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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니요?"
"제발..." 시작했습니다.
건 어느 늦여름이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산 속 그늘 밑에서 쉬는 중이었는데 나는 문득 잠에 골아 떨어진 그 아이를 죽이고 싶었습니다 바위를 들었지요. 맘에 내키진 않았지만 잠든 아이를 향해 힘껏 던져 버렸습니다! 그런데 그만 바윗돌이 빗나가고 만 거예요. 이를 악물고 다시 돌을 들었지만... 차마 또다시 그런 짓을 할 수는 없었어요. 아이를 깨워 가던 길을 재촉했습니다. 택하자.' 어찌나 눈물이 나오던지...... ,
한 발 두 발 깊은 곳으로 들어가다가 거의 내 가슴높이까지 물이 깊어졌을 때였습니다. 죽을 판인데 갑자기 돌아서더니 내 가슴을 떠밀며 악을 써대는 거예요. 그 후 소록도로 아들을 떠나보내고 서울로 돌아와 서로 잊은 채 정신없이 세월을 보냈습니다. 아홉 명의 아이들이 자라서 대학을 나오고, 결혼을 하고, 손자 손녀를 낳고... 얼마 전에 큰 아들이 시골의 땅을 다 팔아서 올라와 함께 살자더군요. 그래서 그렇게 했지요. 처음, 아들네 집은 편했습니다. 주는 대로 받아먹으면 되고 이불 펴 주면 누워 자면 그만이고. 가끔씩 먼저 죽은 마누라가 생각이 났지만 얼마동안은 참 편했습니다. 그런데 날이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애들은 아무 말도 없는데 말입니다. 어느 날인가는 드디어 큰 아이가 입을 엽디다. 큰아들만 아들이냐고요. 그날로 말없이 짐을 꾸렸죠. 그런데 사정은 그후로도 마찬가지였어요. 둘째, 셋째, 넷째......, 허탈한 심정으로 예전에 살던 시골집에 왔을 때 문득 40년 전에 헤어진 그 아이가 생각나는 겁니다. 열한 살에 문둥이가 되어 소록도라는 섬에다 내다버린 아이, 내손으로 죽이려고까지 했으나, 끝내는 문둥이 마을에 내팽개치고 40년을 잊고 살아왔던 아이, 다른 아홉 명의 아이들에게는 온갖 정성을 쏟아 힘겨운 대학까지 마쳐 놓았지만 내다버리고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던 아이,...... 다시 또 먼길을 떠나 그 아이를 찾았을 때 그 아이는 이미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쉰이 넘은 데다 그동안 겪은 병고로 인해 나보다 더 늙어보이는, 그러나 눈빛만은 예전과 다름없이 투명하고 맑은 내 아들이 울면서 반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나를 껴안으며 이렇게 말했지요. "아버지를 한시도 잊은 날이 없습니다. 아버지를 다시 만나게 해달라고 40년이나 기도해 왔는데 이제서야 기도가 응답되었군요." 나는 흐르는 눈물을 닦을 여유도 없이 물었죠. 어째서 이 못난 애비를 그렇게 기다렸는가를... 자식이 문둥병에 걸렸다고 무정하게 내다 버린 채 한 번도 찾지 않은 애비를 원망하고 저주를 해도 모자랄 텐데 무얼 그리 기다렸느냐고..., 그러자 아들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여기 와서 예수님을 믿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 모든 것을 용서하게 되었노라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비참한 운명까지 감사하게 만들었노라고. 그러면서 그는 다시 한번 자기의 기도가 응답된 것에 감사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아.. ! 그때서야 나는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의 힘으로 온 정성을 쏟아 가꾼 아홉 개의 화초보다, 쓸모없다고 내다 버린 한포기 나무가 더 싱싱하고 푸르게 자라 있었다는 것을... 예수 그리스도! 그분이 누구신지는 모르지만 내 아들을 변화시킨 분이라면 나 또한 마음을 다해 그분을 받아들이겠노라고 난 다짐했습니다. 그 무엇이 들어있었습니다. 공들여 키운 아홉명의 아이들에게선 한번도 발견하지 못한 사랑의 언어라고나 할까요. 나는 그애에게 잃어버린 40년의 세월을 보상해 주어야 합니다.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그애에게 도움이 된다면 나는 기꺼이 그 요청을 받아들일 작정입니다. 그러니 신부님! 저를 여기에서 살게 해 주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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