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마음을 열고

거스름 돈

주님의 착한 종 2010. 4. 30. 12:47

옮겨온 글입니다.

 

거스름 돈

 

“여보, 오늘 저녁에는 누룽지도 끓이지“
남편의 말을 들으며, 눌려놓은 밥에 물을 부으려는데
문득 십 년도 넘게 지난 옛일이 떠올랐습니다.

집이 시골이었던 저는 고등학교 삼 년 내내 자취를 했습니다
.
월말쯤, 집에서 보내 준 돈이 떨어지면
,
라면으로 저녁을 해결하곤 했어요


그러다 지겨우면, 학교 앞 ‘밥할매집‘에서 밥을 사 먹었죠.
밥할매집에는 언제나 시커먼 가마솥에 누룽지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어요.
 
“오늘도 밥을 태워 누룽지가 많네.

배가 안 차면 실컷 퍼다 먹거래이.
이 놈의 밥은 왜 이리도 타누.

 

저는 늘 친구와 밥 한 공기를 달랑 시켜놓고,
누룽지 두 그릇을 거뜬히 비웠어요


그런데, 하루는 깜짝 놀랐습니다.
할머니가 너무 늙으신 탓인지
,
거스름돈을 원래 드린 돈보다 더 많이 내 주시는 거였어요.


'
돈도 없는데 잘 됐다.

이번 한 번만 그냥 눈감고 넘어가는 거야.
할머니는 나보다 돈이 많으니까...'


그렇게 한 번 두 번을 미루고, 할머니의 서툰 셈이 계속되자
저 역시 당연한 것처럼 주머니에 잔돈을 받아 넣게 되었습니다.


그러기를 몇 달,

어느 날 밥할매 집엔 셔터가 내려졌고,

내려진 셔터는 좀처럼 올라가지 않았어요


며칠 후 조회 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이 심각한 얼굴로 단상에 오르시더니,
단호한 목소리로 말씀하셨어요.


“모두 눈 감어라.
 
학교 앞 밥할매 집에서 음식 먹고
,
 
거스름돈 잘못 받은 사람 손 들어라.


순간 나는 뜨끔했어요.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다 부스럭거리며 손을 들었습니다.


“많기도 많다. 반이 훨씬 넘네.

선생님은 침울한 목소리로 말씀하셨죠.


“밥할매집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할머니께서 아들에게 남기신 유언장에 의하면

 
할머니 전 재산을 학교 장학금에 쓰시겠다고 하셨단다

그리고...

선생님은 잠시 뜸을 들이셨어요.

 

“그 아들한테 들은 얘긴데,
 
거스름돈은 자취를 하거나 돈이 없어 보이는 학생들에게

 
일부러 더 주셨다더라.

그리고... 새벽부터 일어나 그날 끓일 누룽지를 위해
밥을 일부러 태우셨다는구나.

그래야 애들이 마음 편히 먹는다고..."

그날 학교를 마치고 나오는데
,
유난히 '밥할매 집'이라는 간판이 크게 들어왔어요


나는 굳게 닫힌 셔터 앞에서 엉엉 울고 말았습니다.
 
할머니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
 
할머니가 만드신 누룽지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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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4월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