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안식/소록도의 별

[* 삶속 *] 소록도의 별 < 제 2 부 >

주님의 착한 종 2007. 9. 6. 13:51

 

 

아침 일찍 출발하여 녹동 부둣가에 도착하였습니다.

5분 정도 배를 타는 거리니까 아주 가까운 거리이지요.

눈앞에 보이는 소록도를 보면서 마음이 무척 착잡했습니다.

 

주민등록증을 맡기고

병원과 마을이 있는 곳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곳에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번호판 없는 자동차가 한대 있는데

그 자동차가 얼마 전에 소록을 떠난 외국수녀님들의 것이었습니다.

 

병원 앞을 돌아 공원으로 들어서니

그야말로 아름답다는 말로는 부족 하리만큼

잘 꾸며놓은 공원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그 공원 속에 작은 방 하나만큼이나 큰 바위 위에

보리피리 시문이 적혀있어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가며 시인의 마음을 읽어보려 애를 썼습니다.

 

치료를 위해 약을 구하러 남한으로 내려 왔다가

철책이 가로막혀 부모형제와 생이별을 한 채 통한의 아픔을

보리피리로 노래하며 그리움을 삼키는 그 아픔을 말입니다.

 

공원 깊숙한 곳에 연못이 하나 있고

그 한가운데 커~~다란 십자고상이 우뚝 서 있었습니다.

한 자매가 다가와서

 

"형님! 저기 달려있는 예수님 얼굴 좀 보이소

어째 내 눈에는 부석부석 한 것 같아요."

 

나는 팔꿈치로 자매를 툭 건드리며 눈을 맞추고 웃었습니다.

나는 속으로 대답을 했습니다.

이곳에 계시는 살아계신 주님은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냐?

너의 맑은 심성이 마음의 눈으로 주님을 만난 것 같구나!!

 

장미넝쿨로 만들어놓은 터널을 걸으며

마치 동화 속의 어느 마을을 걷고 있는 신선한 느낌은

초대받은 손님 대접을 톡톡히 받고 있는 듯 해 너무 기뻤습니다.

 

프란치스코 재속형제회가 모여 사는 동네에 다달아

바가지로 물을 한 바가지 떠 목을 축이고 양로원에 도착했습니다.

 

먼 길 찾아와준 벗을 위하여

함께 노래를 부르며 악수를 청하는 그들의 손을 잡고

우리도 함께 노래를 불렀습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리인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부르는 이 노래를 들으며

왜 눈물이 자꾸만 베어나는 것일까요?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다고 합니다.

그립다 뿐이겠는지요.

 

함께 자리를 할 수 없는 분들이 방에 계시기에

우리는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할아버지! 하고 제가 불렀더니

그 할아버지가 허둥대며 바지를 찾고 있었습니다.

 

"괜찮아요." 했는데도

"그래도 그렇지 옷은 입어야지"

 

하시면서 계속 옷을 입고 있는 것입니다.

편하게 파자마만 입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잠깐이면 입을 수 있는 바지를 할아버지는 계속

옷을 끌어 올리고 계셨습니다.

그제 서야 돌아보니 옷을 끌어올릴 손가락이 없었습니다.

손마디에서부터 손가락이 양쪽 다 없고 손바닥만 있었습니다.

 

그러니 옷자락이 손에 잡히지 않아 헛손질만 계속 됐던 것입니다.

겨우 끌어올려 엉덩이에 걸친 채 우리는 마주 앉았습니다.

그리고 소록을 찾아 들던 그때를 회상 하셨습니다.

 

“ 나는 경북포항이 고향인데 열 두 살 때 혼자 걸어서,

걸어서 소록도에 왔었지

먼 길 걸어온 나에게 나물 죽 한 그릇이 그리 꿀맛일 수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소록도의 생활은 올해 60년째야

올해 내 나이 칠십 둘 이거든

스물 세 살에 눈이 멀고 다 늙어 지금은 다리도 하나 없어 졌어“

하시며 이런저런 많은 애환을 들려 주셨습니다.

 <  3 부에 계속 >

 

- 출처 : 가톨릭 인터넷 아그마(요안나)

 

고향의 봄

 

 1.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2. 꽃 동네 새 동네 나의 옛 고향
  파란 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
  냇가에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