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훈(家訓)이 ‘감사’ 인 세 식구
아버지는 아파트 경비를 하고
어머니는 야식배달전문 식당 주방 일을 합니다.
아들은 대학을 휴학하고 편의점에서 심야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아버지는 이틀에 한 번 이른 아침에 출근해 24시간 근무합니다.
어머니와 아들은 저녁에 출근해 다음 날 아침에 집으로 돌아옵니다.
이틀에 한 번은 셋이 비슷한 시간에 퇴근해 함께 아침식사를 합니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가족에게 “감사합시다”라는 말을 선창합니다.
그런 뒤에 셋이 함께 “감사합니다” 하고 말하고 나서 식사를 시작합니다.
아버지는 교회도 다니지 않고 절에도 다니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야 한다고 가족에게 말합니다.
어쩌면 감사가 아버지의 종교인지 모릅니다.
평생 집 한 칸 마련하지 못하고 넉넉한 형편으로 살아본 적 없지만
아버지의 마음에서 감사가 떠난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철없던 사춘기 시절,
아들은 아버지에게
“무엇에 대해 감사하나요?” 하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아버지는 “이 세상에 감사하지 않을 건 아무것도 없단다.
모든 것에 감사해라.
그러면 모든 것이 감사의 대상이라는 걸 반드시 깨닫게 될 거다.”
어머니가 과로로 인한 뇌출혈로 의식을 잃고 중환자실로 실려 갔을 때도
아버지는 아들의 손을 잡고 감사하자는 말을 했습니다.
“어머니가 쓰러진 걸 감사하라고요?”
아들은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에게 소리쳤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손을 잡고 계속 감사하자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그렇게 며칠 동안 아버지는
의식불명 상태의 어머니를 위해 무엇엔가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참으로 기적적으로 어머니는 소생했습니다.
그날 이후 아들은 아버지의 감사를 감사하게 생각하고
세상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면서 아들은 많은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감사는 긍정의 토양에서 자라는 줄기식물 같고,
감사는 하면 할수록 줄기가 쉬지 않고 뻗어 나가는
무궁무진한 생명력을 지녔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곳에 있는 현재 상태의 나에게 감사하고,
그것을 이루는 모든 배경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사방이 환해진다는 점도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가 곧 마음의 열림과 닫힘을 결정하는 열쇠라는 걸 알게 된 것입니다.
감사하면 열리고 비관하면 닫히는 마음.
이 세상에는 오직 감사할 일밖에 없다던 아버지의 가르침을
아들은 비로소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입니다.
아버지는 당신의 야간 경비로
주민이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음을 감사합니다.
어머니는 깊은 밤 허기에 시달리는 사람을 위해
음식을 만들 수 있음을 감사합니다.
아들은 깊은 밤 생필품이 필요한 사람에게
봉사할 수 있음을 감사합니다.
그들의 감사가 우리의 오늘을 밝히고
그들의 감사가 또 다른 감사의 밑거름이 됩니다.
감사하는 말,
감사하는 마음,
감사하는 사람이 어우러져
세상이 환하게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 작가 박상우님의 글 옮겨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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