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기도
성령님, 예수님 나라에 대한 갈망이 제 마음속 불안을 이기고 더 크게 자라게 하소서.
말씀 들여다보기
예수님을 따르던 많은 이들은 하느님 구원계획에서 세례자 요한이 정확히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궁금해했다. 오늘 복음은 그런 궁금함에 대한 답변이지만 다소 혼란스러워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을 통해 시작된 ‘하늘나라’에 속하는 인물이 아니다. 이는 그가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서는 가장 위대하지만, 하늘나라에서는 가장 작은 이보다 못하다 하신 말씀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요한이 대단한 인물이긴 하지만, 예수님이 시작하신 ‘하늘나라’에 완전히 속한 이들보다는 나을 게 없다. 예수님 강생이 하느님 구원계획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요한은 ‘하늘나라’에 속하기도 한다. 이는 세례자 요한 때부터 ‘하늘나라’가 폭행을 당하고 있다고 하신 말씀에서 알 수 있다. ‘하늘나라’는 요한이 살아있을 때 이미 존재했다. 그리고 요한은 그 ‘하늘나라’에 가해질 ‘폭행’을 가장 먼저 경험한 인물이다.
결국 세례자 요한은 한 발은 ‘하늘나라’ 밖에, 다른 한 발은 ‘하늘나라’ 안에 둔 인물이다. 하나의 세상이 끝나고 다른 세상이 시작되는 때이니, 그가 느꼈을 불안과 희망의 교착交錯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중요한 건 조금 차원이 다르긴 해도 지금의 신앙인도 비슷한 처지에 있다는 점이다. 우리도 한 발은 이미 시작된 ‘하늘나라’에, 다른 한 발은 언젠가 완성될 ‘하늘나라’에 두고 있다. 이렇게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상황에 불안함을 느낄 수 있지만, 전체 흐름은 완성된 하늘나라를 향하고 있음을 늘 기억해야 한다.
말씀 따라 걷기
*지금 내 안에 있는 가장 큰 두려움은 무엇인가? 그 두려움을 예수께 고백해 보자.
*이미 내가 하느님 나라에 살고 있음을 믿고 있는가, 내 안의 의심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
마침기도
조금씩 하느님 나라로 다가가는 여정에 당신 백성을 초대하신 하느님, 제가 세례자 요한처럼 불안과 희망을 모두 안고 살아가면서도 용기 있게 당신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게 하소서. 아멘.
- 윤성희(구약성서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