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마음을 열고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하느님

주님의 착한 종 2020. 11. 13. 23:29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하느님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풀꽃이란 시로 꽤 널리 알려진

 '나태주' 라는 시인은

시골 초등학교 교장으로 은퇴하신 분답게

중절모가 잘 어울리는 시골 할아버지입니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나태주 선생님)


나태주 시인이 쓴 시 중에

최근에 알게 된 

참 좋은 시가 하나 있습니다.

 

병원 중환자실에서 

시한부 삶을 선고 받을 만큼 

중병을 앓고 있을 때,

곁에서 간호하는 아내가 안쓰러워 썼다는 시입니다.

아내를 위해 하느님께 하소연하는 내용입니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하느님!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하느님!

 

저에게가 아니에요.

저의 아내 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는 말씀이어요.

 

이 여자는 젊어서부터

병과 함께 약과 함께 산 여자예요.

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죄를 안 만든 여자예요.

 

신발장에 구두도 많지 않은 여자구요.

한 남자 아내로서 그림자로 살았고

두 아이 엄마로서

울면서 기도하는 능력 밖엔 없었던 여자이지요.

 

자기의 이름으로

꽃밭 한 평 채전밭 한 뙈기

가지지 않은 여자예요.

 

남편 되는 사람이

운전조차 할 줄 모르고 쑥맥이라서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여자예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가난한 자의 기도를 들어 주시는 하느님!

저의 아내 되는 사람에게

너무 섭섭하게 하지 마시어요!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더 감동적이었던 것은

남편의 글에 화답하여 쓴 아내의 글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남편이 드린 기도보다

더 간절한 기도,

시인 아내의 절창이었습니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너무 고마워요

 

남편의 병상 밑에서 잠을 청하며

사랑의 낮은 자리를 깨우쳐 주신 하느님!

 

이제는 저이를

다시는 아프게 하지 마시어요.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죄로

한 번의 고통이 더 남아 있다면,

그게 피할 수 없는 우리의 것이라면,

이제는 제가 병상에 누울게요.

 하느님!


저 남자는 젊어서부터

분필과 함께, 몽당연필과 함께 산,

시골 초등학교 선생이었어요.

 

시에 대한 꿈 하나만으로

염소와 노을과 풀꽃만 욕심내온 남자예요.

시 외의 것으로는

화를 내지 않은 사람이에요.

 

책꽂이에 경영이니 주식이니

돈 버는 책은 하나도 없는 남자고요.

제일 아끼는 거라곤

제자가 선물한 만년필과

그간 받은 편지들과

외갓집에 대한 추억뿐이에요.

 

한 여자 남편으로

토방처럼 배고프게 살아왔고,

두 아이 아빠로서

우는 모습 숨기는 능력밖에 없었던 남자지요.

 

공주 금강의 아름다운 물결과

금학동 뒷산의 푸른 그늘만이

재산인 사람이에요.

 

운전조차 할 줄 몰라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남자예요.

승용차라도 얻어 탄 날이면

꼭 그 사람 큰 덕 봤다고

먼 산 보던 사람이에요.

 

하느님!

저의 남편 나태주 시인에게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좀만 시간을 더 주시면

아름다운 시로 당신 사랑을

꼭 갚을 사람이에요.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부부가 나누는 지극한 사랑이

따뜻한 감동으로 전해집니다.

 

‘한 번의 고통이 더 남아 있는 것이라면 

이제는 제가 병상에 누울게요.’

라는 기도 앞에서는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하느님의 마음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만은...

이만한 기도를 물리치시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토록 순박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우리 곁에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