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은 체면을 중시한다.
그래서 『중국의 성격』이라는 책을 쓴 바 있는 영국의 전도사 아담 스미스는
중국인을 이해하는 관건으로 체면을 들었으며,
린위탕(林語堂<임어당>)같은 이는 『내 나라네 국민』(吾國與吾民<오국여오민>)에서
중국을 지배하는 세 여신으로 체면, 운명, 은전(恩典<은전>)의 여신을 들었는데,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체면의 여신이라고 했다.
그런데 유가는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현실을 중시한다. 그래서 내세가 없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두려움을 느끼게 마련인데,
불교처럼 내세를 앞세우면 인심을 모을 수도 있으련만
유가에서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했다.
바로 그 대안으로 제시된 게 “이름을 남기는 것”이다.
그러면 육신은 죽되 정신을 죽지 않는다고 보았다.
열심히 공부하여 자신의 이름은 물론 조상의 이름까지 드날리는 것
(立身揚名<입신양명>)이야말로 효의 극치라고 했다.
명분이니 명예라는 말은 그레서 나왔다.
그런데 名(명)은 다분히 정신적인 이름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육신을 나타내는 이름은 무엇일까 ?
그것은 바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는 얼굴이다.
곧 얼굴은 육신의 실질적인 이름인 것이다.
그래서 중국 사람들은 얼굴도 명예와 함께 중시했다.
“경을 친다”는 말이 있다.
경(경<경>)이란 이마에 먹물을 들이는 형벌로 참형 다음 가는 중형이다.
평생 얼굴을 들 수 없게 하는 형벌이었던 것이다.
또 厚顔無恥(후안무치)라는 말도 있다.
얼굴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체면을 닦지 못한 사람을 말하는 것으로서,
실제로 중국에서는 그런 사람에게 얼굴가죽을 벗기는 형벌을 가했다.
너무 두꺼웠기 때문이다.
이처럼 얼굴은 육신의 상징으로 중시되었다.
우리나 중국이나 지금도 경찰에 체포된 범인이 얼굴부터 가리는 것도
이런 데서 연유한 것이다.
곧 얼굴이라는 뜻이다.
워낙 미엔쯔를 중시했던 민족이었던 만큼 체면 때문에 죽음을 자청했던 경우도 많다.
周(주)나라가 서자 불사이군을 외치면서 수양산에 들어가 굶어 죽기를 자청했던
뽀이(伯夷<백이>)와 수치(叔齊<숙제>)도 사실은 체면 때문이었으며,
료우빵<劉邦<유방>)에게 패주를 거듭하던 샹위(項羽<항우>)도 도망치면 목숨만은 부지할
수가 있었지만 체면 때문에 烏江(오강)을 건너기를 거부하고 자결을 선택했다.
『내가 무슨 면목으로 건넌단 말인가』.
체면중시 풍조는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 체면과 관계되는 말은 무척 많다.
우선 체면 차리는 것을 쭈오 미엔쯔(做面子<주면자>),
남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을 께이 미엔쯔(給面子<급면자>),
제 삼자의 체면을 봐서 부탁을 들어주는 것을 마이 미엔쯔(賣面子<매면자>)라고 한다.
「체면을 팔았다」는 뜻이다.
그뿐인가,
체면이 선 상태를 요구 미엔쯔(有面子<유면자>), 깍인 상태를 메이 미엔쯔(沒面子<몰면자>),
자신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쯩 미엔쯔(爭面子<쟁면자>),
이상의 것들은 집대성한 것을 미엔쯔 꽁푸(面子工夫<면자공부>)라고 한다.
일종을 「체면학」인 셈이다.
중국인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 “미엔쯔 꽁푸”에 밝아야 한다.
그러면 중국인들은 “체면”과 “현실”중 어느 것을 더 중시하는가.
이 두 가지는 보완적이기보다는 상충되는 경우가 더 많다.
너무 체면만 차리다가는 현실의 이익을 놓치기 쉽다.
중국인들은 양자가 상충될 때 “현실”쪽을 택한다.
즉 양자를 면밀히 검토하여 유리하다는 판단이 서면 체면도 버릴 줄 아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그래서 상대가 아무리 의연하게 대처해도 전후좌우를 따져 유리하다고 생각되면
머리를 숙이고 들어오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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