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마음을 열고

어느 가을날... (릴케)

주님의 착한 종 2008. 10. 1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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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가을날... (릴케)
 
주님, 가을이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시고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 후로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