 변화무쌍하지만 바다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파도의 그 밑에는 항상 변함없는 바다의 심연이 존재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흔히 파도가 바다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의 출렁거림, 매 순간의 기쁨과 슬픔에 휩쓸립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파도가 바다의 일부라는 것을 깨닫고 바다의 심연,
즉 하느님의 영역, 참된 행복의 영역, 성령의 흐름에 머물라고 가르치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생의 파도가 절정에 있거나 최저에 있거나 상관없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항상 행복할 수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이 함께하심을 믿고 체험하기 때문입니다.
- 권순호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