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강 모씨(49·전문직)는 외롭다. 야근을 불사하며 청춘을 바친 직장은
그를 명예 퇴직시킬 낌새다. 가족들에게 위로 받고 싶지만, 막상 집에
돌아오면 아내와 두 아이들은 서먹해하며 등을 돌린다. 이젠 가족과
대화하는 방법마저 잊어버린 것 같다. 아이들이 쪽지 한 장 없이 건네는
어버이날 선물은 형식적으로만 느껴진다.
“난 이제 수명이 다한 ‘돈 버는 기계’일까?” 강씨는 자주 자문한다.
직장에서 쫓겨나면 ‘고장 난 기계’가 되는 걸까?
어버이로서, 나는 무엇일까?
#2.
한 모씨(52·회사원)는 외환위기 이후 12년간 함께하던 가족을 떠나
중국의 중소기업체에 취직해 기러기아빠로 8년을 살아왔다.
삶의 희망은 오로지 가족이 잘 되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아내가 이혼을 요구해왔다.
“아무 의미도 없는 가족관계였지만 당신이 불쌍해 그간 얘기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아내의 말에 한씨는 “이런 인생을 보물단지처럼 끌어
안고 살았다니” 라며 울먹였다.
그는 가족 품으로 돌아가길 원했지만 이미 식구들은 마음의 문을 닫아
버렸다.
#3.
권 모씨(49·무직)는 최근 1년 사이 수 차례 우울증으로 자살을 시도했다.
외환위기 이전 윤택하던 생활은 잘못된 빚 보증으로 파탄 났다.
부인과는 별거했고, 군대 간 아들만이 휴가 중에 용돈을 타 쓰려고 그를
찾아온다. 그래도 아버지 노릇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고시원 한달 생활비
(20만~30만원)를 몽땅 털어 아들 손에 쥐어주지만, 가장으로서 그의
존재는 공허하다.
40~50대 아버지들은 힘겹다. 그리고 슬프다.
‘밥벌이의 지겨움’을 보람으로 바꿔줄 가족에게서 소외된 채 외톨이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친구들과 술로 같은 처지를 한탄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의
‘술주정’을 반기지 않는 악순환만 계속된다.
김 숙기 나우리 가족문화연구원장의 지적이다.
“젊을 때 직장 일에 치여 가정을 나 몰라라 하는데 익숙해져 버리죠.
그러다 아이들이 독립할 즈음이면 자신의 존재감에 위기감을 느껴요.
하지만 아내와 자식들의 마음 속에 수년간 켜켜이 쌓인 실망의 담장을
단박에 넘기는 역부족입니다.
가족들 눈치만 보다 외톨이가 되는 아버지도 적지 않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인식은 최근 장년층에서 유행하는 농담에서도 나타난다.
“아들 둔 엄마는 6번이다. 아들의 휴대폰 단축번호 1번은 지 새끼고,
2번은 마누라, 3번은 장모, 4번은 기르는 강아지, 5번은 일하는 파출부
아줌마, 6번이 비로소 제 엄마”라는 것이다.
그러나 농담 속에서조차 아버지의 ‘번호’는 없다.
가족은 있지만 아버지는 부재다.
‘어버이’가 되기 위해 아버지는 무엇을 해야 했을까.
한국청소년상담원 송미경 성인연수팀장은 “자녀교육의 개념 자체가
‘물질적인 지원’이라고 여기는 자세부터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한 조사에서 아빠는 일주일에 아이와 7시간 대화한다고 응답한
반면, 그 자녀는 3분이라고 응답할 정도로 대화에 대한 인식 차가
큽니다. 정작 아이가 뭘 원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죠.
이 무렵에는 아버지나 자녀 모두 새벽 별, 밤 별 볼 정도로 바쁜 시기인
만큼, 단 1분이라도 진심 어린 대화를 할 필요성이 있어요.”
정서적 유대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것이다.
김미영 서울가정문제상담소장도 같은 견해다.
“그런 의미에서 기러기아빠는 부정적입니다. 자녀하고 아내가 원하는
것이 채워졌을 때, 아버지에게는 어떤 보상이 주어집니까.
아버지가 자신들을 위해 희생한다는 것을 자녀들은 시간이 갈수록 인식
하지 못합니다.”
기러기아빠인 안 모씨(52·전문직)는 속내의 두려움을 털어놓는다.
“유학 현지로 찾아가도 아이들은 절 보며 서먹해하더군요. 가족에서
용도 폐기되지 않으려면 직장에서 잘리지는 말아야겠다, 그런 마음으로
아등바등 살게 됩니다.”
전문가들은 속 깊은 대화만이 아버지가 ‘어버이’의 자리를 되찾는 방법
이라고 입을 모은다. 직접 대화가 여의치 않으면 아들, 딸에게 편지로
라도 소통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일단 대화의 통로가 마련되면, 무뚝뚝한 말투 너머의 진한 부정(父情)을
자녀들에게 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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