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의 기억과 발자취/중국과 친해지기

[스크랩] 부끄러운 내얼굴~

주님의 착한 종 2008. 1. 28. 08:58

벤자민 프랭클린이 한 말인지 공자가 한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람은 40이 넘으면 자기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했다더군요.

 

아마도 신체상의 얼굴이 망가지는 시기도 40대 이후가 되겠지만, 남자나

여자나 40이 넘으면 사회적으로 안정되고 기반이 닦여져 자기앞가림을 하고

자녀를 어느정도 성장시킨 시기여서 아마도 자기의 모습을 남에게

내보일 나이기 때문에 그런가 봅니다.

 

얼마 전에 연태에서 한국인 기업가가 야반도주했다는 기사를 접하면서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으면 그랬을까나 하는 동정심과 안타까움이

생겼습니다.

 

어린시절, 동네에서 살기가 궁핍하고 남의 빚에 쪼들리던 가족이 야반도주를

했다가 결국 갈데가 없다보니 한달 여만에 살던집에 돌아왔는데 동네사람들의

냉대와 비난과 손가락질을 당하던 분들이 생각납니다.

 

동네사람들이 아침이며 저녁이며 방안이며 문밖이며 돈달라고 성화를 부리고

욕설을 퍼붓고 멸시하고 깔보고 때로는 행패를 부리고 싸움까지 벌리던

그때 아들 둘을 둔 그 가족들은 동네사람들의 설움을 묵묵히 참고 견디었습니다.

 

그후론 어떻게 지냈는지 알 지는 못합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객지생활을 하면서

결국 객지에 정착을 했으니 말입니다. 빚을 다 갚았는지 어쨌는 지는 모르지만,

거의 40여년 전의 일이고  아직도 그들이 생각나는 것은 그때의 그들의 삶이나

지금의 우리네 한국인들의 삶이 별반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귀족층으로 살아가시는  일부의 높으신 분들은 예외입니다.

 

하지만, 그때의 그모습은 지금의  우리들의 모습일 수 있음을 생각하면

그저 송구스럽고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사는 것이 왜 이렇게 치욕스럽기도 한 것인지~

 

오래 전에 읽은 단편소설이 생각납니다. 아마도 최일남씨의 작품인지 모르겠으나~~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오래 전에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5남매를 키우는데

돈도없고 먹을 것도 없이 살아가다가 어린 5남매를 굶기기가 보다 못한 어머니가

동네 어느집에서 보리쌀을 훔칩니다.

 

어찌하다가 보리쌀 훔치다가 발각되어 동네사람들에게 몹시 두들겨 맞고

코피를 질질 플린 상태에서 대여섯 동네남자들에게 강간을 당합니다. 그러고는

땅바닥에 흘린 보리쌀을 바가지에 주워담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5남매의 맏이인데 어머니가 동네남자들에게 두들겨 맞고

코피를 흘리며 강간을 당하는 모습을  똑똑히 보고 결코 잊지 못합니다.

 

소설을 그렇게 시작됩니다.

 

소년은 성장하여 학교교사가 됩니다. 방학을 이용하여 어릴 때 살던 고향을

찾아가는데 얼굴을 잘 아는 노인을 방문합니다. 그노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노인이 자기어머니를 때리고 강간한 적이 있음을 말합니다.

 

노인은 아무말이 없고 젊은 교사는 분한마음을 삭히느라 두세개의 손가락으로

방바닥을 북북 긋는 것으로 분노를 참습니다.

 

별로 내용도 없고 메세지도 없고 깊은  감동도 없습니다. 복수의 내용도 아니고

참회의 내용도 아니고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것도 없습니다.

 

왠지 모를 분노가 일면서 어찌할 수 없는 무능함에 슬프고 답답하고 가슴이 무너질 듯한

서러움이 치밀어 오릅니다.

 

그것 뿐입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우리일 수도 있고 그 어머니는 우리의 어머니일 수도 있고 주인공의 어머니를

강간한 노인은  흔히 볼 수 있는 그렇고 그런 사람인데 그런사람을 어찌할 도리가 없는

답답함이 늘 머리위를 감돕니다.

 

작금의 중국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모습은 주인공은 모습은 아닌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그저 몇 개의 손가락으로 방바닥만 북북 문지르며 분노를

삭히는 모습들은 아닌지~~~

 

아침에 인터넷 신문기사를 읽었습니다.

 

"단물을 다 빨아먹고 야반도주한 한국인 기업가들~"이란 제목의 기사를 읽었지요.

야반도주한 그들은 평소에 사치스럽고 호화스러운 생활을 하였으며 값비싼 승용차를

끌고 주로 골프장에서 생활을 한 사람들이라고요~

 

현지 중국인들의 말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우리가 우리자신에 대해 생각해볼 문제들을

분명히 많습니다.

 

나는 과연 누구일까?

 

나는 왜 중국에 왔으며 중국에서 무엇을 하고 있으며 장차 중국에서는 무엇을 꿈꾸는가?

 

왜 한국인들이 중국과 중국인들에게 봉이 된 것일까?

 

재중국 한국인들에게 발생하는 울적하고 불행한 일들의 이면에는 우리들의 부끄러운

모습과 행동은 없는 것일까? 나에게는 문제는 없었을까?

 

나는 늘 정당하고 옳고 잘못하지 않고 살았을까???

 

내가 나에게 자랑스러우려면 남에게 부끄러운 모습이 없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아무리 자랑스러워 하자고 해도 남이 나를 비웃기 때문이고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가 재미있게 사는 일이 중국인들에게 헛돈쓰는 것이고 그들의 주머니만 채워주고

배만 부르게 하는 일이라면 나는 전혀 자랑스럽지 않습니다.

 

늘, 나는 부끄러운 사람이라는 마음으로 살아가면 오히려 저들에게 호감을 받을 수 있고

녹녹치 않은 사람이라고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나의 잘나고 품나는 모습은 한국에 돌아가서 한국인들만 어울려 노는 자리에사

나타내면 어떨까 싶습니다.

 

여기는 외국이고 현지인인 중국인들에 외국인인 우리 한국인들은 여차하면

단칼에 날아갈 수있는 풀이파리이고 후불면 날아가는 먼지에 불과할 것입니다.

 

당차고 야무지고 깐깐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함부로 나를 넘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럴려면 우리는 부끄러운 모습과 만만한 턱이 없어야 합니다.

 

우리가 골프를 치던 노래방에 가던, 술집을 가던 중국아가씨를 끼고 놀던

우리가 저들에게 만만하게 잡히는 일 없이 최소한 빠져나갈 수 있는 구석은

만들어 놓아야 할 것입니다.

 

그럴 능력과 자신과 구석이 없으면

아예 처음부터 "음매~ 기죽어!"하며 사는 것이 최상책입니다.

그것이 최소한의 나를 보호하는 구호책이 될테니 말입니다.

 

 

 

출처 : 칭다오 한국인 도우미 마을
글쓴이 : 시골버스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