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오 하느님

가난한 새의 기도

주님의 착한 종 2006. 11. 28. 16:49

 

 

가난한 새의 기도
- 이해인 -

꼭 필요한 만큼만 먹고
필요한 만큼만 둥지를 틀며
욕심을 부리지 않는 새처럼
당신의 하늘을 날게 해 주십시오

가진 것 없어도
맑고 밝은 웃음으로
기쁨의 깃을 치며
오늘을 살게 해 주십시오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무릅쓰고
먼길을 떠나는 철새의 당당함으로
텅 빈 하늘을 나는
고독과 자유를 맛보게 해 주십시오

오직 사랑 하나로
눈물 속에도 기쁨이 넘쳐 날
서원의 삶에
햇살로 넘쳐오는 축복

나의 선택은
가난을 위한 가난이 아니라
사랑을 위한 가난이기에
모든 것 버리고도
넉넉할 수 있음이니

내 삶의 하늘에 떠다니는
흰구름의 평화여

날마다 새가 되어
새로이 떠나려는 내게
더이상
무게가 주는 슬픔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