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성사
- 김종철
못을 뽑습니다
휘어진 못을 뽑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못이 뽑혀져 나온 자리는
여간 흉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성당에서
아내와 함께 고해성사를 하였습니다.
못 자국이 유난히 많은 남편의 가슴을
아내는 못 본 체 하였습니다.
나는 더욱 부끄러웠습니다
아직도 뽑아 내지 않은 못 하나가
정말 어쩔 수 없이 숨겨 둔
못대가리 하나가
쏘옥 고개를 내밀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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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보이지 않는 막을 사이에 두고
조그만 방에 들어가 죄를 고백하는 것을
고백성사, 혹은 고해성사라고 합니다.
저쪽 방에는
신부님이 앉아서 이야기를 기다리고,
이쪽 방에서는
신자가 앉아서 이야기 할 준비를 합니다.
소리는 들리지만 얼굴이 보이지 않아
말하기가 편합니다.
예수님께 하듯 이제 죄를 고백할 것입니다.
시인은 ‘죄’를 가리켜 ‘못’이라고 했습니다.
죄가 가슴에 못으로 박힌다고 합니다.
박혀서 숨을 쉬기 힘들 때
못을 뽑으러 갑니다.
그런데 고백성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시인은 부끄럽습니다.
‘아직도 뽑아 내지 않은 못 하나가 /
정말 어쩔 수 없이 숨겨 둔 못대가리 하나가 /
쏘옥 고개를 내밀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자유로울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제 안에도 몇 개의 못이
뽑히지 못한 채 아직도 박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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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
내일 복음 말씀을 묵상하고
블로그에 남기려 노트북을 펼쳤습니다.
어느 분이 들려 준
김종철 시인의 고백성사가 생각 났습니다.
시인은 아직도 뽑아내지 못한
못 대가리 하나를 부끄럽다고 고백합니다.
나는 아직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못 대가리와 못 몸통들을
아직도 겹겹이 숨기고 살면서
부끄러워 하지 않음을 고백합니다.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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