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을 따라 쳐놓은 펜스에 유치원 아이들 그림이 죽 매달려 있었다.
그림엔 주로 "아빠 힘내세요", "아빠 사랑해요", "아빠 파이팅!"
이런 글귀가 쓰여 있었다.
그림은 여러 장이었으나 글귀들은 모두 같았다.
다만 그 아래에 아이들의 이름만이 다를 뿐이었다.
웬 사내아이 하나가 다급히 그림 한 장을 들고 펜스로 뛰어왔다.
그 녀석은 빈자리에 그림을 붙이고는 휙 오던 길로 돌아갔다.
나는 그게 또 궁금해 그 녀석이 붙여놓고 간 그림 쪽으로 다가갔다.
어디선가 서둘러 구한 종이에 부랴부랴 그린 그림이었다.
규격도 작거니와 몇 번인가 접었다 편 구겨진 종이였다.
"아빠, 울지 말아요"
그러나 거기 쓰인 글귀를 보고 나는 한참이나 멍하니 서 있었다.
사내아이는 이 글귀로 지친 아빠를 격려하고 싶었던 게 분명했다.
이 애도 아마 살아온 날은 짧지만 아빠에게 고통을 준 일이 한번쯤은 있었던
모양이다.
견디기 힘든 병으로 몹시 아팠거나 사고를 당한 적이 있었거나.
그래서 아빠가 그 아이 앞에서 울음을 보였을지도 모른다.
아. 그랬겠구나.
이 아이가 어린 나이에 아빠의 눈물을 보았구나!
아빠가 흘리던 눈물은 이 아이에게 말할 수 없이 힘든 모습으로 비쳤을 테다. 그랬을 테니 아빠에게 응원을 보낼 수 있는 말은
"아빠, 울지 말아요" 일지도 모른다.
"아빠 힘내세요" 나 "아빠 파이팅" 이라는 말보다
이 아이에게 있어 "아빠, 울지 말아요"는 더없이 큰 격려일 테다.
한참을 걸어 올라가자, 한 무리의 젊은 아빠들이 능선을 달려 내려와
내 곁을 지나갔다.
나는 그 많은 아빠들 가운데 어린 아들 앞에서 눈물을 보인 아빠를 찾아내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단박 그런 생각을 거두었다.
자식 키우는 아빠들 가운데 눈물을 보였던 아빠가 어디 한 사람 뿐이랴.
(퍼 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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