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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중국 교민사회는 조화로운 계급사회?

주님의 착한 종 2007. 11. 9. 11:54

베이징의 야경

중국 교민사회는 조화롭게 분류된 계급사회?
얼마전 난징의 한 중견 건설회사에서 부총경리(부사장급)로 근무하는 선배가 재미있고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거주하는 한국인의 수가 몇 천에 불과한 난징 교민사회는 한마디로 조화롭게 잘 분류된‘계급 사회’라고 하는 것이다. 선배의 이야기에 의하면 난징 교민사회는 크게 5계급으로 나뉜다고 한다. 계급과 계층은 엄연한 의미의 차이가 있겠으나이 글에서는 편의상 구분하지 않고 그냥 써 보기로 하자.

제1계층은 대기업 주재원, 요식업을 포함한 성공한 현지의 회사 CEO, 사업가/ 제2계층은 중소기업 주재원, 어느 정도 자리잡은 규모있는 자영업자,사업가 / 제3계층은 현지 채용직원, 평범한 소규모 자영업자나 사업가 / 제4계층은 소규모 자영업이라도 해보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 / 최하위 계급인 제5계층은 중국을 떠도는 유랑민, 말 그대로 중국에서 대박을 꿈꾸며 사업 좀 해보려다가 몰락했거나 사기를 당해 여권조차 없는 이들. 한국에 가면 빚쟁이들이나 경찰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오도 가도 못하는 부류라는 것이 이 선배의 그럴 듯한 설명.

물론 중국의 대학에 재직 중인 교수나 중의사 등 중국의 전문 직종의 한국인 종사자나 교육자들도 소득수준에 따라서 위에 분류된 어느 계급에 나뉘어져 포진될 것이다. 중국의 전문직종은 적어도 소득수준이라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볼때 한국의 그것과 비하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이 선배의 분류방식에 100% 동의하지는 않지만 기실 난징뿐 아니라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중국의 어느 대도시 교민사회도 이런 분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의 가족들도 대개 가장의 직업에 따라서 교민사회에서의 신분이 결정 지워진다는 것이다. 군대를 다녀온 이들은 알겠지만 군대에서는 직업군인들 부인의 계급도 학력, 경력, 나이에 상관없이 남편 계급에 따라 정해진다. 그들이 속한 사회에서 남편이 장군이면 그의 부인도 계급이 장군이고 남편이 부사관이면 그의 부인도 부사관이라는 식이다.

하기사 같은 육사 동기임에도 불구하고 진급과 보직에서 동기인 전두환 前 대통령에게 늘 밀렸던 노태우 前 대통령 부인 김모여사도 전 대통령의 부인 이모 여사가 무려 4살 연하임에도 불구하고 꼬박꼬박 언니라고 불렀다는 일화가 있지 않는가.

선배의 이야기를 듣고 인도의 카스트 제도도 아니고 왠 얼어죽을 계급이냐고 웃어 넘겼지만 왠지 기분이 착잡했다. 한국에서는 대기업 직원 이라고 해도 사실 상류층으로 보기는 힘들다. 적어도 스톡옵션을 엄청 보유한 억대 연봉의 임원급 정도 되지 않는 이상은 오히려 평범한 중산층에 가깝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중국 교민사회에서는 대기업 주재원들이 일반 교민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귀족’ 같은 생활을 누리고 제1계급, 상류층으로 분류되는 것은 아마 교민사회 전체 경제적 수준이 한국에 비하면 상상조차 못할 정도로 낮기 때문일 것이다. 즉 이런 왜곡된 계층구조는 중국 교민사회의 특수성에 기인한, 전적으로 중국 교민사회적 현상이라고 하겠다.

