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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2022년03월27일)

주님의 착한 종 2022. 3. 27.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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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2022년03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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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지 않아도 배부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이유이든 기분이 아주 좋을 때

기쁨이 배고픔을 잊게 해주는 경험을 합니다.

 

어제 두 분 신부님의 강의를 듣고

제 마음이 그랬습니다.

두 분 신부님들의 말씀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마음 저 아래 가라앉았던 그 무엇이

용솟음치듯 솟구쳐 올라왔다고나 할까요?

 

반대로 뜬 구름처럼 보이던 허상이

마치 손에 잡힌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사사건건 미운 짓만 골라했던 어떤 사람마저도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게 만든 어제 저녁..

 

이 기분이, 이 마음이 얼마나 갈 수 있을지..

잘 모르지만..

아무튼 오래 오래 제 가슴에 머물렀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탕자의 귀향’이라는

제목으로 잘 알려진 루카 15,11-32 입니다

 두 아들의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감동적입니다.

어리석을 정도로 착한 아버지 때문입니다.

 

호부견자’(虎父犬子)란 말이 있지요.

호랑이 아버지에 개 아들이란 뜻으로,

다들 잘 알고 계시겠지만

아버지만한 아들이 못 되고

속을 썩이는 아들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그러나 제가 자식을 낳고 기르다 보니

제 마음은 오히려 ‘견부호자’(犬父虎子)입니다.

 

여러분들도 모두 그러 하실 것입니다.

비록 부모는 천하지만

자식만큼은 잘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부모의 마음이기 때문이겠지요.

저희들이 자랄 때,

(요즘 이런 투로 이야기 하면

꼰대라는 말을 듣는다지만..)

대학을 우골탑이라 불렀습니다.

 

 

가난한 농촌에서 소는 그 집안의 전부였습니다.

재산목록의 1호였지요.

소가 없으면 농사도 지을 수 없었고

기껏 일년 농사를 지어도

목구멍 풀칠 하기 어려운 처지에

송아지라도 한 마리 낳으면

큰 목돈을 쥘 수 있으니..

소야 말로 특급 대우를 받는 가보일 수 밖에요.

 

그런데도 자식의 공부를 위해서

눈물을 머금고 소를 팔아야 대학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었으니..

대학은 우골탑이 틀림 없었습니다.

 

 

 

부모는 아들이 대학을 나오면

집안이 활짝 펼 거라는 꿈도 꾸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이 부모의 마음같이 움직여 줍니까?

자식 농사만큼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어요?

 

애써 공부를 시켜 놓으면 딴 짓을 합니다.

작은 아들들은 큰 아들처럼 키우지 않았다고

불평불만 어깃장을 부리며 엉뚱한 짓을 합니다.

자식이 잘되라고 온갖 잔소리를 해대고,

윽박지르고 호통을 쳐도

자식만큼은 부모의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결국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처럼,

부모의 뜻대로 되지 않는 자녀들이

이 세상 많은 부모들의 고민거리입니다.

 


하느님의 마음은 어떨까요?

우리네 부모들의 이러한 마음과 다를까요?

 

우리가 당신께 돌아오기를,

그리고 당신의 말씀대로 살아가기를

묵묵히 언제까지나 바라고 바라시지만

우리는 그 마음을 다 헤아리지 못합니다.

우리가 자식들을 바라보는 것처럼

하느님께서는 부모의 마음으로

더 안타깝게 우리가 잘되도록 가르치시고

설득하시며 때로는 강하게 꾸짖으신답니다.

이러한 하느님의 마음을 우리가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다면,

타락한 아들이 돌아온 사실만으로도

기쁨을 가눌 길 없어

무조건 용서하고 받아들여 주시는

그분의 사랑을 이해할 수 있을 텐데요.

 

하느님의 이러한 무조건적인

사랑과 용서를 체험하고 그래서 이웃에게

이 체험을 나누어 줄 수만 있다면

하느님께서는 얼마나 기뻐하실까요?

 

 

돌아온 탕자에게 복음의 아버지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습니다.

어떤 조건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돌아온 것 만으로라도 기뻐서

살진 소를 잡고 잔치를 벌이는 모습.

 

그 모습이 바로

하느님 아버지의 모습’이라는 것

그것이 오늘 복음의 교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