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2022년01월16일)
예전에 개신교 신자인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개신교 신자답게
술을 마시지 않았어요.
술자리에 합석을 해도
술은 마시지 않는 대신 먹성은 좋아서
비싼 안주를 금방 비우게 하는 지라
주머니가 가볍던 학생 시절의 우리들은
은근히 그 친구의 합석을 반가워하지 않았지요.
게다가 매상은 많이 올라가게 하면서도
자기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핑계로
계산을 할 때는 꼭 뒷전에 있었거든요.
술값이 모자라서 늘 외상을 달고 마시고
외상이 안되는 곳에서는 손목시계를 맡기거나
학생증을 맡기기도 하며
술을 마시던 시절의 학사주점에도
안주 값은 만만치 않았지요. ㅎㅎ
그래서 제가 늘 그랬습니다.
“야, 예수님의 첫 번째 기적이
술 만드는 기적이다.
그런데 예수를 믿는 놈이 술을 안 마셔?”
ㅎㅎ
예, 오늘 복음 말씀이 바로
카나의 혼인잔치로 잘 알려진
예수님의 첫 번째 기적 이야기입니다.
먼저 제1독서를 살펴볼까요?
오늘 제1독서는 이사야 62,1-5입니다.
하느님께서 이스라엘과 혼인 관계를 맺었지만
신부인 이스라엘의 배신으로 말미암아
혼인의 서약이 깨졌음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하느님께서는 더 이상 이스라엘을
“소박맞은 여인”이나 “버림받은 여인”으로
남게 하지 않으시고 기꺼이 당신의 아내로
다시 맞아 주신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의
이러한 혼인에 대한 은유는,
카나의 기적을 이야기하는 요한 복음에서
더욱 그 의미를 확장하게 되지요.
오늘 복음은 요한 2,1-11 입니다.
카나의 잔칫집은 아마 성모님과 친하던
어느 집에서 예수님 일행을
초대했던 것 같습니다.
혼인 잔치의 밝고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전해지는 것 같은데요.
성모 마리아께서는 술이 떨어진 것을
알고 계시는 것으로 보아
집 주인이 마리아께 부탁을 했거나
그런데 일꾼들의 허둥대는 모습에서
성모님께서는 이미 사정을
짐작하고 계셨을 것 같습니다.
그러고는 조용히 예수님께
포도주가 떨어졌음을 알리셨습니다.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의 망설임 앞에서도
성모님께서는 일꾼들에게 지시를 하십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이렇게 해서 카나의 기적이 이루어졌습니다.
물로 포도주를 만드신 기적입니다.
그리하여 잔칫집의 흥겨운 분위기는
계속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술이 없다고 잔치가 망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흥겨움이
줄어들 것은 분명합니다.
어떻게 하든 술은 있어야 했는데,
기적이 일어났지요.
잔칫집의 낭패는 이렇게 해서
‘본인도 모르는 새에’ 해결되었네요.
카나의 혼인 잔치를 우리의 믿음과
견주어 봅시다.
술이 떨어진 잔칫집은
‘기쁨 없는’ 신앙생활을 연상시킵니다.
믿음은 기쁨을 향한 노력인데,
신앙이 ‘즐겁지 않다면’
그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 아닐까요?
그렇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모릅니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성모님과 예수님을 모셔야 합니다.
오늘의 복음이 던지는 교훈입니다.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처음으로 당신을
공적으로 드러내신 예수님께서는,
온 인류와 혼인하신,
잔치의 참된 신랑이십니다.
이러한 혼인은 십자가에 매달리신
당신의 옆구리에서 피와 물이 흘러나올 때
결정적으로 완성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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