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22 대림 제4주간 화요일
독서:1사무 1,24-28
복음: 루카 1,46-56
그때에 46 마리아가 말하였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47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48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49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이름은 거룩하고, 50 그분의 자비는 대대로,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미칩니다.
51 그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52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53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
54 당신의 자비를 기억하시어, 당신 종 이스라엘을 거두어 주셨으니, 55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대로, 그 자비가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게 영원히 미칠 것입니다.” 56 마리아는 석 달가량 엘리사벳과 함께 지내다가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시작기도
성령님, 제가 늘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기억하고 그분을 닮게 하소서.
말씀 들여다보기
하란에 있던 아브라함을 부르셨을 때 하느님은 이렇게 약속하셨다. “나는 너를 큰 민족이 되게 하고, 너에게 복을 내리며, 너의 이름을 떨치게 하겠다.”(창세 12,2) 하지만 다윗과 솔로몬 시절 잠시를 제외하고 이스라엘은 ‘큰 민족’이던 시절이 없고, 대단한 복을 받아 이름을 떨친 적도 없다. 바빌론 군대가 성전을 무너뜨린 이후에는 더더욱 그러했으며 예수님이 태어난 시대에도 다르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늘 강대국의 지배를 받는 변방의 작은 나라일 뿐이었다.
사정이 이러하니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는 하느님이 과연 아브라함에게 하신 약속을 기억하고나 계신지 의심스러워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또 어떤 이들은 이스라엘이 계약규정을 철저히 지켜 하느님이 약속을 이행하시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계약을 향한 집착을 보임으로써 상대방을 은근히 압박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마리아는 하느님의 충실함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고, 하느님께 약속이행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오로지 “먼 옛날부터 베풀어 오신 당신의 자비와 당신의 자애를”(시편 25,6) 기억하시어 ‘당신 종 이스라엘을 거두어’ 주시길 바랐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스라엘은 하느님 약속에 걸맞은 모습으로 사는 게 불가능함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이스라엘을 구할 수 있는 건 오로지 하느님의 자비뿐이었고, 예수님 탄생도 하느님의 뒤늦은 약속이행이 아니라 하느님 자비의 기억이었다.
말씀 따라 걷기
*하느님께서 나를 부르시며 내게 하신 약속은 무엇인가?
*하느님이 그 약속을 지키셨다고 생각하는가, 혹시 하느님께 다른 걸 바라고 있지는 않는가?
마침기도
충실하지 못하고 수많은 죄를 지었음에도 당신 자비를 먼저 기억하고 이스라엘을 구원하신 하느님, 저도 저 자신의 의로움이 아니라 당신 자비에 의지해서 살아가게 하소서. 아멘.
- 윤성희(구약성서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