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받으러 가는 아이
어릴 적, 손님이 오시면 술을 받으러 가는 심부름은 제 차지였습니다.
커다란 주전자를 들고, 주머니에는 10원짜리 지폐 한 장을 넣은 채,
털레털레 막걸리 가게를 다녀오곤 했습니다.
어느 날, 술도가 (양조장)에 가면 더 싼 값으로 살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한 2KM 쯤 될까요?
어느 추운 겨울 날, 2원이 탐이나 밤 늦게 양조장에 갔는데
양조장은 이미 문을 닫은 후였습니다.
아파 누워있던 동생에게 (어릴 적에 세상을 떠난..)
달콤한 부채과자를 사다주마.. 약속했는데,
꽁꽁 얼어붙은 손발 보다도 동생에게 약속을 지키지 못함이 서러워
엉엉 울며 집에 갔더랍니다.
그때는 한동안 집안을 돌보지 않으셨던 아버지가 왜 그리 원망스럽던지요.
어머니는 그깢 추위에 사내녀석이 운다고 야단을 치셨지만..
그 이후, 동생이 어두운 밤에 세상을 떠났는데
마지막으로 형아를 불렀다는 부모님의 말씀을 들었지요.
그로부터 지금까지 아마 부채과자를 먹어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아이는 파래가 붙은 부채과자를 참 좋아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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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자 대신 술병을 들고 술을 받으러 가는 듯한
충국 어느 촌락의 소년의 모습에서
어릴 적 제 모습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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