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01 대림 제1주간 화요일
독서:이사 11,1-10 복음: 루카 10,21-24
21 그때에 예수님께서 성령 안에서 즐거워하며 말씀하셨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22 “나의 아버지께서는 모든 것을 나에게 넘겨주셨다. 그래서 아버지 외에는 아들이 누구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또 아들 외에는, 그리고 그가 아버지를 드러내 보여 주려는 사람 외에는 아버지께서 누구이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23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돌아서서 제자들에게 따로 이르셨다. “너희가 보는 것을 보는 눈은 행복하다. 24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많은 예언자와 임금이 너희가 보는 것을 보려고 하였지만 보지 못하였고, 너희가 듣는 것을 들으려고 하였지만 듣지 못하였다.”
시작기도
성령님, 제 안의 어리석음이 죄의 씨앗이 아니라 하느님을 향한 여정의 디딤돌이 되게 하소서.
말씀 들여다보기
오늘 복음에서 ‘철부지’라고 번역된 그리스 단어는 원래 ‘유아’나 ‘미성년자’를 가리킨다. 동시에 배우지 못했거나 능력이 없는 사람을 상징적으로 일컫는다. 잠언에서는 이 말에 해당하는 히브리 단어가 쉽게 잘못을 저지르는 ‘어리석은 자’를 가리키고, 시편에서는 ‘우둔한 이들’(119,130), ‘소박한 이들’(116,6), ‘어수룩한 이’(19,8)들로 표현된다. 다만 시편이 잠언과 다른 점은 이들이 어리석은 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아니라 하느님의 보살핌을 받고 그분에게서 깨달음을 얻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결국 ‘철부지’라는 말은 악으로 쉽게 이끌리는 ‘어리석음’의 의미와 하느님께 쉽게 마음을 열고 깨닫는 ‘순수함’의 의미를 담고 있다. 예수님은 바로 이런 이들에게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 감추어진 진리가 드러난다고 하신다. 이 말씀을 달리 해석하면, 하느님의 신비를 깨닫는 사람은 두 가지 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하느님의 신비를 깨닫는 이는 한편으로 어리석어 실수도 하고 잘못도 저지른다. 하지만 그 근본이 순수하기에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꿰뚫어볼 수 도 있다.
말씀 따라 걷기
*나는 어떤 사람일까, 어떤 면에서 두 가지 면을 모두 지닌 ‘철부지’일까?
*온전히 순수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볼 수 있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마침기도
하느님, 지혜롭고 슬기로운 자들이 아니라 어리석기도 하고 순수하기도 한 ‘철부지’들에게 진리를 드러내신 그 뜻을 따라 저도 조금씩 정화되어 마침내 예수님을 통해 당신을 보고 알게 하소서. 아멘.
- 윤성희(구약성서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