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의 기억과 발자취/청도 이야기

한국인회, 봉사한다는데 교민 시선은 왜 차갑나?

주님의 착한 종 2011. 1. 13. 11:19

 
▲ 베이징 한국 교민들이 경기에 앞서 애국가가 울려퍼지자 자리에서 일어나서 가슴을 손을 얹고 애국가를 따라 부르고 있다.

▲ [자료사진] 지난 남아공월드컵 때, 베이징 한국아이들이 경기에 앞서 애국가가 울려퍼지자 자리에서 일어나서 가슴을 손을 얹고 애국가를 따라 부르고 있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 한국기업들이 중국에 대거 진출하면서 수십만명의 한국인이 중국에 와서 생활하고 있다.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경제적으로 발전하면서 중국에 와서 유학을 하는 한국 학생들도 급증했다.

한국인의 중국방문은 여행, 사업, 유학이 목적이었으며 사업, 유학을 위한 한국인들이 장기체류하고 기존의 중국동포들과 한데 어우러지면서 코리아타운, 코리안커뮤니티가 형성됐다. 코리아타운 형성의 원인은 된장, 꼬추장, 김치 등 우리 음식과 우리말, 우리글이었다.

김치맛을 못잊는 한인들은 김치를 먹으러 한식당을 찾고 한식당을 위주로 배포되는 한글정보지를 통해서 지역정보와 뉴스를 접했다. 이같은 생활이 장기화되면서 코리안커뮤니티가 형성됐다. 중국동포사회는 대륙정착역사가 1세기가 넘었지만 중국정부의 소수민족정책으로 우리 말과 글, 그리고 우리민족의 독창적 문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인들이 코리안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중국에서 장기체류하고 있지만 사회적 존재로서의 보호나 혜택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중국정부가 남의 나라 국민인 한국인을 관심 가질 리도 없으며, 해외에서 생활하는 재외국민에 대한 우리정부의 관심과 책임감도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해외에서 장기체류하는 한국인은 이와 같은 무정부상태에서 스스로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처지에 있다.

사람은 자기 인생을 스스로 책임지고 스스로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이다. 사회적 협력과 보호, 교육을 통해서 현대사회의 문화와 문명의 혜택을 받고 현대인으로 성장하게 된다. 해외에서 장기 체류하거나 해외로 이주한 한국인은 이와 같은 사회적 존재로서의 제한성을 갖는다.

그래서 공동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자치적, 자율적 단체나 대표기구가 필요하다. 한국인, 한인동포가 진출한 세계 곳곳의 도시에서는 한국인회 혹은 한인회가 결성돼 운영되고 있다. 이는 비단 우리 뿐 아니라 중화민족의 국외 화교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중국에서도 50여개의 한국인회가 운영되고 있다. 중국정부나 한국정부의 지원도 없이 자율적으로 결성되고 운영되기까지는 지갑을 열어 돈을 쓰고 시간을 할애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한국인 커뮤니티가 확대되고 역사가 깊어지면서 한국인회는 새로운 발전과 과제를 부여받고 있다. 

단체 결성의 초장기에는 일부 대표적, 적극적 인사들 위주로 기반이 다져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한국교민을 대표하는 한국인회의 명칭에 걸맞게 전체 교민들을 아우러는 교민대중조직으로서 한계가 있었다.

한국 국내에서 재외국민 해외투표를 실시하기로 하면서 한국인회는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같은 관심은 자칫 한국인회 활동을 통해 인지도를 높인 인사들이 한국인회 본연의 역할을 외면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흐름을 조성할 수도 있어 우려된다.

한국 국내정치에 대한 한국인회 주요 인사들의 지나친 관심과 개입이 한국인회를 국내정치판의 사조직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더군다나 중국은 우리와 정치적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인회가 한국정치의 중국 확대로 인식되면 한국인회의 자율적 활동에 제약을 받을 가능성도 높다.

현재 한국인회는 봉사자들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인회 활동을 직업으로 삼고 상근하는 인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실제 전문성, 책임성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인회'라는 명칭 때문에 교민들은 대표조직으로서의 기준으로 바라보고 평가하게 된다. 많은 교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지만 한국인회에 대한 인식은 명칭에 근거하고 있다.

한국인회 임원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봉사'를 하고 있다고 자주 강조한다. 자기돈, 자기시간 들여서 '봉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책임을 피할 수도 있고 스스로 하고 싶은 것만을 골라서 할 수도 있다고 해석될 수도 있다.

한국인회 임원으로서 진정한 '봉사'가 무엇일까? 한국교민을 대표해서 중국과 한국 정치인들을 만나고 1년에 한두번 교민행사 개최하는 것이 봉사의 전부일까? 한국인회의 근본적 목적에 충실하는 활동을 위해 노력할 때, 진정한 '봉사'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중국 후진타오 주석은 '이민위본(以人为本)' 철학과 정책을 강조해 왔다. 이는 민주화된 현대사회의 핵심적 사상에 뿌리를 둔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인회의 정관과 규약을 따지지 않고 단지 외부적으로 내걸고 있는 명칭으로만 판단하면 한국인회는 한국교민을 대표하는 단체이다. 한국교민대표조직인 한국인회는 중국에서 사업하고 공부하는 한국교민의 이해와 요구에 뿌리를 두고 이를 활동의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

중국의 경제발전과 사회변화, 한중간의 관계발전으로 중국 현지 한국인 경제의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제조업 위주의 중국 진출 시대가 가고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국제적 금융위기까지 발생해 중국 현지의 한국교민들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귀국하거나 심지어 야반도주하는 사례도 많았다.

하지만, 중국 현지 어떤 한국인회도 한국교민의 경제생활을 걱정하며 대책을 마련하고 반전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 가시적 노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중국 거주 10년이 넘는 한국교민들이 한숨을 쉬며 귀국하고 있을 때, 엉뚱한 이슈를 부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현지 교민들의 한국인회에 대한 시선이 따뜻할 수가 없었다.

해외에 사는 한민족은 우리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 우리 민족의 미덕이라 할 수 있는 상부상조의 정신으로 서로 돕고 이끌어주며 세계를 무대로 살 길을 개척해야 한다. 한국인회, 한인회가 이같은 한민족 상부상조의 중심이어야 한다. 한국인회가 단체의 위상과 역할을 바로 세우고 발전방향을 제대로 잡기 위해서는 '존재의 목적'과 관련한 정신을 바로 세워야 한다.

수천년 역사 동안 반도를 터전으로 생활해온 우리 민족은 늘 외세의 침략에 시달려 왔다. 화합과 민주의 시대, 21세기를 맞아 우리는 세계로 진출하고 있다. 우리는 해외에서 한글공동체를 구축하고 세계시장과 생활터전 개척의 기반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바라건대, 세계 무대로 진출해 생활한 한국인회 임원들의 시선이 국내 정치판이 아니라 드넓은 세계를 향하길 바란다. 그리고 해외 한글공동체의 중심에 한국인회가 우뚝 설 수 있기를 바란다. 세계화 시대에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공을 세울 수 있는 인물은 국내가 아니라 국외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