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마음을 열고

아버지

주님의 착한 종 2007. 10. 1. 08:22

 

 

 

아버지.

머언 산위로 파란 하늘이 높고 아버지 계신 청산의 오르막 길에는 길 잃은 가을 바람이 코스모스 꽃잎 위에 서성이며 연분홍 색을 칠하고 있었습니다. 일상을 수없이 맴돌다 문득 아버지 보고 싶어지면 보이지 않는 별 하나 바라보며 눈시울이 붉어지곤 했었는데 엊그제 추석에는 아버지 집 앞마당의 푸릇한 잔디에 실컷 앉아 있었습니다. 아버지, ............ 생각만 해도 미안하고 죄송스러워 부르기조차 힘들었던 아버지라는 이름. 전에는 아버지 피땀으로 쉼없이 일구던 세상과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 하늘과 땅 만큼이나 다른 줄 알았고 무심하게 흐르는 세월 쫓아 걸어가야 하는 그 세상의 길도 그렇게 서로 다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자식을 키우면서 차츰차츰 자식들의 맑은 눈빛 때문에 힘들어도 주저앉을 수 없었던 아버지 세상과 어머니와 함께 걸으셨던 그 텅 빈 길위에 내가 다시 서있음을 깨닫게 되었고 저만큼 지나간 세월속에 날마다 희뿌연 새벽이 넘나들던 앞산과 아버지 발 적시던 강물이 하나 되고 붉게 물들어 스러지던 하늘도 아버지 땀방울로 흥건했던 그 들판과 하나 되던 것 다 보았습니다. 어버이 사랑은 아래로만 흘러가는 강물같다지만 아무리 그렇다해도 평생을 자식들 가슴에 담고 사셨던 아버지이신데 세월이 지우는 것일까요 지금은 어찌하여 아버지 모습이 자꾸자꾸 흐릿해지는지요. 가랑비 내리던 날 우산도 없이 혼자 먼 하늘나라로 떠나시면서까지도 자식 걱정을 하시며 뒤돌아 보셨을 아버지! 그렇게 청산에 있어도 풀벌레 울음 소리에 아버지 바짓가랑이 올리고 절벅거리며 건너가던 강물 소리와 논둑 길의 힘찬 삽질 소리가 아스라이 묻어나는데 아버지 곁에 있으니 오히려 눈물이 나고 아버지가 더욱 보고 싶어집니다. 마음은 두고 몸만 내려오는 오솔길 옆 어린 감나무의 손바닥만한 이파리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떨쳐 버리시려는 듯 자식 손마저 뿌리치고 먼저 내려가시는 늙으신 어머니 어깨위에 지나가던 가을이 소리없이 내려앉고 있었습니다. 이레네오.

 

 
 
출처 : 가톨릭 인터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