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버리기>
얼마 전 참으로 특별한 분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님이십니다.
그분은 말 그대로 온전한 역설(逆說)의 삶을 살아오셨습니다.
그분은 사람들이 대단하게 여기는 것들은 모조리 하찮게 여기셨습니다.
반대로 사람들이 하찮게 여기는 것들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 다루듯이 대하셨습니다.
사시사철 무르팍 나온 싸구려 바지에 검정고무신이 그분 패션의 전부였습니다.
언젠가 권정생 선생님이 한 단체에서 주관한 아동문학상을 시상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당시 시상식 관계자는 혼이 났답니다.
왜냐하면 시상시간은 거의 다되어가는데 선생님이 도착하지 않으신 것입니다.
초조해진 관계자는 건물 현관으로 내려갔는데, 거기서 옥신각신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나 여기 중요한 일이 있어서 그런데 꼭 들어가야 됩니다.”
“안됩니다. 다른 데 가보세요.”
경비원은 영락없는 노숙자 차림의 권정생 선생님의 출입을 철저하게 봉쇄하고 있었기에
시상식에 나타나지 못하셨던 것입니다.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사람들은 당연히 유산문제에 시선이 쏠립니다.
권정생 선생님에게는 지적 재산권이 꽤 많았습니다.
60만부 이상 팔린 ‘강아지 똥’과 ‘몽실 언니’,
그 외에도 여러 동화에 대한 인세는 상당한 것이었습니다.
선생님은 평생 살아오신 그대로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인세는 어린이로 인해 생긴 것이니 그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어린이들을 위해 써 달라.”
그분이 임종하신 후 조직된 장례위원회는
그분께서 평생 살아오신 5평 남짓한 토담집을 샅샅이 뒤졌지만
영정으로 쓸 사진 한 장 남겨두지 않으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자신의 작품에 대한 수상을 거부하기로 유명합니다.
1995년 아동문학가 윤석중 선생께서 미리 의사를 묻지도 않고
권정생 선생님을 ‘새싹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하였습니다.
시상식에 오지 않으셨기에 오두막으로 직접 상패와 상금을 가져오자
다음 날 우편으로 돌려보내셨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권정생 선생님은 거의 모든 인세 수입을 자선 단체에 기부하셨습니다.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오두막을 없애 자연 상태로 돌려놓으라는 유언도 덧붙이셨습니다.
살아서든 죽어서든 언제나 모든 것을 버리셨던 분,
그래서 삶이 그리도 행복하셨던 분, 자유로우셨던 분,
권정생 선생님의 삶과 죽음을 바라보며 ‘
제대로 버리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잘 알게 되었습니다.
작은 것을 버리는 대신 큰 것을 얻으셨던 권정생 선생님,
자신을 밑으로 내려 보냄을 통해 끝도 없는 창공으로 훨훨 날아다니셨던 선생님,
자신을 작은 오두막에 가둠을 통해 대 자유를 마음껏 누리셨던
선생님이 참으로 행복해보입니다.
( 양승국 신부님의 글 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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