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오 하느님

바꿔 가진 십자가

주님의 착한 종 2009. 2. 6. 11:24

    바꿔 가진 십자가 남들은 모두 하는 일마다 잘도 풀려지고, 별난 불행도 당하지 않고 잘도 살아가는데 유독 자기 자신만은 못 당할, 못 견딜 일만 당하면서 제일 불행스럽고 억울하게 산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다.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지는 불운만이 자기의 것이라고 탄식한 이 사람은 하느님을 찾아가서 불평을 했다. 자신에게 지워진 삶의 십자가가 너무 무거워 도저히 감당해 낼 수 없으니 남들의 십자가처럼 가볍고 덜 힘든 것으로 바꾸어 달라고... "저어기, 여러 가지 십자가가 있으니, 원하는 것으로 바꾸어 가라"고 하시면서 하느님께선 쾌히 허락하셨다. 그 사람은 많은 사람들의 십자가가 있는 곳, 즉 큰 것, 작은 것, 무거운 것, 가벼운 것, 험악한 것, 보드라운 것 등 여러 가지 십자가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는 그들 중에서 가장 작으면서 가장 가볍고 그리고 가장 보드라운 십자가 하나를 골라 들고 이것을 가지겠다고 하느님께 아뢰었다. 하느님께선 쾌히 허락하셨다. 그 사람이 자신이 골라 든 가장 견디기 쉬운 십자가를 들고 보니, 거기에 바로 자신의 이름이 씌어 있더라고. 자신이 지고 사는 십자가가 가장 견디기 쉬운 것인지도 모르고 오히려 불평과 원망만 했던 것이다. . . 아마도 누구나 자신의 짐이 가장 힘겹고 가장 고통스럽고 불행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자신의 생애야말로 제일 비극적이며, 한 권의 소설 속의 주인공보다도 더 기막힌 비극의 주인공으로 자기가 살고 있다고 아파하며 절망하며 자신을 원망하리라. 아마도 가장 가볍고 견디기 쉬운 십자가를 지고서도 그걸 깨닫지 못하는지도 모르는 일. 그렇다. 그 누구도 자신의 십자가가 자신의 능력보다 가볍다고는 생각지 않으리라. 그래서 그 누구도 하느님께 좀 더 무거운 좀 더 고통스러운 불행의 십자가로 바꾸어 달라고는 하지 않으리라. 이겨 낼 수 없을 만큼 무거운 고통과 역경에는 처하도록 하시지 않으신다는 신의 자비를 나도 너무 오랫동안 잊고 살아온 것 같다. -유안진-《우리를 영원케 하는 것은》중에서-

야니 - 불의 전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