선배의 논리대로라면 교민사회의 현지채용 직원, 자영업자, 소규모 개인사업가 등 구성원 대부분은 제3계층에 가깝다. 이 글을 읽는 많은 중국 교민들도 대부분 위에서 언급한 제3계층에 속할 것이고 1,2 계층이나 4, 5계층의 수는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다. 중간 계층이 많은 사회는 당연히 다이아몬드형 사회 구조를 이루고 그런 사회가 구조적으로 건전하고 바람직한 사회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본인이 현실적으로 3계층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면서 마음 한구석이 심히 불편해진다. 너도 나도 중산층을 자처하는 한국 사회와는 오히려 반대다. 아마 그네들 내면에 자신도 모르게 자리잡고 있는 1, 2 계층에 대한 갈망 때문일까? 한국에서 살면 소위 평범한 2류의 삶이지만 한국과는 단절된, 새 삶을 출발하는 하는 중국 교민사회에서 만큼은 소위 상류층으로 살고자 하는 허기진 욕망이 깔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산다면 당연한 중산층이지만 이상하게도 중국 교민사회에서 만큼은 중산층이라는 평범한 신분에 만족할 수 없고 인정하기도 싫다.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짙게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그저 한국이 아닌 중국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이러한 단순히 분류된 사회 계층 구조는 어느 나라, 어느 사회에서도 있기 마련이고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는 간과할 수 없는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베이징의 서민 아파트


계층간의 잦은 접촉으로 인한 부작용도
한국사회는 규모가 중국 교민사회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복잡하며 중산층이 폭넓게 자리잡고 있고 그 때문에 계층간의 교류가 활발하지 않다. 쉬운 예로 평범한 자영업자가 한국 사회에서 비교적 상류층에 속한다는 변호사나 의사, 교수 등과 어울리기 쉽지 않을 뿐더러 혹은 평범한 회사의 말단사원들이 대기업 임원급들을 사석에서 만나 편하게 웃고 떠들 기회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도시 위주로 편성된 중국 교민사회는 그 규모가 작고 단순할 뿐더러 계층간의 접촉이 잦고 빈번하다. 그저 외국이라는 이유로 한국에서는 만나기도 힘든 사람들과 함께 사석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쉽게 어울릴 수도 있다. 소위 '상류층'과 자주 어울리다 보니 "나도 상류층 인가?" 하는 착각에 빠져 무의식적으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부정하게 되거나 혹은 그와 반대로 열등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계층간의 잦은 접촉은 열등감, 빈곤감 혹은 허영심을 동시에 양산하기 쉽다.

이런 중국 교민사회 현상은 가볍게 넘길 수 만은 없는 문제다. 이런 구조적 특성이 많은 이들, 특히 젊은이들의 사회 의식과 생활 방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한번은 어떤 ‘주재원’ 젊은이를 보고 씁쓸해 한적이 있었다. 한국의 어떤 학술재단의 현지 시장조사 업무를 단기간 위탁 받아 현지 채용된 어떤 젊은이가 사석에서 늘 ‘주재원’이라고 자처하고 다닌다. 본사(학술재단)가 한국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현지에서 채용된 그의 주재원 자처는 "본사에 적을 두고 해외로 파견된' 의미의 주재원과 엄밀히 말하면 사전적 의미로도 다를 것이다.

더구나 현지 중국인들보다 조금 나은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는 그가 한국 수준의 급여와 복리를 제공받는 대기업 주재원으로 보이게끔, 듣는 이로 하여금 의도적으로 혼동을 일으키게 하는 그의 공허한 과시를 보면서 필자는 교민사회에서 ‘실질’ 보다는 타이틀만이라도 ‘상류계층’에 편입되고 싶어하는 많은 젊은이들의 허영과 욕망을 느꼈다. 실제로 그런 젊은이들은 우리 주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한국 사회 그런식으로 행세한다면 주로 사기꾼으로 치부되겠지만 중국 교민사회에서는 평범한 젊은이들 조차도 비슷한 행태를 보이는 것이 이미 하나의 병리적 현상으로 자리매김을 할 정도이다.

도로 하나 사이로 아파트 월 임대료 가격이 무려 3-4배 차이나는 사회에 살면서 중국에 '성공하러 온' 많은 한국인들은 한국에서는 예기치도 못했던 빈부의 차에 부딪치면서 극심한 정서적 혼란을 느낀다.

중국에 사는 교민 대부분이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교민사회의 중산층이다. 중산층은 우리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다수이며 우리 교민사회 경제를 지탱할 수 있는 구매력을 일으키며 끊임없는 생명력을 준다.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교민생활을 하면서 한국에서 쉽게 겪지 못했을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거나 혹은 상대적 허영을 느끼는 병리적 착각에 빠지는 일이 잦다면 간과하기 쉬운 교민사회의 구조적 특징을 한번쯤 있는 그대로 자세히 관찰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특히 갓 중국 교민사회의 진입한 젊은이들이라면 이 점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출처 : 무역카페
글쓴이 : 아이디어뱅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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